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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노삼성과 지엠대우는 고개를 숙였고, 현대기아차와 쌍용차는 ‘깜빡’ 잊었다. 천안함 희생자 영결식이 열린 29일 개막한 부산모터쇼에서 나타난 각 메이커들의 엇갈린 처신이다.

한국 토종기업인 현대기아차와 쌍용차는 외면했고 외국계 기업인 지엠대우와 르노삼성차는 애도를 표했다. 집안 사람들이 깜빡 잊은기일 제사상에바깥 사람들이 깊은 절을 한 것이다.


서울모터쇼 개막일인 29일은 천안함 희생자 영결식이 겹쳤다. 오전 10시 전국에 싸이렌이 올리던 시각은 마침 쌍용차가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었다.법정관리중이라 경황이 없었음을 짐작할 수 있었지만 그래도 쌍용차의 침묵은 의외였다.평택에 근거지를 둔 메이커이기 때문이다.


2함대 사령부가 있는 평택에 근거지를 두고 있어서 어느 자동차 업체보다 천안함 사태를 피부로 느끼고 있을 쌍용차다.그러나 이 회사는기자회견 내내 천안함에 대한 아무런 발언이 없었다. 9시 50분부터 시작된 기자회견이 10시를 넘기는 순간 멀리서 울리는 사이렌 소리가 무색했다.


현대차도, 기아차도 다를바 없었다. 신차 아반떼와 K5를 소개하는 데 바빴을 뿐천안함 희생자를 추도하는 내용은 아무데도없었다. 안방을 지키는 대표기업인데 너무 무심했다.


오히려 지엠대우, 르노삼성 등 외국계 기업은 달랐다. 현지화에 신경을 쓰는 배려 때문일까. 두 회사는 공식 행사 전 영상과 발언, 묵념 등으로 천안함 희생자들을 애도했다. 지엠대우는 공식 행사전 무대 메인 화면에 추도 영상을 띄웠고, 마이크 아카몬 사장은 오후에 열린 기자회견 서두를 “조국을 위해 목숨을 바친 천안함 희생자들을 기억한다”는 말로 시작했다.


장 마리 위르띠제 르노삼성 사장은 공식 기자회견을 시작하기 앞서 천안함 관련 사태에 유감을 표한 뒤 잠시 고개를 숙여 묵념을 했다. SM3 2.0 등 신차 발표보다 천안함 영결식에 애도를 표하는 게 먼저였다.


현대기아차와 쌍용차의 외면이 의도적인 것은 아니었을 것이다. 이미 현대기아차는 거액의 성금을 내놨고, 희생자 가족들에대한 장기적인 후원계획도 앞장서 발표했다. 하지만 영결식날 잠깐의 배려를 놓친 것은 세심하지 못한 처사다.


부산모터쇼 주최측도 마찬가지다. 행사 주최측으로서 참가자들에게 영결식에 관련한 시간 안내를 하고 관련 멘트 정도는 할 수 있도록 안내하는 센스가 있어야 했다.


현지 시장을 세심하게 배려하고 소비자들과 눈빛을 맞추는 데서 마음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런 면에서 지엠대우와 르노삼성은 세심했다.


안방은 그냥 지켜지는 게 아니다. 현대기아차가 명심해야 할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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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벡스코] 오종훈 yes@autodiar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