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정부품’이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소비자보호원이 소비자 5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우리가 흔히 순정부품으로 알고 있는 OEM 부품을 ‘정부공인기관이 품질검사를 하고 품질을 인증한 부품’으로 잘못 알고 있는 비율이 27.2%에 달했다. ‘부품제조업체’(4.4%)나 ‘민간인증기관에서 인증하는 제품'(1.4%)으로 오인하고 있는 비율을 합하면총 33.0%나 잘못 알고 있는 것으로나타났다.자동차 제조사가 품질을 인증하고 책임 공급하는 부품으로 제대로 알고 있는 이들도 67%로 많았다.


문제는 순정부품에 대해 잘못 알고 있는 이들이 생각보다 많다는 데 있다. 자동차 메이커에서는 반드시 순정부품을 사용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순정은 좋고 비순정은 나쁘다는 인식을 전하고 있는 것이다.


정확한 용어를 사용하면 아무 문제 없다. 먼저 순정부품이라는 말을 사용해선 안된다. 오해를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다. 연애소설에나 나올법한 ‘순정’이라는 말에서 오해가 비롯됐다. 아름답고 고위하고 깨끗한 이미지를 가진 ‘순정’ 이라는 단어를 사용해 순정부품은 좋은 것이고, 비순정부품은 나쁜 것이라는 그릇된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메이커 인증 부품’과 ‘일반 부품’으로 표기하면 의미가 정확해진다. ‘메이커 인증 부품’은 자동차 메이커가 인증하고 책임지는 부품이다. ‘일반 부품’은 그렇지 않은 부품이다. 메이커의 인증을 받지 못했다고 일반 부품이 품질에 문제가 있다고 볼 수는 없다. 부품회사의 품질 관리 기준이 있고 정부의 품질표준에 맞춰 생산된 제품이라면 믿을 수 있는 제품이라고 봐야 한다.


상신 브레이크의 제품이 현대모비스를 통해 현대자동차로 공급이 되면 인증부품이 되는 것이고 엔카나 카포스 등을 통해 판매되면 일반부품이 되는 것이다. 이처럼 같은 부품이 메이커 인증 부품으로 팔리면 메이커의 이익이 커지지만 일반부품으로 팔리면 부품제조사의 이익이 커진다. 중소기업의 발전을 위해서는 일반부품 유통이 활성화되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근거다.


현명한 운전자라면 일반 부품 사용을 회피하지 않고 잘 따져보고 판단해야 할 것이다.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시장을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대기업인 자동차 메이커들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부품제조업체들이 마음 놓고 자사 제품들을 유통시킬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출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소비자와 부품회사 모두가 이익이 되는 길이기 때문이다. 일반 부품을 유통시킨다고 해서 메이커 인증 부품 공급에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부품의 성능과 품질을 검사하고 인증하는 기관의 설립도 중요하다. 이 기관은 소비자들이 믿을 수 있도록 품질 기준을 제시하고 관리하는 소임을 맡아야 한다.


무엇보다 먼저 해야 할 일은 ‘순정’ 이라는 말을 쓰지 못하게 해야 한다. 순정부품이라는 말만 사라져도 일반부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은 훨씬 좋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오종훈 yes@autodiar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