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시스 쿠페 2011년형 모델이 출시됐다. 6월 1일에 시장에 나왔으니 무척이나 성질이 급한 놈이다. 2011년을 무려 일곱 달이나 남겨놓은 시점에 나왔으니 말이다. 아직 이렇다 할 국산 스포츠카가 없는 마당에 제네시스 쿠페는 그야말로 ‘얼굴’을 세워주는 모델이다. 현대차의 얼굴은 물론 한국의 자동차 산업에서도 스포츠 쿠페로 독보적인 존재를 과시하는 모델이다. 스쿠프로 시작한 쿠페의 역사가 20여년의 세월을 지내며 제네시스 쿠페에 까지 이르고 있음이 대견하다. 90년대 초, 스쿠프 알파를 시승하며 터보의 가속감에 감탄하던 때가 생각난다.
제네시스 쿠페가 처음 세상에 나온 것은 2008년 9월이다. 스쿠프와 티뷰론, 투스카니의 계보를 잇는 모델이지만 전혀 다른 모델이기도 하다. 정통 후륜구동방식의 고급 스포츠카를 지향하는 차이기 때문이다. 국산차중 후륜구동 스포츠 쿠페는 이차, 제네시스 쿠페가 처음이다.
제네시스 쿠페 2011년형의 변화는 인테리어에 집중됐다. 미끈하게 잘 빠진 익스테리어는 그대로 두고 상대적으로 취약했던 인테리어를 보강한 것이다. 재질과 컬러를 고급스럽게 꾸몄다는 게 현대차의 설명이다. 물렁한 재질을 적용해 스크래치가 잘 난다는 지적을 받아온 센터페시아 등에 좀 더 단단하고 흠집에 강한 페인트를 썼다. A필러는 니트로 감쌌고 진공성형공법의 도어트림을 적용했다.
측면과 커튼 에어백을 전 모델에 기본으로 장착한 것은 칭찬받아 마땅한 일이다. 안전에 관한 투자는 조금 과해도 된다. 요즘 현대차는 제네시스 쿠페 뿐 아니라 그랜저와 제네시스, 쏘나타 등을 교체하면서 이처럼 안전장비들을 강화하고 있다. 커튼 에어백을 기본으로 ‘깔아버리는’ 과감한 선택을 하고 있는 것이다. 제네시스 쿠페에는 액티브 헤드레스트까지 기본이다. 교통사고에서 가장 자주 발생하는 목 부상을 줄여주는 장치다.
후방주차 보조 시스템을 가장 아랫급 모델에도 기본적용했고 웰컴 라이팅을 새로 도입했다. 리어 휠 안쪽에는 플라스틱 가드를 적용해 주행 중 발생하는 소음을 줄였다.
훨씬 고급스럽고 안전해졌다고 할 수 있다. 실제 그랬다. 운전석에 앉으면 차분해졌다. 센터페시아의 은은하면서도 고급스러운 질감이 눈에 들어온다. 계기판의 테두리는 크롬으로 둘러졌다. 촉감이 좋을 뿐 아니가 보기에도 고급스러운 고휘도 다크메달 도장이 여러 군데에 사용됐다. 플라스틱이 물러간 자리에 고급스럽고 은은한 재질들이 도입됐다. 크게 보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디테일을 찬찬히 살펴보면 인테리어의 많은 곳이 전과 다름을 알 수 있다.
공장에서 막 나온 따끈한 모델로 골랐다. 시승차는 380 GT. 6단 AT에 선루프, 브렘보 브레이크, JBL 오디오, 운전석 파워시트 등이 적용된 최고급 모델이다.
3.8리터람다 엔진은 303마력의 파워를 쏟아낸다. 힘이 센 놈은 다루기 힘들 때가 있다. 가속페달을 깊게 밟으면 이 차가 그렇다. 고삐 풀린 말처럼 주체할 수 없는 힘을 어쩔 줄 몰라 한다. 살살 달래며 부드럽게 속도를 높이면 비로소 거친 호흡을 내뱉으며 순순히 따른다. 그래도 질주본능을 숨기진 못한다.직진안정성과 선회안정성은 모두 수준급이다. 놀랄만한 안정성을 바탕으로 차의 성능을 한 단계 끌어올리고 있다. 특히 고속주행안정성은 놀라운 수준이다. 차가 안정적이어서 몸이 느끼는 체감속도는 실제 속도보다 한참 낮다. 시속 150km 쯤으로 몸이 느낄 때 계기판을 보면 200km/h를 가리키고 있을 정도다. 스티어링은 2.8 회전을 하면 완전히 감긴다. 일반적인 3회전보다 낮다. 그만큼 예민한 조향감각을 가졌다.
시속 150km의 속도가 그리 빠르게 느껴지지 않는다. 이 속도에서 이 차는 가장 편안하다. 승차감도, 차의 거동도, 조향감도 가장 좋다.
저속에서는 오히려 불편하다. 딱딱한 서스펜션이 노면 충격을 덜 거른 채로 전달해 저속에서는 도로 상태가 안 좋으면 몸이 늘 떨린다. 텅텅 거리며 달리는 것이다. 하지만 속도를 끌어올리면 비로소 차는 안정감을 되찾고 부드러워진다. 고속주행에 포커싱을 한 차라는 걸 숨기지 않는다. 코너링에서의 밀착감도 우수하다. 타이어의 노면 그립이 확실하게 느껴진다. 조금 더 강하게 몰아쳐도 타이어와 차체는 충분히 받아주겠다는 느낌이 가속페달을 밟은 발로, 핸들을 잡은 손으로, 시트에 맞닿은 엉덩이와 허리로 전해진다.
150km/h를 넘기면서 풍절음이 조금씩 커진다. 적당한 속도감을 느끼게 해주는 소음이다. 엔진소리도 많이 신경 썼음을 느낀다. 귀에 감기는 강한 엔진소리가 여운을 남긴다.
힘을 쓰며 달리다 보면 차가 적당히 데워지고 부드러우면서도 예민해진다. 저속에서는 느끼기 힘든 고속 구간에서 확연히 달라지는 느낌이 있다. 마치 성감대에 반응하는 몸처럼 뜨겁게 달아오른 녀석의 몸은 확실히 매력적이다.
패들시프트는 손에 닿는 느낌이 좋다. 작동하기도 편하거니와 약해보이지도 않는다. 변속레버가 D에 있으면 패들시프트는 무용지물이다. 수동모드로 옮겨야 비로소 패들시프트가 제대로 작동한다. 변속레버의 위치와 상관없이 패들시프트 버튼을 조작하는 것만으로 수동변속이 되어야 한다. 그래야 비로소 진정한 패들 시프트라 할 수 있다. 시승을 하는 동안 내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차가 있었다. 인피니티 G37 쿠페. 제네시스 쿠페와 호적수가 되겠다는 생각이다. 후류구동방식의 쿠페 스타일, 스포츠카를 지향하는 성격, 스타일 등등의 특성이 서로 많이 닮았다는 느낌이다.
테스트 트랙에서 계측기를 이용해 실측했다. 0-100km/h 가속시간 베스트 기록은 6.42초로 메이커 발표치 보다 빠르게 나왔다. 일반인이 운전해도 메이커 발표 기록을 낼 수 있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다. 메이커 발표치보다 우수한 기록을 내는 일은 드물다. 제로백 가속거리는 103.02m. 시속 200km/h까지 속도를 내는 데에는 23.7초, 거리로는 870.77m가 걸렸다.
시속 100km에서 정지 시까지 시간은 2.65초, 제동거리는 36.94m가 최고 기록으로 측정됐다. 우수한 제동력이다. 스포츠카를 지향하는 쿠페인 만큼 우수한 동력성능에 이를 충분히 감당해내는 제동장치가 있음을 동시에 확인할 수 있는 테스트 결과였다.
오종훈의 단도직입 겨울에 약하다. 후륜구동인데다 섬머 타입의 브릿지스톤 포텐자 타이어를 썼기 때문이다. 최고의 그립력은 확보하기 위해 선택한 타이어지만 겨울엔 그립력이 현저하게 떨어진다. 당연히 겨울엔 타이어를 교체해서 써야 한다. 부지런하고 세심해야 이 차를 제대로 다룰 수 있겠다. 도어트림의 버튼은 도어 패널에 납작하게 붙어있어 손목을 비틀어야 조작할 수 있다. 불편하다.
시승/ 글 오종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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