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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심의 미소짓는 한국타이어 조현식 부사장

“유럽이 비관세 무역장벽을 쳐놨지만 한국타이어에게는 오히려 기회다.”

조현식 한국타이어 부사장의 말이다. 지난 12일 충남 금산에서 열린 한국타이어 신상품 발표회에서 그를 만났다. 한국타이어는 이날 이례적으로 테스트 트랙인 프루빙그라운드와 젖은 노면 테스트 전용 트랙인 ‘G 아쿠아 트랙’을 언론에 공개했다.


조 부사장이 유럽의 ‘비관세 장벽’으로 지목한 것은 이른바 ‘라벨링 제도’다. 2012년 12월부터 유럽 시장에 도입되는 이 제도는 타이어의 성능을 소음, 연비, 젖은 노면에서의 브레이킹 성능을 수치화해서 타이어에 표시해야 한다. 각 부문의 성능을 A, B, C, D, E 급으로 구분해 소비자들이 타이어를 구매할 때 참고하게 하겠다는 것이다. 소비자 선택권을 명분으로 내걸었지만 사실상 기술력을 앞세워 한국, 중국 업체의 유럽시장 진입을 제한하겠다는 의도를 담고 있다고 조 부사장은 지적했다.


미국에서도 비슷한 움직임이 진행중이다. 미국에서는 연비와 젖은 노면, 마모를 기준으로 삼는다. 유럽에선 소음, 미국에선 마모를 내세우는 점이 다르지만 소비자 선택권을 내세워 시장 진입을 제한하는 무역장벽이라는 점에서는 크게 다르지 않다.


기계가 평가한 타이어의 성능 차이가 명확하게 표기되면 소비자들이 저급한 타이어를 선택하지 않을 것이고 이는 기술력이 떨어지는 업체들의 시장 진입을 제한하는 효과를 가져올 것이란 분석이다.


조 부사장이 회심의 미소를 짓고 있는 것은 이 대목이다. 이 같은 기준이 도입되도 충분히 경쟁할 수 있는 수준으로 대책을 마련했기 때문이다.


조 부사장은 “우리가 쫓아올 줄 몰랐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 제도 도입에 맞추기 위해 4, 5년에 걸쳐 공장을 뜯어 고쳤고 젖은 노면에서 타이어를 테스트할 수 있는 ‘아쿠아 G 트랙’도 만들었다.


한국타이어는 오히려 이를 기회로 반전시킨다는 전략이다. 한국타이어에 불리하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유럽 업체들과 비교해도 품질과 성능에 자신있다는 것. 연비, 젖은 노면 성능, 소음 등에서 톱 클래스 업체들과 같은 라벨을 붙여 소비자들의 판단을 받겠다는 것이다. 비관세장벽을 뛰어 넘는다면 다른 업체들과 차별화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란 게 한국타이어의 판단이다.


유럽 미국 등 선진국 시장과 함께 무시할 수 없는 시장이 중국이다. 조 부사장은 “중국은 길보다 차가 더 빨리 좋아진다. 타이어 개발업체로는 무척 까다로운 시장이다”고 평가했다. 주요 간선도로만 벗어나면 아직도 비포장길이 태반인데 최고급 럭셔리 세단이 쏟아지는 시장이라는 것. 타이어 업체로서는 최악의 조건에 맞춰 타이어를 개발해야 하는 입장이라 도로조건과 차의 수준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기가 쉽지 않다.


“한국 소비자들은 유난히 소음에 민감하다. 외제 타이어를 사용하다가도 소음문제 때문에 한국타이어 제품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고 그는 말했다. 소음에 관해서는 수입차들보다 앞선다는 게 한국타이어 관계자의 설명이다.


시장은 훨씬 까다롭게 변하지만 기술이 있어 자신있다는 게 조 부사장의 말이다. 타이어의 성능이 있는 그대로 드러나고 심지어 사용 원료까지 규제하는 가하면 원가상승 압력도 만만치 않다. 게다가 친환경 문제까지 고려해야해 타이어 메이커로서는 대처해야할 문제가 한두개가 아니다.
“기술 있는 메이커는 차별화 할 수 있다”고 조 부사장은 자신한다. 첩첩산중, 사방이 위기인 상황이지만 기술이 있어 앞서나갈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기 때문이다.






조현식 부사장은
조양래 한국타이어 회장의 장남으로, 이명박 대통령의 사위인 조현범 부사장의 형이다. 조 부사장은 지난 3월 26일 한국타이어 정기 주주총회에서 신규 등기이사로 선임되면서 경영 전면에 등장했다.

1970년생으로 미국 시러큐스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97년 한국타이어에 입사했다. 2002년에 상무, 2004년에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마케팅본부와 한국지역본부 등을 거치며 한국타이어의 성장을 이끌었다.
한국타이어에서 주최하는 드리프트 스쿨을 직접 참가하는 등 모터스포츠에도 관심이 많다. “간단한 원돌이(제자리에서 회전하는 드리프트 기술) 흉내는 낸다”고 그는 말했다.






한국타이어가 자랑하는 ‘G 트랙 아쿠아’는 젖은 노면 테스트 전용 시설이다. 국내에선 이곳이 유일하다. 시설물 보안을 위해 사진촬영도 엄격하게 통제되는 곳이다.
약 7만 평방미터에 69억원을 투자해 2007년 8월에 완공했다. 1.16km의 서킷과 반경 53m 원형 시험주행장으로 구성됐다. 스프링클러 시설이 돼 있어 모든 도로가 항상 젖어있는 상태에서 타이어 테스트를 할 수 있다. 얼어 있는 길과 비슷한 마찰력을 얻기 위해 타일을 바닥에 깔아놓고 물을 뿌리는 구간도 있다.
이곳에서는 젖은 노면에서 타이어의 핸들링, 승차감, 소음 등을 테스트한다. 한국타이어 금산공장에는 15명의 테스트 엔지니어가 실차 테스트팀 소속으로 타이어 테스트에 나서고 있다.




오종훈 yes@autodiar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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