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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래그십으로 만든 징검다리, BMW 액티브 하이브리드 7

BMW 코리아가 액티브하이브리드 모델 두 종류를 출시하던 날은 서울 시내가 태풍의 습격으로 초토화된 날이었다. 행사장으로 가는 길은 넘어진 가로수, 날아가버린 간판, 찢어진 현수막 등으로 영화보다도 더 영화 같은 장면이었다. 태풍이 꼭 기상 이변 때문에 발생하는 것은 아니지만 환경오염으로 인해 기상이변이 발생하면 이보다 더 큰 재앙이 닥치리라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우리가 왜 친환경차를 만들어 환경오염을 줄여야 하는지를 잘 보여준 풍경이었다.

그날 BMW코리아가 내놓은 차는 X6와 7 등 두 개의 액티브하이브리드 모델과 320d, 미니 전기차 등 친환경 차들. 그중 액티브하이브리드 7모델을 선택해 시승했다.

이제 내수 시장에서도 하이브리드 차를 제법 만날 수 있다. 아반떼, 포르테의 LPi 하이브리드, 혼다 벤츠 렉서스 BMW 까지 하이브리드 모델을 도입하고 있다. 점점 친환경차의 비중이 늘고 있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액티브하이브리드 7은 BMW 7 시리즈를 기반으로 만든 하이브리드 모델이다. V8 엔진에 전기모터를 결합해 움직이도록 설계된 친환경자동차다. 최고급 럭셔리 세단에 하이브리드 접목한 차여서 쾌적하고 고급스러운 실내는 물론 전기모터를 더해 환경에 덜 해를 끼치는 유용한 차로 탈바꿈했다.

실내에 앉아보면 7 시리즈 그대로다. 하이브리드라는 표시는 찾기 힘들다. 계기판에 액티브 하이브리드 표시가 있는 정도다. 센터페시아 모니터에 동력 흐름도를 찾아 볼 수 있는 정도가 하이브리드임을 말해줄 뿐이다. 다른 부분은 똑같다. 헤드업 디스플레이, 나이트 비전 등이 그대로 이 차에도 적용됐다. 나이트 비전은 적외선을 이용해 전방 시야를 확실하게 보여준다. 흑백 영상으로 보이는 느낌이 색다르다. 군대를 다녀온 이들에게 나이트비전은 그리 낯설지 않은 화면이다. 야간투시경과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여유 있는 실내공간이다. 뒷좌석은 2인승. 가운데는 시트가 아예 없다. 그래서 4인승 프리미엄 럭셔리 세단이다. BMW의 플래그십 답게 네 명이 여유 있게 타고 움직이는 차다.

계기판에 액티브 하이브리드 표시가 있다. 가속을 하면 배터리에서 에너지가 나오는 표시되고, 브레이크를 밟으면 액티브 하이브리드라고 표시된 파란 부분이 활성화 되면서 배터리로 에너지가 충전되는 것을 시각적으로 보여준다. 이 같은 에너지 흐름은 센터페시아의 모니터를 통해서도 볼 수 있다.

액티브하이브리드 7은 엔진과 배터리 전기모터를 이용하는 시스템이다. 트렁크 안쪽에 위치해 고전압을 발생시키는 배터리는 리튬이온배터리가 적용됐다.

굳이 분류를 하자면 BMW의 하이브리드는 마일드 하이브리드에 해당한다. 토요타의 풀 하이브리드에 대응하는 개념이다. 풀 하이브리드는 전기모터만으로 차가 구동할 수 있는 방식이다. 엔진은 끄고 오로지 전기의 힘으로만 차가 움직일 수 있는 방식. BMW를 비롯한 대부분의 메이커들은 풀 하이브리드 대신 마일드 하이브리드 방식을 택한다. 모터는 엔진을 보조하는 데 그친다. 전기모터만으로 차를 움직이지는 못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액티브 하이브리드 7은 소리 없이 움직이는 전기차 같은 느낌을 받지 못한다. 늘 엔진이 구동하는 상태여서 하이브리드차를 운전한다는 특별한 느낌은 없다. 그냥 평소 타던 차 그대로라는 느낌이 강하다.

액티브 하이브리드 7에는 오토스탑 기능이 탑재됐다. 움직이다 제동을 해서 차가 완전히 멈추면 시동이 꺼진다. 다시 출발하기 위해 브레이크에서 발을 떼는 순간 다시 시동이 걸린다. 시동이 꺼져있는 동안 연료를 아끼는 것이다. 잠깐 차가 서 있는 동안 연료를 아껴봐야 얼마나 될까하고 비웃다간 큰 코 다친다. 가랑비에 옷 젖는다고 조금씩 아낀 연료가 큰 차이를 만든다. 원래 절약은 그렇게 하는 것이다.

차를 움직이면 V8 4.4 리터 엔진의 3 리터 엔진이 적용. 고배기량의 낮은 배기음을 느낀다. 굵직하면서도 낮은 엔진소리는 편안한 느낌을 주면서도 무게감 있는 반응을 보인다.

속도를 내면 순항하는 느낌을 준다. 편안하게 차에 실려 미끄러지는 기분에 저절로 눈이 감긴다. 편안하게 한 숨 자기에도 딱 좋은 차다.

가속 페달을 밟으면 엔진소리가 제법 올라온다. 굵고 낮은 소리에서 중간 톤으로 소리가 올라오며 엔진이 힘을 쓰고 있음을 알린다.

5.2m를 넘는 길이에도 회전반경은 생각보다 좁다. 유턴을 하고 차를 주차할 때 움직이기가 부담이 없다. 무게감 있는 가속감은 독특한 느낌을 준다. 465마력 71.5kgm의 토크. 어마한 힘이다. 럭셔리함과 하이브리드의 효율을 동시에 갖춘 재미있는 차다.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도심에서 유리한 측면이 있다. 회생제동장치 때문이다. 브레이크를 밟는 동안 마찰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바꿔 배터리에 충전하는 것이다. 브레이크를 자주 밟아야 하는 도심, 정체구간에서 오히려 유리한 면이 있다.

언덕에서 차가 밀리는 것을 막아주고 브레이크를 한 번만 밟으면 계속 브레이크를 작동시키는 오토홀드 기능도 있다. 운전자의 편의를 최대한 보장하기 위한 다양한 장치들을 도입한 것이다. 꽤 넓은 선루프가 눈길을 끈다. 시원한 개방감이 좋다. 버튼을 한번만 눌러도 선루프를 열수 있어 좋다.

시속 100km에서 rpm은 1400부근에 머문다. 여유 있는 힘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rpm이다. 전기모터와 V8 엔진이 내는 475마력의 힘을 8단 변속기가 잘 컨트롤해 높은 효율을 보여주는 것이다.

가속을 하면 뒷바퀴 굴림의 편안함과 안정감이 정직하게 드러난다. 시속 100km일 때 실내 소음은 83~86 데시벨을 가리킨다. 매우 조용한 수준이다. 일반 차는 같은 속도에서 95~99DB 정도를 보인다.

급가속을 하면 살짝 휠 스핀이 일어나지만 오래 끌지는 않는다. 또한 변속 시간도 빠르다. 지체하지 않고 바로 바로 시프트 업이 일어난다. 힘을 쓸 땐 확실하게 몰아주는 느낌이다. 레드존 7500rpm에 이르면 변속되면서 rpm이 떨어지지만 5500 아래로 내려가지 않고 가속을 이어간다. 때문에 가속이 매우 빠르고 힘 있게 이뤄진다. 시속 200km를 넘어서까지 잘 달렸다. 하이브리드라고 성능이 떨어지는 것은 아님을 제대로 보여주는 가속성능이다.

계측기를 통해 테스트한 결과 시속 100km를 가장 빨리 도달한 기록은 5.3초, 시속 200km는 17.31초 만에 터치했다. 그 이후에도 가속감은 죽지 않고 살아있었다.

제동력은 확실했다. 시속 100km에서 정지거리는 37.74m로 이때 정지시간은 2.97초였다.

서스펜션은 노면충격을 잘 걸러준다. 소프트한 승차감과 단단한 서스펜션이 조화를 이룬다. 과속방지턱을 지난 후에 잔 진동이 없다. 차의 흔들림을 느낄 수 없을 정도다.

액티브 하이브리드 7을 통해 만나본 BMW의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그리 어색하지 않았다. 기존의 내연기관차와 크게 다르지 않은 친숙한 느낌이다. 어차피 하이브리드 카는 시대를 건너가는 징검다리에 불과하다. 전기차, 연료전지차의 시대로 건너가는 중간 과정일 뿐이다. 하이브리드가 끝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메이커 발표 연비는 리터당 9.5km/L,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km당 253g이다. 하이브리드 카에 대한 기대가 높은 이들은 실망할지 모르지만 7시리즈에서 이정도의 연비를 구현했다는 점은 높이 평가할만하다.

오종훈의 단도직입

대형세단과 하이브리드의 궁합 문제는 생각해봐야 한다. 연비를 제법 좋은 수준까지 개선하기는 했지만 왜 하이브리드 카, 친환경차가 필요한지를 따져보면 대형세단과 하이브리드는 어울리기 힘든 궁합이 아닐까한다. 친환경차 철학의 문제이기도 하다. 현 단계에서 지구에 덜 해를 끼치는 차는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달린 대형 세단이 아니라, 작은 차, 디젤 차, 연비가 높은 차다. BMW가 하이브리드에 머물지 말고 속히 수소연료전지차로 넘어가야 하는 이유다.

크루즈 컨트롤은 정속주행만 가능했다. 7 시리즈인데 단순한 정속주행만으로 만족하긴 힘들다. 차간 거리 조절 기능 등이 더해진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시스템을 적용해야 하는 게 당연하거 아닌가?

시승 / 글 오종훈

yes@autodiar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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