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차는 부자들의 전유물이었다. 10년 전쯤 그랬다. 국산차보다 훨씬 비싼 차들만 수입돼서 팔렸다. 20년 전쯤에는 수입차를 타려면 용기가 필요했다. 수입차 뽐내고 타다가세무조사도 당하고 그랬다. 이젠 아니다. 누구나 수입차를 넘본다. 쏘나타 값에 살 수 있는 수입차도 있다. 그중 하나 닷지 캘리버다. 크라이슬러가 새로 내놓은 뉴 닷지 캘리버를 탔다.

크라이슬러는 닷지 캘리버를 MUV, 멀티 유틸리티 비클로 부른다. 현대차, 미쓰비시, 크라이슬러 3사가 공동 개발한 엔진을 장착한 모델로도 유명한 차다. 본격적인 시승에 앞서 이 차의 가격을 먼저 짚어야 한다. 가장 중요한 부분이고 이 차의 가장 큰 경쟁력이기 때문이다.

2690만원. 수입차중 가장 싼 수준으로 쏘나타 가격대에 살 수 있는 수입차다. 이 값에 수입차를 사다니, 귀가 솔깃하는 제안이다. 국산 중형차, SUV들과 본격적으로 경쟁할 수 있는 수입차다. 그만큼 수입차가 우리 곁에 바짝 다가와 있음을 말해주는 차다.

닷지는 남성적 브랜드로 튀는 디자인이다. 물소의 뿔을 형상화한 앰블럼부터가 심상치 않다.

닷지 브랜드가 고급은 아니다. 대중 브랜드다. 좀 더 많은 사람들이 합리적인 가격에 합리적인 기능을 즐길 수 있게 만든 차다. 가끔 허술한 부분이 보이지만 크게 문제될 건 없다. 가격이 단점을 커버한다. 가격대비 품질 기준으로 본다면 캘리버는 절대 부족하지 않은 차다.

캘리버는 SUV보다 낮고 세단보다 높다. 에어로 다이내믹에 크게 신경쓰지 않은 디자인이다. 직선 위주의 디자인이다. 투박할지 몰라도 실내는 여유가 있다. 숄더라인에 팔 걸치기 좋고 헤드 클리어런스도 여유 있다. 하늘을 볼 수 있는 선루프까지 있다. 캘리버의 실내에 앉아 있으면 어떤 압박감도 느껴지지 않는다. 편안함 그 자체다.

스티어링휠은 조금 크다. 세 개의 클러스터로 나뉜 계기판은 눈에 잘 들어온다. 센터페시아에는 모니터가 자리했고 그 아래 변속레버가 있다. 무단 변속기다. 내비게이션은 없다. 시중에서 적당한 제품을 골라서 쓰면 된다. 제품 구색 갖춘다고 소비자들이 전혀 만족하지 못하는 엉뚱한 제품을 쓰느니 차라리 선택권을 소비자에게 넘겨버리면 된다. 원하는 내비게이션을 소비자가 골라서 쓰게 하면 된다. 벤츠가 새겨 들어야할 대목이다.

캘리버는 앞바퀴 굴림 차다. 형태만으로 보면 사륜구동이지만 두 바퀴만 구동한다. 한국시장에서는 이런 차가 잘 먹힌다. 어쨌든 겉보기가 중요하다. 네 바퀴 굴림이 되는지 안 되는지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 있어 보이면 된다. 작은 차 보다는 큰 차가(엔진 배기량은 크게 상관없다) 사륜구동 기능은 없는 SUV가 잘 팔리는 게 한국이다. 그런 면에서 캘리버는 한국적인 차다.

특별한 상황에서는 구동방식이 중요하겠지만 일반적인 도로에서 일상적인 주행상황에서는 구동방식의 차이를 느끼기 힘들다. 물론 눈길, 빗길에서는 사륜구동이 앞선다. 앞바퀴 굴림이라 뒷좌석 바닥이 평평하다는 장점도 있다.

토크 스티어 현상도 나타난다. 가속을 하면 차가 한쪽으로 쏠리는 현상이다. 앞 차축의 좌우 길이가 다른데서 오는 앞바퀴 굴림 차의 전형적 특징이다.

현대차와 미쓰비시, 크라이슬러가 공동 개발한 엔진이다. 현대차는 세타엔진이라하고 크라이슬러는 월드엔진으로 말한다. 물론 공동개발은 기본 엔진까지이고 여기에 추가 기술을 적용해 각사가 최종적으로 사용하는 엔진은 조금씩 다르다. 캘리버에 적용된 엔진은 158마력, 직렬 4기통 가솔린 엔진이다. 강한 퍼포먼스형 엔진은 아니다. 일상 주행에 포커싱을 한 무난함이 미덕인 엔진이다.

80km 수준에서 타이어와 노면 마찰음이 실내로 유입된다. 바람소리는 의외로 덜 들린다. 차체가 높아 바람소리가 크게 들어올 체형인데 의외로 조용하다. 가속페달을 깊게 밟으면 약간의 엔진 부밍음이 들린다. 소리가 먼저 커지고 한 박자 뒤에 차가 탄력을 받는다. 뻥이 심한 허풍쟁이같다. 시속 100km에서 들어보면 엔진소리가 바람소리를 덮는다. 160km/h를 넘기면 가속이 쉽지 않다. 180km/h에 이르면 한계다. 더 이상 가속은 이뤄지지 않는다. 차체 형태와 무게, 엔진 출력 등의 구성상 이해할만한 부분이다.

엔진은 썩 조용한 것 같지는 않다. 가속페달을 밟을 때 커지는 엔진소리는 조금 거칠다. 차체가 높아 시야 확보는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전후좌후 충분한 시야를 확보할 수 있다.

시속 100km에서 rpm은 2000정도를 가리킨다. 일반적인 수준에 비춰봐도 엔진이 안정적이다. 변속쇼크는 없어야 하는데 가속할 때 쇼크가 전해 온다. 정교하게 잘 다듬어진 변속기가 아니라 거칠고 야생에 가까운 맛을 낸다. 가격은 저렴하지만 안전에 대해서는 양보하지 않았다. 2009년 미 교통안전국 충돌테스트 결과 운전석 조수석 모두 별 다섯을 받은 차다. 멀티 스테이지 에어백이 장작됐고 사이드 에어백도 있다.

비싸지 않은 값에 남다른 나만의 차를 사고 싶다면 구매 리스트에 올려도 괜찮을 차다.

오종훈의 단도직입무단변속기를 장착해 변속 쇼크가 있을 수 없는 데 변속충격이 생긴다. 시프트업 할 때 꽉 잡혀있던 게 확 풀리는 것처럼 툭툭 풀려버리는 느낌이 온다. 변속기 기어를 대신하는 풀리의 작동이 부드럽지 않은데서 오는 현상인 듯하다. 변속 충격에 강한 무단 변속기의 장점을 제대로 살렸으면 좋겠다.

정지상태에서 출발 후 시속 100km까지 걸린 시간은 11.66초. 최고속도는 180km/h에 조금 못미치는 속도였다. 시속 170km를 돌파한 시간은 출발 후 45.67초였다.

시속 100km에서 급제동해서 완전 정지할 때까지의 시간과 거리는 2.98초, 42.85m로 측정됐다.

사진 / 이승용 www.cameraey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