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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익은 SUV의 진면목을 만난다-싼타페 2.2 4WD MLX

대한민국 대표 중형 SUV로 손색없는 역사와 명성을 가진 싼타페. 일부 편의장치와 안전장비를 확대적용한 새 모델들로 진용을 짰다. VDC를 전모델에 기본장착하는 등 후하게 제품을 만들었다. 좀처럼 사람들이 찾지 않는 4WD 모델을 택해 시승한 것은 SUV의 진면목을 느껴보려는 욕심이었다. 시종일관 안정감 있게 달린 비결은 바로 VDC와 4WD였다.

시대를 앞서 사는 걸까. 2011년형 차들은 하나같이 2010년에 나온다. 그러니까 2010년에 2011년형 차를 타는 것이니, 이야말로 미래형 차다.

여기 싼타페가 있다. 지난 4월에 2011년형 모델로 나온 미래형 차다. 외형 변화는 거의 없고 안전 및 편의장치를 보강한 모델이다. 시승차는 2.2의 최고급 형으로 풀 옵션을 장착했다. 싼타페 2.2 4WD MLX 풀 옵션 모델을 탔다.

싼타페에는 엔진이 두 종류다. 둘 모두 디젤엔진으로 2.0과 2.2리터다. 2.0 엔진 차에는 사륜구동버전이 없다. 모두 앞바퀴 굴림이다. 4WD를 원한다면 2.2를 타야 한다. 사륜구동 모델의 비중이 싼타페는 10%가 채 안 된다.

현대차는 싼타페 신형을 내놓으며 옵션을 일부 조정했다. 주행안정장치인 VDC를 전 모델에 기본 장착했다. 도로 상태에 맞춰 차의 미끌림을 방지하고 구동력을 확보해 주행안정성을 높여주는 장치다. 위급상황시 차의 안정을 유지해 사고를 피하는데 유용한 안전장치. 현대차는 요즘 어지간하면 전 모델에 VDC를 기본 장착하는 추세다.

서스펜션에 들어가는 댐퍼도 진폭감응형에서 압력감응식으로 교체해 승차감을 높였다는 게 현대차 측의 설명이다. 액티브 에코와 크루즈 컨트롤도 추가됐다. 이를 동시에 작동하면 연료소모를 최소화하며 순항할 수 있다. 연비 최우선 모드인 셈이다. 타이어 공기압 장치, 웰컴기능, 원터치 트리플 턴 시그널, 전방주차 보조시스템, 리어 에어컨 등도 적용 트림을 확대했다. 당연히 가격은 올랐지만 새로 적용한 편의장치의 가치에 비하면 가격 인상폭은 크지 않다고 현대 측은 강조했다.

디자인은 그대로다. 사실 싼타페의 디자인은 이미 익을 대로 익었다. ‘싼타페 더 스타일’ 이라는 이름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스타일리시한 모습에 손을 대지 않은 건 잘한 일이다. 넓은 선루프와 탁 트인 앞 뒤 시야는 시원스럽다. 옆 창의 숄더라인은 운전자의 어깨 아래로 내려왔다. 개방감이 큰 레이아웃이다.

배기량 2,199cc 엔진은 3,800 rpm에서 정확하게 200마력의 최고출력을 낸다. 최대토크는 44.5kgm/1,800~2,500rpm 이다. 엔진은 eVGT R 엔진이다. 쏘렌토R 올라간 것과 같은 엔진. 전기모터로 전자제어 되는 가변용량 터보자처 방식이다. 가속응답성이 좋고 배출가스 저감에도 효과를 내는 엔진이다.

변속기는 6단 자동변속기다. 게이트 타입의 H매틱 방식으로 수동변속기능을 가졌다.

도로 위에 차를 올려놓고 정지 상태에서 가속페달을 끝 까지 밟았다. 살짝 휠 스핀이 나는가 하더니 이내 구동력을 발휘하며 달려 나간다. 힘이 느껴지는 가속이다. 기세 좋게 달려 나가던 차는 그러나 시속 140에 걸려 속도가 더 나지 않는다. 가속페달은 한참 여유가 있는데도 더 이상 가속은 일어나지 않았다.

언듯 보면 비정상적인 상황이지만 이는 액티브 에코 기능이 작동하면서 고속주행을 차단하기 때문이다. 연비를 최우선으로 하는 액티브 에코 기능은 정해진 속도인 시속 140km 이상을 허락하지 않았다.

더 빨리 달리고 싶으면 액티브 에코 기능을 꺼야 한다. 이를 해제하면 비로소 시원한 가속이 끝까지 이어진다. 초반에 폭발적인 가속은 시속 140km 이후로 둔화되고 170km/h를 넘기면서는 현저하게 탄력이 줄어든다. 160km/h에서부터는 바람소리도 커진다. 바깥바람이 안으로 파고드는 것이다.

시속 180 넘기면 가속 그래프는 거의 수평을 유지한다.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최고속도 190km/h를 겨우 터치했고 그 이상 속도를 올리지는 못했다. 하긴 풀타임 4WD인 SUV에 시속 200km를 요구하는 것은 의미 없는 집착이다. 이 정도 고속으로 달리는 것으로도 이미 충분히 만족할만하다.

계측기로 측정한 이 차의 가속성능은 제로백 9.37초, 161.89m였다. 최고속도는 시속 190km로 50.15초, 1977.94m가 소요됐다.

빠르게 달릴 때 차의 자세는 크게 불안하지 않았다. 차 높이가 있어 바람소리는 좀 들렸지만 차의 안정감은 우수했다. 댐퍼를 개선한데다 풀타임 사륜구동방식이어서 불안하지 않고 편안하게 고속주행을 할 수 있었다.

크루즈 컨트롤을 시속 100에 고정했다. 내비게이션이 말하는 속도와는 5키로의 오차가 있다. rpm은 1700을 조금 상회한다. 6단변속기를 사용해 엔진 회전이 비교적 낮은 속도에서 100km/h를 커버한다. 시속 100km를 유지하며 기어를 계속 낮췄다. 5단 2,200, 4단 3,200rpm이다. 정지 상태에서 가속을 이어가면 40, 70, 100, 130, 180km/h에서 각각 시프트 업이 일어난다. 각 단이 커버하는 속도 폭이 좁다. 기어비가 촘촘해 변속 폭이 좁은 것.

공차중량 1890kg. 차의 무게가 있어 제동할 때 부담이 된다. 하지만 과감하게 브레이크를 밟으면 의외로 괜찮은 제동력을 보인다. 제동거리 43.26m, 제동시간은 3.03초다. 물론 늘 이 같은 결과를 얻는 건 아니다. 수차례 테스트한 중에서 최고의 데이터를 뽑은 것이다. 브레이킹 포인트를 잘못잡거나, 힘 조절을 잘못하면 제동거리는 늘어난다.

코너에서도 상시사륜구동 플러스 VDC의 위력은 빛났다. 매우 급하게 굽은 내리막 코너를 부담 없이 돌아나갈 수 있었다. 높이가 낮은 승용차와 크게 다르지 않은 속도로 빠르게 돌아나갈 수 있다. 차는 더 속도를 낼 수 있지만 높은 차가 기울어지는데서오는 운전자의 불안함과 기량부족이 아니면 더 빠른 속도로 낼 수 있었을 것이다.

오프로드 잠깐 올라섰다. 차 앞부분이 하늘을 향해 올라갈 것처럼 심한 경사로에서 트랜스퍼를 록으로 세팅하고 다시 출발했다. 때마침 살짝 비가 내려 흙길이 미끄러운데도 타이어는 밀리지 않고 찰지게 노면을 물고 움직였다. 역시 사륜구동이다. 개인적으로 사륜구동 시스템을 무척 좋아한다. 특히 오프로드에서 미끄러운 노면을 단단히 물고 늘어지는 사륜구동의 끈질김은 한 번 맛보면 빠져들 수밖에 없는 매력이 있다. 안타까운 것은 무늬만 SUV인 2WD SUV들이 절대 다수를 차지한다는 사실이다. 싼타페 판매량 중 4WD가 차지하는 비율은 10%가 채 되지 않는다.

사륜구동의 맛에 빠져 들기에는 현실적 장벽이 큰 탓이다. 이륜구동에 비해 무겁고, 기름도 더먹고, 고장 위험도 크다. 대신 오프로드에서 잘 달리고, 일반 포장도로에서도 훨씬 안정감 있게 달릴 수 있다. 특히 코너에서의 안정감은 사륜구동차가 월등히 좋다. 눈길 빗길 등 도로상태가 안 좋을 때 이륜구동 차들이 애먹을 때에도 보란 듯이 움직일 수 있는 게 사륜구동차의 매력이다. 갈수록 기후변화가 심해지면서 사륜구동차의 매력은 더 커질 것이다.

SUV에서 굳이 사륜구동이 아니어도 좋겠다는 생각은 현실적이기 보다는 경제적인 선택이다. 어쩌면 사륜구동을 꼭 고집해야하는 게 현실적인 생각일지 모른다. 올 겨울엔 폭설이 내리지 않아야 하는데 하고 하늘만 쳐다볼 게 아니라, 폭설이 와도 움직일 수 있는 차를 준비해야 하는 게 현실적인 생각 아닐까?

싼타페의 사륜구동은 전자식이다. 실시간 모니터링으로 상황에 맞춰 구동력을 배분한다.

HID 헤드램프, 크루즈 컨트롤, 타이어 공기압 경보, 하이패스 겸용 룸미러. 등 많은 편의장치들이 적용됐다. 핸들에는 크루즈 컨트롤 버튼이 있고, 전화 걸기 버튼, 오디오 버튼도 핸들에 있다. 핸들을 잡은 채로 여러 편의장치를 조정할 수 있어서 좋다.

내비게이션은 모젠까지 연동된다. 내비게이션의 활용 폭이 훨씬 넓어진다. 원격제어, 도난시 위치추적 등 여러모로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모젠도 사륜구동 시스템처럼 입지가 그리 넓지 않다. 다양한 IT 기술이 나오면서 비싼 돈 들이지 않고도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장치들이 많아지고 있어서다.

싼타페는 세련된 디자인만큼 성능도 알찼다. 시간이 흐를수록 농익어가는 완성도 높은 모습을 느낀 시승이었다.

오종훈의 단도직입

비싸다. 싼타페의 가격은 2590만원서 부터다. 풀 옵션을 장착하면 3,000만원을 훌쩍 넘는다. 부담스럽다. 중형 SUV라고 ‘중형’ 기대를 하면 마음 상한다. 중형이지만 가격은 대형인 셈이다. 새 차를 출시하며 가격을 높여온 현대차의 행태가 이제 거의 한계에 이른 게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 2.0 모델에서 에서 사륜구동을 만날 수 있다면 가격은 조금 더 낮출 수 있지 않을까. 아니면 일부 옵션을 빼더라도 좀 더 낮은 가격에 이 차를 탈 수 있으면 좋겠다.

시승/글 오종훈

yes@autodiar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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