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가 뉴 X5를 새로 내놨다. 전 모델에 8단 자동변속기와 이피션트 다이내믹스 기술을적용했고 범퍼의 모양이 살짝 바뀌었다. X5 x드라이브 50i, 35i, 30d로 가솔린 두 모델과 디젤 한 모델 등 총 세 가지 모델이 시판된다. X5 x드라이브 30d와 35i를 두 차례에 나눠 시승했다. 디젤인 30d 시승기를 소개하고가솔린 시승기는 별도 박스로 정리했다.

후임들의 휴가 날짜가 정해지면 말년 고참은 총 대신 다리미를 잡는다. 후임병들의 휴가복을 다리는 게 전역을 며칠 남겨둔 왕고참의 일이다. 교육도 훈련도 모두 열외하고 하루 종일 다리미와 씨름하며 다리고 또 다린다. 칼 같이 다려진 휴가복을 보며 그 옷 입고 첫 휴가 나갈 날을 손꼽는 낙으로 살았던 날이 생각났다. BMW X5를 보면서다. 칼주름 같은 선 하나 깔끔하게 그어놓은 옆모습은 간결하면서도 허투루지 않은 단정함이 있다.

X5는 여전히 크고 당당한 모습이다. 리어게이트는 더블 폴더 방식이다. 짐승의 아가리가 벌어지는 것처럼 리어게이트가 위아래로 나뉘어 열린다. 걸터앉기에 딱 좋다. 트렁크에는 스페어타이어 가 없다. 런플랫 타이어를 적용한 탓이다. 스페어 타이어가 있어야 할 곳에는 수납공간이 자리했다.

스티어링 휠은 조금 큰 듯하다. 핸들은 3바퀴를 조금 더 회전한다. 대시보드에는 고급스러운 나무 장식을 했다. 손이 느끼는 감각이 좋다. 차의 구석구석에 손이 닿을 때 느끼는 촉감, 질감이 수준급이다. 몸이 본능적으로 반응하는 느낌이 비교적 고급스럽다.

그중 하나, 바로 변속레버다. 손에 딱 들어오는 맛이 일품이다. 디자인도 다른 일반적인 변속레버와 달리 형이상학적 우아함이 있다. 아이드라이브를 조작하는 조그셔틀도 쓰기 좋다. 직관적으로 편하게 쓸 수 있다. 뒷좌석은 여유 있는 공간을 가졌다. 당연히 뒷좌석을 접어 트렁크를 넓게 쓸 수 있다.

개방감은 매우 좋다. 숄더라인이 낮아 창이 넓게 배치됐다. 개방감이 큰 구조다. 게다가 선루프도 넓은 면적으로 자리 잡았다. 지붕 면적의 3분의 2 정도가 선루프다. 선루프는 이중으로 열린다. 중간에 한 차례 스톱하면 다시 버튼을 눌러야 완전히 개방된다. 워낙 넓어서 그렇다.

시내주행에서는매우 편안하고 여유 있는 느낌이다. 프리미엄 럭셔리 SUV의 격조 있는 편안함이다.

차가 높아서 시야도 좋다. 시트 포지션이 높은데서 오는 불안감은 있다. 속일 수 없다. 대신 탁월한 서스펜션과 사륜구동이 그런 불안감을 상쇄한다. 훨씬 안정된 느낌을 받는다. 고속에서도 그렇다. 코너에서는 높이가 주는 압박이 조금 더 커진다.

8단 변속기는 우아하고 부드럽게 차를 끌고 나간다. 같은 힘을 여러 단계로 쪼개서 최적의 기어비를 세팅해 엔진의 힘을 최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해준다. 변속기의 단수는 같은 높이의 계단을 몇 단계로 쪼개느냐로 비유할 수 있다. 5단계로 쪼개는 것 보다 8단계로 나누어 올라가는 게 훨씬 부드럽고 힘을 덜 들이고 이동할 수 있다. 몸이 받는 흔들림, 쇼크도 적다. 8단 변속기가 그렇다.

245마력, 55.1kgm의 힘이 2톤이 훨씬 넘는 큰 덩치를 밀고 가는 힘을 운전자의 몸이 직접 느낀다. 진진고속에서의 안정감, 코너링에서의 한계성능이 높은 점은 사륜구동차의 장점이다. 그대로 X5의 특징이기도 하다.

강하지만 부드럽고 조용하다. 힘이 느껴진다. 시속 110km에서 약간의 바람소리 들어오지만 세단보다 우수한 정숙성, 밀폐감 등에서 고급스러움을 느낀다. 디젤 엔진이지만 실내는 정숙했다.

헤드업 디스플레이는 다양한 정보를 운전자에게 전해준다. 시간이 흐르면서 더 많은 정보를 세련되게 보여준다. 헤드업 디스플레이도 진화하는 것이다.

X5 30d의 가속감은 꾸준했다. 초반에 빠르고 치고 올랐고 속도가 일정 수준을 지난 뒤에도 지칠줄 모르고 속도를 높였다. 파워풀한, 지칠줄 모르는 힘을 가졌다. 차두리 닮았다. 로봇처럼 종횡무진 운동장을 누비는…

제동성능도 확실했다. 확실하게 차체를 제어한다. 성능에 앞서는 제동이다. 신뢰가 간다. 돌기물, 과속방지턱 등을 넘을 때 한 번에 쇼크를 잡는다. 잔진동, 2차 쇼크는 거의 없다. 서스펜션이 훌륭하게 걸러주는 것. 때문에 몸이 편하다.

뉴 X5에는 탑뷰시스템이 있다. 인피니티에서 봤던 라운드 뷰 시스템과 같다. 앞을 제외하고 양 옆 뒤를 위에서 내려다보듯이 모니터로 보여주는 것. 주차할 때 매우 유용하다. 앞이 안보이는 게 아쉽다.

하이빔 어시스트도 있다. 교외에서 야간에 하이빔을 켜면 대향차가 있을 때와 없을 때를 구분해 하이빔을 작동시킨다.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은 내비게이션이다. ‘K 내비’로 불리는 한국형 내비게이션. 독일 본사가 한국 시장을 위해 별도 개발한 시스템으로 차와 일체화되어 있다. 국내에서 별도로 추가하는 다른 수입차들의 내비게이션과는 확연히 다르다. 특히 조잡한 제품을 장착해 원성을 사는 벤츠의 내비게이션과 극적으로 대비된다. 한국 시장을 배려하고 소비자들을 생각하는 점에서 BMW의 자세는 칭찬받을 만하다. 적어도 벤츠 보다는 낫다. 서해안 바닷가 모래밭에 잠깐 차를 올려놓았다. 푸석거리며 타이어를 잡아먹는 모래위에서 X5는 조심조심 움직였다. 구동력을 잃지 않았다. 바로 사륜구동의 힘이다. 바퀴가 헛돌지않고 잘 움직이는 것은 BMW x 드라이브의 능력이다. 노면 상태에 따라 앞뒤로 토크 배분을 자동조절하는 방식이다.

누가 이 차를 몰고 거친 오프로드에 도전할까 하는 생각이 든다. 워낙 비싼 차 아닌가. 하지만 일단 오프로드에 도전한다면 저 몫을 다할 수 있는 차임을 한 눈에 알 수 있다.

날선 옆모습을 가진 이 차를 바라보면서 곧 다가올 휴가 일정을 고민해본다. 휴가를 함께 보내기에 더 없이 좋은 X5다. 물론 기름값 부담은 피할 수 없겠지만 말이다.

차범근 닮은 X5 35i3.5i 엔진 모델은 조용했다. 가솔린 엔진의 특성이 그대로 느껴진다.직렬 6기통 3.5i 엔진의306마력 파워 덕분에 2톤이 넘는 거구가가볍고 경쾌하게 움직인다.잔잔한 실내 느낌은 집안 거실에 앉아있는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킨다.고급스럽게 꾸며진, 방음이 잘 된, 그래서 그곳을 찾은 사람을 조금은 주눅들게하는 그런 거실말이다. 디젤 엔진 모델보다 확실히 조용했다.차는부드럽고 조용하다. 시속 110에세 알피엠은 1600정도를 마크한다. 부드럽고 정숙할 수 있는 것은 역시 8단 변속기의 힘이다. 큰 덩치를 밀고 가는 힘을 운전자의 몸이 직접 느껴진다. 빠르게 가속하면 스포츠카 못지않은 가속감을 보인다. 엔진이 거칠어지는 느낌 있지만 컨트롤 못할 정도는 아니다. 강한 가속력은 원할 때 언제든지 느낄 수 있다.스포츠카 못지 않은 안정감에 가속력을 갖췄다.힘이 느껴진다.

오종훈의 단도직입탑뷰는 앞을 보여주지 않는다. 이왕 도입한 거 앞에도 보여줬으면 더 편하지 않았을까. 차 폭도 너무 넓다. 커서 좋기는 하지만 차 폭이 넓어 좁은 데 주차할 때는 여간 부담스러운 게 아니다. 거의 2m에 달하는 너비가 부담스러울 때가 적지 않다. 특히나 서울같은 대도시에서는 그렇다. 어쩔 수 없는 숙명이지만 때로 불편한 건 사실이다.
시승/ 글 오종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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