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쉐의 가지치기가 눈부시다. 카이엔에 디젤과 하이브리드 버전을 내놓은데 이어 이번엔 파나메라에 V6 버전으로 두 개 트림을 추가했다. 파나메라 V6와 파나메라 4 V6가 그것이다. 기존 V8 모델 3개 모델에 새로 V6 두 개 모델을 더해 모두 다섯 종류의 파나메라가 포진하게 됐다.

지난해 9월에 출시했지만 도로에서 파나메라를 만나기는 쉽지 않았다. 최근 들어 서울 시내에서 간간이 눈에 뜨이는 것을 보면 판매도 점차 제 궤도를 찾아가는 듯하다. 새 모델 파나메라 V6는 좀 더 가벼운 모델이다. 실제 무게도 가볍고, 가격도 낮춰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좀 더 자주, 더 많이 파나메라를 도로에서 만날 수 있게 됐다는 말이다. 화제의 새 모델 파나메라 4 V6를 시승했다.

파나메라 V6는 후륜구동, 파나메라 4V6는 사륜구동 모델이다. 무광 재질의 도어 프레임이 눈에 들어온다. V8에서는 크롬으로 마감했던 부분을 무광재질로 변경했다. 원형 듀얼 머플러도 타원형으로 교체했다. 좀 더 안정감 있는 모습이다.

뭐니 뭐니 해도 마음에 와 닿는 것은 빵빵한 엉덩이다. 리어 휠 하우스를 둘러싼 부분의 볼륨감은 파나메라는 물론 모든 포르쉐 모델들의 공유하는 부분이다. 많은 사내들을 미치게 하는 포르쉐의 엉덩이다.

파나메라는 대단히 육감적인 몸매를 가졌다. 5m에서 3cm가 빠지는 길이, 1.9m를 훨씬 넘는 너비는 보통의 세단보다 훨씬 큰 보디다. 게다가 올록볼록, 들어가고 돌출된 라인이 매혹적이다. 키 크고 육감적인 몸매의 독일 미녀를 보는 기분이다. 뭇 사내들에게는 말한 번 걸어보고, 데이트 청하기가 쉽지 않을 듯한, 자존심 내세우며 도도한 여자 같은 파나매라4 V6 운전석에 앉았다.

운전석을 둘러싸고 있는 공간은 항공기 콕픽 저리가라할 정도로 많은 버튼들이 자리했다. 많지만 일목요연하게 정리돼 있어 일단 적응한 뒤에는 복잡하다는 느낌보다 잘 정돈됐다는 느낌이 강하다. 센터 터널과 센터콘솔은 위로 솟아올라 센터페시아와 연결되면서 좌우 시트를 확실하게 구분한다. 뒤도 마찬가지. 누가 봐도 4인승임을 알 수 있게 시트를 독립시켰다.

패들 시프트가 내장된 3 스포크 핸들은 자연스럽게 손에 잡힌다. 911 터보에 적용된 것과 같은 핸들이다. 손에 잡히는 느낌이 좋을뿐더러 패들시프트 버튼은 엄지손가락과 자연스럽게 마주한다.

도어를 열고 운전석에 앉으면서 입은 찢어진다. 가슴은 벌렁거리고 처음 1~2 분 동안은 시선을 어디 둬야할지 모르며 어쩔 줄 모른다. 차를 즐기고 좋아하는 사내들이 드림카를 만날 때의 반응이란 대게 그렇다.

왼 손으로 키를 돌려 시동을 걸고 조심스레 핸들에 손을 올렸다. 차와 사람이 교감을 시작하는 순간이다. 이그니션 키를 돌릴 때 터지는 힘 찬 엔진 소리는 이내 잦아들어 새끈 거리는 숨소리로 변한다. 의외로 조용한 엔진이다. 거친 숨을 몰아쉬며 있는 힘껏 달릴 때야 다이내믹한 엔진 소리를 마음 껏 내지르지만 아파트 주차장을 빠져나올 때에는 있는 듯 없는 듯 조용하게 미끄러진다.

핸들은 2.5 회전한다. 성능을 앞세우는 포르쉐에 어울리는 조금 타이트한 조향비다. 회전 반경도 의외로 크지 않다. 유턴을 하기에 좁아 보이는 길에서도 단 한 차례로 거뜬히 돌아나간다. 큰 덩치지만 움직임은 날렵하고 효율적이다.

풀타임 사륜구동의 지원을 받는 주행성능은 탁월한 안정성을 보인다. 가속페달을 밟으면 부드럽게, 하지만 강하고 빠르게 속도를 높여나간다. 300마력. 딱 떨어지는 최고출력은 6,200rpm에서 터져 나온다. 최대토크 역시 딱 떨어지는 400Nm(뉴튼 미터)다. 우리가 사용하는 토크단위로 바꾸면 40.8kgm. 대단한 파워다.

이 큰 힘을 더 효율적으로 만드는 것은 차의 무게. 기존 파나메라보다 30kg 이상을 감량했다. 공차중량 2,045kg으로 마력당 무게비는 6.8kg. 이 차의 제로백 타임은 메이커발표치가 6.1초(론치 콘트롤 사용 시 5.9초), 시승 도중 계측기로 직접 측정한 기록이 6.29초다. 론치 콘트롤을 이용해 얻은 기록이니 메이커 발표 보다는 조금 뒤지는 기록이다. 일반인들이 느낄 수 있는 정도의 기록이라 보면 된다.

론치 콘트롤은 포르쉐가 자랑하는 기능이다. 주행모드로 스포츠 플러스를 택한 뒤 브레이크와 가속페달을 함께 밟으면 rpm 이 3,000 부근으로 고정되면서 차가 가장 빠르게 출발할 준비를 하게 된다. 이 순간에서 브레이크에서 발을 떼면 가장 힘 있게 출발해 빠른 제로백 타임을 얻게 된다.

빠른 속도도 속도거니와 이런 절차 하나하나를 밟아가며 느끼는 쾌감 또한 무시할 수 없는 요소다. 다른 차에선 찾아보기 힘든 이 차만의 특성을 제대로 알면 남다른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넘치는 힘은 7단 더블클러치 트랜스미션(PDK)이 제대로 관리한다. 변속 타이밍을 빠르게 하고 힘의 손실을 최소화하는 더블 클러치는 자동변속기의 효율을 수동변속기 못지않게 해준다.

PDK는 오토 스타트 스톱 기능과도 연동한다. 운전 중 차가 정지하면 시동이 꺼졌다가 브레이크에서 발을 떼는 순간 다시 시동이 켜지는 것. 요즘에는 서울 시내버스에 이런 기능이 적용된 사례를 일부 볼 수 있다. 차가 정지하는 순간 힘차게 요동치던 엔진이 언제 그랬냐는 듯 얌전하게 꼬리를 내리며 시동이 꺼지는 느낌은 낯설고 묘했다. 연비를 향상시키고 배기가스를 줄이는 데에도 한 몫을 하는 시스템이다.

안정감은 이 차를 특징짓는 가장 핵심 요소라 할 만한다. 2.92m에 이르는 넓은 휠베이스와 사륜구동의 뒷받침, 그리고 포르쉐 다이내믹 섀시컨트롤 (PDCC) 메커니즘이 완벽한 조화를 이루며 차체를 컨트롤하는 덕분이다. 포르쉐의 이 같은 앞선 기술이 시속 200km를 넘나드는 고속에서도 탑승객을 불안하지 않게 해준다.

코너에서도 파나메라의 안정감은 사라지지 않는다. 마치 차 중심에 축이 박혀 있어 이를 중심으로 차가 돌아나가는 듯 흔들림 없이 코너를 공략한다. 사륜구동의 능력이기도 하거니와 여기에는 또 하나의 기술이 숨겨져 있다. ‘포르쉐 토크 백터링 플러스(PTV)’로 불리는 기술이다. 리어 액슬에 있는 디퍼렌셜을 통해 좌우 구동력을 가변적으로 전자제어 하는 것이다. 과감한 핸들링으로 다이내믹하게 차를 다루면 PTV도 더욱 적극적으로 개입한다. 핸들을 꺾으면 바로 뒷바퀴 안쪽 휠에 브레이크를 걸어 바깥쪽이 좀 더 원활하고 효율적으로 회전할 수 있게 만든다. 정확한 뉴트럴 스티어링을 확보함은 물론이다.

강력한 브레이크는 포르쉐의 자랑이다. 잘 달리는 차가 갖춰야할 기본은 제대로 서는 것이다. 최고의 자리에 오른 자가 겸손을 갖춘 것처럼, 파나메라의 브레이크는 2톤이 넘는 차를 정확하게 멈추게 한다. 자체 측정한 결과 시속 100km에서 완전 정지까지 제동거리는 36.19m로 제동시간은 2.84초에 불과했다. 대단한 제동력이다. 제동성능 그래프를 보면 급하게 꺾여 내려오던 그래프가 마지막 순간에 수평을 이루는 부분이 있다. 이 짧은 순간에도 파나메라의 브레이크는 정지하기 직전 마지막 순간에 약간의 시간여유를 두며 호흡을 가다듬는 것을 알 수 있다.

파나메라 V6는 1억2,250만원, 파나메라 4 V6는 1억3,560만원이다.

오종훈의 단도직입스티어링의 틸트와 텔레스코픽 기능은 수동이다. 성능을 높이기 위해 전동 부품을 뺐다는 설명이 파나메라에는 어울리지 않는다. 성능 못지않게 편의성, 프리미엄급의 고급스러움도 반드시 필요한 차가 파나메라다. 앞창의 반사는 심한 편이다. 폭염이 기승을 부리는 햇볕 쨍한 날에 시승을 하다 보니 앞창에 반사가 심했다. 윈드실드 경사가 크고 대시보드 윗공간이 넓어 피할 수 없어 보이기는 하지만 생각보다 반사가 심해 아쉬웠다.

오종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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