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세데스 벤츠 코리아가 CGI 모델을 출시했다. E200 CGI 블루이피션시 아방가르드와 C200 CGI 블루이피션시 두 모델이다. 이중 E 200 CGI를 시승했다. CGI 엔진은가변식 밸브 타이밍과 터보차저를 얹은 1.8리터 가솔린 4기통 직분사 엔진이다. 직분사 엔진은 알려진바대로 연료를 실린더에 직접 분사한다. 혼합기를 이용하는 것보다 적은 양의 연료로 폭발 과정을 정밀하게 제어해 더 큰 힘을 얻을 수 있다. 벤츠는 물론 BMW, 현대기아차까지 직분사 엔진을 이용하고 있으니 바야흐로 직분사 엔진의 시대라 할만하다. E200이지만 엔진 배기량은 쩜팔, 즉 1.8리터다. 겨우 준중형급의 엔진으로 뽑아내는 최고출력은 184마력이다. 터보엔진을 사용했기 때문에 배기량에 비해 훨씬 큰 힘을 얻을 수 있다.

E200 CGI 모델 투입으로 E 클래스의 라인업은 더 두터워졌다. 모두 9개의 E 클래스 모델이 포진하게 됐다. 부리부리한 헤드램프 위로 방향지시등이 짙은 눈썹 처럼 자리했다. 주간주행등이 있지만 국내에서는 불법이다. 기껏 만들어놓은 장치를 그것도 안전에 도움을 주는 장치를 쓰지 못하는 건 아이러니다. 자동차와 관련 기술은 저만큼 앞서 달리고 있는데 법이 따라오지 못해 발목을 잡고 있는 형국이다.

선이 두드러지게 보이는 디자인이다. 측면에 그어진 선 하나가 눈길을 잡아끈다. 벤츠의 CLK 등 다른 모델에서도 유사한 선이 사용된다. 아마도 현대 쏘나타가 벤츠의 디자인을 참조했을 것으로 짐작해본다. 선의 흐름이 유사하다. 하지만 분위기는 딴판이다. 선 하나로 분위기를 압도하면서도 절제있는 모습인 벤츠와 달리 쏘나타는 선을 너무 많이 썼다. 어지럽고, 고급스럽게 보이지 않는 이유다.

도어패널, 대시보드 등에 자리한 무늬목도 검정색 계열이다. 계기판에는 시계가 큼직하게 자리했다. 알피엠 게이지만큼 큰 사이즈다. 시계를 이렇게 크게 배치한 이유가 궁금하다. 패션의 완성 이라서? 글쎄 모를 일이다.

센터페시아는 잘 정돈됐다. 스위치들이 나열돼 있어서 원샷 원킬이 가능하다. 원하는 기능을 버튼 한 번 조작으로 가능하다는 말이다. 커맨드 시스템은 각 부분들을 유기적으로연결하고 있다.

가장 인상적인 부분 중 하나는 엔진소리다. 강하면서도 부드럽다. 기본적으로 힘있고 박력있는 소리인데 아득하게 멀리서 들린다. 소리를 잘 덮어서 실내 유입을 적절하게 포장했다. 절제된 소리여서 차의 성능을 짐작케 하면서도 편하게 들린다.

블루이피션시 기능은 전체적인 차의 효율을 끌어올리는 시스템이다. 연비를 높이고 에너지 낭비를 줄이는 벤츠의 시스템이다. 에어로다이내믹 디자인과 엔진관련 첨단 기술 등으로 연비를 개선하고 배출가스를 줄이는 데 포커싱을 한다.

럭셔리세단이어도 효율을 무시할 수는 없는 세상이다. 지구가 아픈데 큰 차 작은 차 가릴 수 없는 처지다.

80km 순항모드에서 무척 편안하다. 후륜구동의 추진력, 적당한 쿠션이 느껴지는 좋은 승차감. 창 밖 풍경을 감상하며 편안하게 달리는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는 속도다.

가속페달을 끝까지 밟으면 한 박자 쉬고 반응한다. 터보랙이다. 페달을 밟은 뒤 터보가 작동할 때까지의 시간차다. 배기가스를 이용해 터빈을 돌리는 터보의 기계적 특성이다. 터보의 특성을 솔직하게 드러내보인다.

시속 100에서 rpm은 2,000을 상회한다. 보통의 엔진보다 조금 더 엔진 회전수가 높다. 5단 변속기여서 6, 7단 변속기를 쓰는 엔진에 비해 회전수가 높은 것으로 보인다.

시속 120km에서 3000rpm을 맴돈다. 엔진은 잔잔하고 바람소리도 거의 없다. 다만 노면 소음이 조금 유입된다. 시속 140km에서도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시속 160km에서도 엔진소리는 크게 들리지 않는다. 잘 절제된 엔진 소리는시승동안 내내 인상적이다.

시트의 반응이 재미있다. 코너에서 G 포스를 인식하고 여기에 대응해 시트가 몸을 지탱해준다. 왼쪽으로 기울면 그쪽으로 공기를 집어넣어 운전자 몸을 지지해주는 것이다. 운전자의 몸을 안정시키는 것은 차의 안전과도 직결된다. 운전하는 동안 운전자의 몸은 차의 한 부분이다.

코너를 도는 맛이 짜릿했다. 속도를 높여도 차는 거뜬히 코너를 돌아나갔다. 다이내믹하다. 후륜구동의 적절한 앞뒤 무게배분으로 인한 안정감 있는 자세가 운전자의 자신감을 키운다. 터보랙을 지나 일단 가속을 시작하면 꾸준하게 속도를 올린다. 1.8 엔진에서 180마력이 넘는 힘을 뽑아 내는 게 대단하다. 거기에 고속에서도 죽지 않는 꾸준한 가속력은 상상 이상이다. 매우 인상적이다. 고속에서도 엔진이 힘들어하는 기색이 없다.

가속은 부드럽지만 확실하고 꾸준하게 속도를 올린다. 1.8이라고 믿기지 않는 완성도 높은 엔진 파워다. 직분사와 터보의 힘이다.

급제동하면 비상등이 스스로 깜빡이고 안전띠는 몸을 죄어준다. 운전자가 일일이 작동시키지 않아도 비상시에 대비해 차가 스스로 판단해 조치하는 것이다. 다시 가속페달을 밟으면 비상등은 해제된다. 차가 나를 지켜주는 느낌은 그리 나쁘지 않다. 급제동해도 생각보다는 얌전하게 멈춘다. S와 C 모드로 주행 상황을 선택할 수 있다. 스포츠와 컴포트다. 도로 상황에 따라, 운전자의 취향에 따라 선택하면 된다. 스텝트로닉 방식의 5단 변속기는 수동변속 기능도 있다. D 레인지에서 왼쪽으로 밀면 시프트 다운, 오른쪽으로 밀면 시프트 업이다. 1단에서 시속 60까지 커버한 뒤 2단으로 변속된다. 2단에서는 100km/h, 3단에서는 150km/h, 4단은 200km/h 까지 각각 커버한다.

어탭디브 브레이크 라이트, 어댑티브 라이트 시스템, 주의력 어시스트 등의 편의장치들은 운전자와 차의 안전을 지원하는 기술들이다.

벤츠로 이 차를 본 이들은 기대에 크게 어긋나지 않는 성능과 승차감을 느낄 것이다. 1.8 엔진으로 이 차를 본 이들은 기대 이상의 성능에 놀랄지 모른다. 배기량을 훨씬 뛰어넘는 힘에 시종일관 압도당한다. E200 CGI는 모범생의 전형이다. 노력파다. 크지 않은 배기량이지만 벤츠 가문의 구성원으로 그에 걸맞는 성능을 보이려는 치열한 노력의 결과가 오늘 시승한 이 차다.

오종훈의 단도직입벤츠는 CGI를 장착해 연비가 우수하다고 했지만 그렇지 않다. 이 차의 연비는 10.8km/l, 3등급이다. 1.8 리터 엔진의 연비로는 아쉽다. 배기량의 한계를 극복하려고 터보를 달고 성능을 보완하느라 연비는 기대 이하가 됐다.
내비게이션은 화가 날 지경이다. 벤츠라는 세계 톱브랜드 세단에 모니터 해상도도 형편없고 터치 스크린도 안돼는 수준이하의 내비게이션이 어떻게 장착될 수 있는지 의문이다. 한국의 소비자들을 무시하는 일이다. 이래선 안된다. 메르세데스 벤츠 코리아는 각성해야 한다. 하루 속히 내비게이션 문제를 해결해야 할 것이다. 지켜보겠다.

엔진형식 직렬4기통 가솔린 직분사최고출력 (마력/rpm) 184 / 5,250최대토크 (kgm/rpm) 27.5/1,800~4,600구동방식 FR트랜스미션 5단 AT0-100km/h (초) 8.2연비(km/l) 10.8길이x너비x높이(mm) 4,870×1,855×1,465승차정원 (명) 5가격(만원) : 6,550사진 / 이승용www.cameraey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