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혀 새로운 차가 나왔다. 세단도 쿠페도 SUV도 아닌 엉뚱한 차다. 아니다. 세단이면서 쿠페이자 SUV인 차라고 하는 게 낫겠다. 바로 BMW 그란투리스모다.

그란투리스모는 이탈리아 말이다. 영어로는 그랜드투어링카, 혹은 그랜드 투어러로 부른다. 줄여서 GT카로 표기한다. 고성능이면서 장거리 여행에 적합하도록 세팅한 차를 GT카로 부른다. GT카의 유래는 오래 전으로 거슬러가야 하지만 멀리가지 말자. 작년에 론칭한 포르쉐 파나메라가 대표적인 GT카다. BMW GT는 파나메라의 뒤를 이은 GT라고 보면 되겠다.

처음 이 차를 만났을 땐 당황스러웠다. 뭐라고 딱히 정의내리기 힘든 보디 스타일 때문이다. 굳이 말하자면 세단과 쿠페, SUV 등 여러 장르가 섞인 퓨전 스타일이다. 여러 가지 생각이 든다. 도대체 이 차의 정체는 뭘까. 단도직입으로 물어본다. “누구냐 너”

그란투리스모 익스클루시브를 건네받았다. 앞모습은 속일 수 없다. 키드니 그릴과 엔젤램프는 “나는 BMW다”라고 말하고 있다. 옆모습은 유니크하다. 높이만 낮추면 쿠페 그대로다. 하지만 낯설다. 수려한 용모를 가진 낯선 이를 보는 설레임을 느끼게 한다. 언뜻 X6의 모습도 보인다.

넓다. 운전석도 뒷좌석도 넓다. 7시리즈만큼이나 넓다. 머리 윗 공간도 여유 있다. 아이보리컬러 가죽이 실내를 밝게 만든다. 밝은 색 가죽은 때가 타서 싫다는 이들이 있다. 일리 있는 얘기다. 하지만 반대일수도 있다. 때가 타면 티가 나서 바로 닦아낼 수 있다. 오히려 더 깨끗한 실내를 유지할 수 있다.

계기판은 잘 정돈됐다. 운전할 때 더 유용한 것은 헤드업 디스플레이다. 거리정보, 내비게이션 정보, 도로 정보 등이 앞창에 뜬다. 잘 보인다. 차선이탈 경보장치와 크루즈컨트롤 안내도 헤드업 디스플레이에 뜬다.

10.5인치 대형 내비게이션화면은 시원하다. 그래픽도 깨끗하고 엔터테인먼트 기능을 즐기기 위안 죠크셔틀과의 일체성, 조작성이 좋다. 독일이 직접 개발한 K내비다. 차의 완성도를 높이는데 큰 몫을 하는 내비게이션이다. 수준이하인 벤츠의 내비게이션과 대비된다.

차선이탈경보장치는 깜빡이를 켜지 않고 차선을 밟으면 핸들이 부르르 떤다. 운전 똑바로 하라는 메시지다. 앞차와의 거리가 가까워지면 스스로 계기판과 헤드업 디스플레이에 경고등이 뜨며 스스로 제동한다. 안전운행에 도움을 주는 유용한 기능들이 하나씩 두 개씩 헤드업 디스플레이에 더해진다. 진화하는 것이다.

지붕은 시원하다. 선루프가 널찍하게 자리해서다. 지붕 면적의 80% 정도를 선루프가 차지한다. 선루프는 두 차례에 나눠 열린다. 버튼을 한 번 누르면 중간에 걸릴 때까지 한 차례 열리고 그 다음 버튼을 누르면 완전히 열린다.

트렁크가 열리는 방식은 두 가지다. 세단처럼 트렁크만 열 수도 있고 해치백처럼 뒤창까지 함께 열 수도 있다. 재미있는 아이디어다. 실용적이기도 하다.

엔진은 직렬 6기통 엔진이다. 3.0리터 직분사 엔진에 트윈터보를 얹었다. 여기에 최신의 8단 자동변속기를 얹어 효율을 극대화했다. 40.8kg.m의 토크, 308마력의 힘은 숫자로 볼 때보다 몸으로 느낄 때 더 리얼한 힘을 보여준다.

액티브 크루즈 컨트롤 기능에는 차간 거리를 유지하는 기능이 있다. 차간 거리를 좁게, 혹은 넓게 정할 수 있다. 좁혀지면 스스로 제동까지 일어난다. 잠깐 한눈을 팔고 브레이크 타이밍을 놓쳐도 차가 스스로 속도를 줄여 안전에 도움이 된다. 하지만 이를 믿고 운전을 소홀히 해 선 안 된다. 이들 장치는 어디까지나 보조장치다. 운전은 운전자가 안전하고 완전하게 해야 한다.

코너링에서는 차가 노면에 착 달라붙은 것을 직감한다. 여유가 있다. 차체를 여유 있게 지탱해주는 단단한 하체를 감각적으로 느끼게 된다. 서스펜션과 타이어를 통해 전해지는 단단함이 제대로 느껴진다. 과속방지턱도 부드럽게 넘는다. 충격을 잘 흡수한다. 잔 진동은 찾아볼 수 없다. 쇼크는 한 차례로 끝낸다.

306마력의 힘은 대단하다. 3.0 엔진에 직분사, 터보를 더해 파워풀한 힘을 낸다. 한계상황까지의 힘을 뽑아내 쥐어짠 극대화된 효율이다.

마음에 드는 건 엔진사운드다. 평소에는 매우 여유 있고 조용한 엔진 소리다. 가속페달을 깊게 밟으면 실내로 유입되는 엔진 사운드가 야무지다. 하이톤의 소리가 귀를 자극하며 차의 성능을 그대로 전한다. 엔진 소리를 들으면 피가 뜨거워지는 걸 느낀다. 매우 자극적이다. 찢어지는 엔진소리와는 다른, 잘 튜닝된 엔진사운드라 듣기가 매우 좋다. 펀투 라이브를 제대로 느낄 수 있게 세팅했다.

실내는 조용했다. 잡소리는 거의 없다. 가속할 때 엔진소리, 고속주행때 바람소리 정도가 들린다. 이밖에 기타 잡소리는 실내로 들어오지 않는다.

변속레버 주변에 몇 개 기능이 자리하고 있다. 다이내믹, 스포츠 플러스, 스포츠, 노멀, 컴포트로 주행 모드를 조절할 수 있다. 다이내믹 드라이브 컨트롤이다. 여기에 맞춰 엔진과 변속기 서스펜션들이 조화를 이루며 차의 상태를 변화시킨다.

사이드뷰와 탑뷰도 있다. 사이드 뷰 버튼을 누르면 앞 범퍼 좌우를 보여준다. 차 앞은 보여주지 않는다. 후진 기어를 넣으면 탑뷰가 작동한다. 카메라가 차 지붕 위에서 내려찍는 것처럼 차의 양옆과 뒤를 보여준다. 이것만 보면서도 주차할 수 있을 정도다. 하지만 그동안 운전하던 습관 때문에 좌우 사이드미러와 룸미러를 안볼 수는 없다. 결국 봐야 될 게 하나 더 늘었다

D 레인지에서 시속 100km에 맞춰 정속주행했다. rpm은 1500이다. 8단 변속기가 매우 적은 힘으로도 시속 100km의 속도를 뽑아내고 있다. D에서 수동모드로 레버를 옮기면 2000rpm이다. 7단과 같다. 6단에서는 2400, 5단-3000, 4단-3000, 3단-5000 rpm을 각각 마크했다.

수동모드로 출발하면 1단은 60km/h, 2단은 90km/h, 3단은 140km/h, 4단은 180km/h, 5단은 235km/h까지 각각 커버한 뒤 시프트업이 일어났다. 수동변속 반응은 매우 빠른 편이다. 변속하면 바로 반응한다.

이피션트다이내믹스를 빼놓을 수 없다. 성능을 포기하지 않고도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하려는 BMW의 고집이 만들어낸 작품이다. 엔진 힘을 한 방울도 허투루 쓰지 않으려는 자린고비정신이 바탕에 깔렸다. 브레이크의 제동에너지를 다시 활용하고, 분리형 에어컨 컴프레서, 구름저항을 줄인 타이어 등을 적용하는 것이 모두 이피션트 다이내믹의 영역이다. 그 덕에 공차중량 1940kg의 무게에 300마력이 넘는 출력을 갖추고도 유럽기준으로 11.2km/l의 연비를 확보할 수 있었다. 대단한 일이다.

BMW 그란투리스모에서는 다양한 얼굴이 보인다. 양가집 규수 같은 프리미엄 세단의 정숙한 면모가 있는가하면, 극한으로 치닫는 뜨거운 열정을 가진 스포츠카의 피도 느껴진다. 높은 차체와 탁 트인 시야에서 도심형 SUV를 타고 있다는 착각도 어김없이 찾아온다. 시승을 마친 뒤 석양을 등지고 돌아오는 길. 지금 타고 있는 이 차가 도대체 어떤 차인지 다시 한 번 되묻게 된다. “누구냐, 너?”

오종훈의 단도직입사이드뷰와 탑뷰는 정면을 보여주지 않는다. 양옆과 뒤만 보여줄 뿐이다. 이왕 보여주기로 했다면 차 앞부분도 아낌없이 보여주면 좋겠다. 의외로 주차할 때 범퍼 끝을 가늠하기가 힘들다.

가속테스트스포츠 플러스 모드에서 0-100km/h 가속시간이 6.58초를 기록했다. 메이커가 발표한 제로백 타임은 6.3초. 거의 비슷한 수준이다. 비디오박스로 테스트를 하게 되면 대게 메이커 발표치와 1초 전후로 차이나는 것과 대조적이다. 결국 차의 제원이나 성능 수치의 오차폭이 좁다는 말이다.

제동테스트시속 100km에서 급제동을 하고 정지할 때까지의 거리는 40.14m. 시간은 2.82초다. 차의 무게를 감안했을 때 제동시간이 3초가 안 걸리고 40m만에 정지했다는 것은 대단한 제동력이다. 306마력의 힘을 제대로 컨트롤하는 제동장치다.

사진 / 이승용www.cameraey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