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삼성차가 쌍용차 인수에 나선 것으로 보입니다.

“나섰다”가 아니라 “나선 것으로 보인다”는 것은 르노삼성차가 “그렇다”고 확인을 해주지 않아서입니다. “아니다”라고 말하지 않은 것으로 보아 인수전 참여는 확실해 보입니다. 인수의향서를 제출하면서 비밀유지 각서를 함께 제출했기 때문에 “그렇다”라고 말하는 순간 각서를 통해 약속한 비밀 유지가 깨지는 것이지요. 때문에 르노삼성차가 “아무것도 확인해줄 수 없다”고 말하는 것은 인수에 나섰다고 말하는 것과 같습니다.


르노삼성은 가장 강력한 인수 후보자가 될 것 같습니다. 인수 의향서를 제출한 인도기업이나, 대우버스를 운영중인 영안모자 등과 비교할 때 그렇습니다. 중국 기업의 ‘먹튀’에 한 번 당한 쌍용차를 다시 해외에 매각하는 것은 부담이 클 것입니다. 물론 가격과 여러 조건이 맞으면 안팔 이유도 없지만 회사안팎에서의 심리적 거부감이 작지 않을것입니다.


르노삼성이 쌍용차를 인수하면 최선의 조합이 될 것이란 의견이 우세합니다. 르노삼성의 세단과 쌍용의 SUV가 합치면 겹치는 모델이 거의 없지요. 과거 현대-기아차의 경우 거의 모든 차종이 겹치는 것과 달리 르노삼성-쌍용의 경우는 겹치는 모델이 거의 없지요. 현대기아차가 요즘 우려하는 차종간 상호간섭으로 인한 자기잠식효과인 ‘카니발리제이션’을 걱정할 필요가 없는 것이지요. 때문에 시장에서의 상호 충돌 없이 점유율을 끌어올리기가 쉬울 것이란 분석입니다. 세계 시장에서도 쌍용차가 르노-닛산 얼라이언스 체제에 편입되면 글로벌 무대에서 훨씬 강한 경쟁력을 갖고 판매를 늘려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나쁘지 않은 조합입니다.


하지만 다른 측면도 있습니다. 겹치는 차종이 없기 때문에 R&D에 대한 부담은 줄어들지 않을 것입니다. 쏘나타용으로 개발한 플랫폼과 다양한 기술을 K5에 함께 적용할 수 있지만 SM5의 플랫폼을 액티언과 함께 사용할 수는 없을 것이란 얘기지요. 공유할 수 있는 플랫폼이 거의 없어 ‘투자의 효율’은 기대에 못미칠 수 있습니다.


또 한가지 짚어봐야 할 것은 쌍용차의 위상입니다. R&D 능력을 갖춘 쌍용이 독자 브랜드로 살아남느냐, 아니면 단순 생산기지로 남는 것이냐의 문제입니다. 지엠대우가 지엠 안에서 글로벌 소형차 R&D 거점의 지위를 확보한 것이 좋은 예일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일부에서는 지엠이 한국에서 철수하고 지엠대우가 단순 생산기지로 전락하지 않을지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지요.


르노삼성이 쌍용차를 인수한다면 이와 비슷한 걱정을 해야 할 것입니다. 다행히 프랑스 르노와 르노삼성차는 SUV라인업이 약합니다. QM5(해외에서는 끌리오)가 국내외에서 인기지만 기타 다른 SUV 모델은 찾기 어렵습니다. 르노 더스터 정도가 있을 뿐입니다. 쌍용차의 위상이 높아질 수 있을 것이란 기대를 갖게 하는 대목입니다. 하지만 르노에게는 닛산 인피니티가 있지요. 화려한 SUV 라인업을 갖고 있는 브랜드입니다. 르노-닛산 얼라이언스 안에서 쌍용차의 입지가 좁아질 수도 있는 것입니다. R&D 기능을 유지하는 독자 브랜드로 생존할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하겠지요.

쌍용차와 채권단, 정부 등은 쌍용차의 생존 자체가 위협받는 지금이야 누가 되든 새 주인이 나타나기만을 바라겠지만 새 주인이 결정된 후에는 여러 가지 계산이 복잡해질 것입니다.


어쨌든 쌍용차 인수전 막판에 르노삼성이 뛰어들어 판이 재미있어졌습니다. 조금 더 복잡해진 측면이 있지만 어쨌든 쌍용차의 재기 가능성은 좀 더 높아졌다고 봐야겠지요.


심사 과정을 거쳐 무더위가 한참인 8월쯤 우선협상대상자가 결정될 것이라 합니다. 어떤 결과가 나올지 지켜봐야겠습니다.

오종훈 yes@autodiar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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