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다이어리

홍보실을 둘러싼 현대차의 내부갈등, 그리고 거짓말

현대차는 왜 홍보대행사를 선정했을까요. 그리고 왜 이를 숨기려할까요.


현대자동차는 최근 ‘히어로 영상으로 소비자 눈길 주목!’이라는 내용의 신형 아반떼 관련 보도자료를 홍보대행사 프레인을 통해 언론에 배포했습니다. 100여명의 인력으로 ‘홍보실’을 따로 갖춘 현대차가 홍보실 아닌 홍보대행사를 통해 언론에 보도자료를 배포하는 일이 일상화되고 있는 느낌입니다. 자체 홍보실이 있는데 왜 대행사를 써서 홍보를 하고 있을까요.


현대차는 지난 4월 ‘투싼 ix와 캐논의 스왑광고’ 관련 보도자료를 홍보대행사 프레인을 통해 배포했습니다. 이후 ‘신형 아반떼 QR 코드로 베일 벗다’ ‘세상에 없던 아반떼를 더욱 알뜰하게 만나는 마지막 기회!’ ‘신형 아반떼 브랜드 페이지뷰….’ ‘….아반떼라 부르는 것은 아이러니?’ ‘히어로 영상으로 아반떼 주목’ 등의 자료가 대행사를 통해 나왔지요. 이쯤되면 홍보대행사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을텐데요.


하지만 현대차는 공식적으로 이를 부인하고 있습니다. 서자인 홍길동을 아들이 아니라고 부인하는 홍판서같습니다.


현대차 고위 간부는 홍보대행사를 쓰는 이유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홍보대행사를 쓰지 않는다”고 단박에 부인했습니다. 거짓말입니다.프레인이 현대차 홍보대행사 자격으로보내는 현대차 관련 보도자료는 많은 기자들이 받아보고 있습니다. 이를 알만한 위치에 있는 고위 임원이 왜 이를 부인했을까요. 현대차 홍보실 임원도 “모르는 일이다.”고 대답했습니다. 홍보실 직원의 반응이 재미있습니다. “대행사를 쓴 게 맞다면 우리 밥줄이 끊기는거냐”는 것이었지요.


문제는 현대차의 홍보와 마케팅 조직간 갈등에 있다는 분석입니다. 현대차의 홍보조직은 기아차의 홍보를 함께 맡고 있습니다. 현대차 홍보실이 아니라 현대기아차 홍보실인 거지요. 두 회사의 홍보를 한 부서에서 떠맡고 있습니다.


현대차의 홍보를 보다 적극적으로 해주기를 바라는 현대차 마케팅 부문의 입장에서는 홍보팀의 지원이 성에 차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쏘나타가 K5에 비해 나은 점이 무엇인가” 혹은 “아반떼가 포르테보다 뭐가 좋은가”라는 질문에 현대차 홍보실은 속 시원하게 대답하지 못합니다.


뿐만 아니라 쏘나타 판매가 K5에 뒤지면서 홍보실에 대한 내부 불만이 커지고 있습니다. 현대차 자동차에 대한 언론의 관심이기아차에 못미친다는 불만도 그중 하나입니다. 기아차 까지 커버해야 하는 홍보실이 현대차의 내부 요구에 충실히 따라주지 못했다는 것이지요. 그래서 마케팅실에서 홍보대행사를 썼고 이를 통해 별도의 홍보전략을 펼치고 있다는 것이지요. 홍보에 대한 회사 내부의 요구를 해결하지 못하는 내부갈등이 두 개의 홍보라인을 만든 셈입니다.


현대기아차가 실질적으로 한 집안이든 아니든 소비자는 상관없는 일입니다. 쏘나타와 K5 중에서 좋은 차를 고르면 되는 것이지요. 그 소비자를 잡으려면 현대 기아차는 좀 더 치열하게 경쟁해야 할 것입니다. 그게 시장입니다.
현대기아차는 지금같은통합 홍보실 체제가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는 지금의 시장에 맞는지를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것입니다.


또 하나, 거짓말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홍보대행사를 통해 보도자료를 받아보는 기자가 뻔히 알고 묻는 질문에 책임 있는 임원이 “대행사를 쓰지 않는다”고 거짓말을 하면 참 곤란합니다.대답하기 곤란하면 그냥 노코멘트 하는 게 맞습니다.


오종훈 yes@autodiar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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