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지가 3세대로 진화했다. 컴팩트 SUV 장르를 처음 개척한 스포티지다. 90년대초, 정확하게는 93년 그 당시에 스포티지라는 차를 만든 것은 지금 생각해봐도 대단한 일이다. 세상 어디에도 없던 소형 SUV 탄생은 일본 업체들을 자극해 CR-V, RAV4, 파제로 미니 등을 만드는 계기가 된다.
현대차가 기아를 인수한 뒤 나온 2세대 스포티지를 지나 2010년에 다시 만들어진 스포티지는 완전히 디른 모습으로 태어났다. 기아차의 디자인 아이덴티티를 간직한 모습으로 잘 다듬어졌고 안전성과 편의성 면에서도 진일보해 한 차원 높아진 차로 우리 앞에 나타났다.
기아차가 기자단을 광주 공장으로초청해 스포티지R 시승 기회를 제공했다. 스포티지 R을 타고 광주에서 영광까지 약 120km를 달렸다.
전고후저 스타일이다. 뒤로 주저앉은 듯한 자세여서 자동차로는 쉽지않은 디자인이다. 스포츠 세단이 앞으로 쏠리는, 즉 전저후고 스타일을 애용하는 것은 다이내믹함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꼭 그런 건 아니다. 뒤로 주저앉은 듯한 스타일은 묘한 긴장감을 주면서 또 다른 다이내믹함을 느끼게 한다. 포르쉐 911의 디자인이 대표적이다. 웅크린 개구리같은, 그래서 곧 도약할 것같은 긴장감, 곧 이어질 다이내믹함을 미리 예고하는 자세다. 스포티지에서 살짝 그런 냄새를 피우고 싶었던 것일까. 인피니티의 EX와 FX도 비슷한 포즈다.

잘 다듬어진 전체적인 디자인은 피터 슈라이어의 디자인이 이제 기아차에 잘 정착해 뿌리내리고 있음을 보여준다. 쏘렌토R이나 포르테 등에서 과잉이었던 슈라이어 라인은 스포티지R에 이르러 무르익은 느낌이다. 기아차 아이덴티티로 확실하게 자리잡은 슈라이어 라인이 적절히 드러났고 잘 녹아들고 있다.

앞 범퍼에는 코너링 램프와 안개등이 좌우로 자리했다. 코너링 램프는 핸들을 돌리는 방향의 램프가 켜지는 방식으로 운전자의 시야확보를 돕는다.
리어컴비네이션 램프에서 방향지시등이 떨어져 나와 범퍼로 이동했다. 개발자의 의욕은 돋보이지만 의욕과잉인 면이 없지 않다. 추돌, 접촉시 다치기 쉬운 위치다. 위치가 낮아 비상등을 켜도 다른 차에서의 시인성이 떨어진다.

스티어링 휠은 작은 듯 하다. 작은 핸들은 핸들조작에 대해 차체의 반응이 빨라 펀투 드라이브에 안성맞춤이다. 재미있게 운전할 수 있는 요소다.

센터 페시아는 위 아래로 구분된 2층 구조다. 일반적으로 센터페시아는 좌우로 경계를 삼고 세로로 만들어지는 데 스포티지는 상하로 구분된 가로구조다. 위는 오디오, 아래는 공조 시스템으로 분리했다.

시트는 고급이다. 시트에 바람이 통하는 벤틸레이션 시트에는 열선이 깔려있고 전동식 요추받침대인 파워 럼버 서포트를 갖췄다. 운전석 럼버서포트는 전차종에 기본적용된다. 쾌적하게 운전할 수 있는 모든 시스템을 갖췄다. 뒷좌석은 쉽게 접을 수 있다. 끈 하나만 당기면 의자가 접힌다. 의자를 접어 적재함으로 만들면 화물용으로도 훌륭한 쓰임새를 갖는다.

스포티지R은 높이를 60mm 낮췄다. 바로 이 부분이 가장 중요한 포인트가 된다. 높이를 낮춰 세단과 견줄만한 승차감을 확보할 수 있어서다. 험로를 달리거나 SUV의 거친 면을 강조하기보다 세단에 가깝게 만들려는 의도다. 경쟁상대 투싼 ix보다 길고 넓고 낮아 실내공간, 승차감 면에서 유리한 구조다.

기아차 관계자는 투싼ix 비교해 달라는 질문에 “다른 게 있다면 디자인 정도다. 스포티지R도 투싼ix도 모두 좋은 차다”고 말했다. 드러내놓고 자식 자랑 할 수 없는 처지가 참 딱하다.

7인치 내비게이션 모니터는 해상도와 그래픽이 뛰어나다. 영화 파일이 있는 이동용 저장매체(USB)를 꽂으면 모니터로 즉시 볼 수 있다. 블루투스 기능을 이용해 핸드폰과 동기화 시키면 핸즈프리 통화는 물론 핸드폰에 담긴 음악파일도 오디오 장치로 들을 수 있다. 훨씬 더 똑똑해진 기능들이다.

주행안정장치인 VDC와 운전석 조수석 에어백이 전차종에 기본 적용됐다. 안전에 그만큼 신경을 썼다는 말이다. 해외에서도 이를 기본 장착해야 하는 경우가 많은 만큼 이제 국산차도 글로벌 기준을 도입하는 게 맞다.

방향지시등은 완전히 꺾지말고 살짝 터치만 하면 3차례만 깜박인다. 시속 55km 이상에서 급제동을 하면 비상등이 자동으로 깜빡이는 기능도 있다.

영광으로 향하는 22번 국도에는 비가 내리고 있었다. 스포티지 R은 가벼웠다. 출력이 세서 공차중량 1550kg의 차체를 끌고가기가 부담이 없다. 마력당 8.4kg의 무게비다. 콤팩트 SUV치고는 가볍고 힘이 센 편이라 할 수 있다.

2.0 디젤 엔진의 출력은 184마력, 2.0 가솔린 엔진은 166마력으로 디젤이 더 강하다. 같은 엔진 배기량이라면 디젤은 토크가, 가솔린은 마력이 강한 게 일반적이다. 고회전에 약한 디젤의 약점 때문에 나타나는 특성이다. 하지만 가변터보를 얹고 연료분사 방식을 개선해 디젤엔진이 가솔린을 능가하는 출력을 갖게 됐다.

가속페달을 밟으면 바로 반응한다. 시속 160km를 넘기는 고속에서도 가속페달에는 여유가 있었다. 더 나갈 수 있는 데 젖은 도로 때문에 발을 떼야 했다. 고속주행에서의 안정된 자세가 차체를 낮춘 효과를 확실히 느끼게 했다.

액티브 에코 드라이빙 기능을 세팅하면 연비위주로 차가 반응한다. 엔진과 변속기의 반응을 느리게 하고 에어컨 작동을 조절해 연비를 좋게 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밟아도 안나간다는 느낌이 든다.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돈을 아끼려면 포기하는 부분이 있어야 하는 법. 세상에 공짜는 없다.

승차감은 세단과 크게 다르지 않다. SUV보다 시트 포지션 낮아 승차감 좋고, 세단보다는 높아 시야가 높아 심리적 안정감도 크다. 세단과 SUV의 장점을 고루 갖추고 있다.

놀라운 점은 소음이다. 140km 정도에서 약간의 바람소리가 들리는 정도다. 엔지 소리와 노면 잡소리도 거의 들리지 않는다. 150km/h로 달리며 목소리를 높이지 않아도 편안한 대화가 가능하다. 소음, 진동, 잡소리(NVH)에 대한 대책은 매우 훌륭한 수준이다.

차는 전체적으로 부드럽다. 운전자의 의지를 읽고 확실하게 반응하지만 거칠거나 예민하다기보다 소프트하고 여유가 있다. 수동 모드로 가속을 이어가면 시속 40, 70, 100, 130km에서 각각 2, 3, 4, 5단으로 시프트 업이 일어난다.

시속 100km에서 rpm은 1900 수준으로 얌전했다. 5단에서는 2200, 4단에서는 3000rpm을 각각 기록했다.

광주 – 영광 22번 국도. 비내리는 도로여서 고속주행은 무리. 빨리 달려도 운전자가 느끼는 불안함을 덜했다. 차가 안정돼서다. 고속에서 느끼는 심리적 안정감이 차의 성능을 보여주는 지표라고 한다면 스포티지 R은 그런면에서 우수하다고 할 수있다.

급가속을 하거나 급하게 코너를 돌면 VDC가 개입하는데 그 시점이 조금 늦다. 타이어가 헛도는 비명소리가 들리고 나서 개입을 시작한다. 차의 특성이다. 개입이 이르면 차가 얌전하고 재미가 없고 개입이 늦으면 거칠고 다이내믹한 맛이 있다. 좋고 나쁜게 아니라 차의 특성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스포티지 R의 전체적인 특성을 감안하면 VDC 개입이 조금 빠른게 맞겠다는 생각이 든다. 얌전하고 부드러운 성격에는 코너링이나 급가속에서도 좀 더 차를 일찍, 강하게 통제하는 게 맞아서다.

서스펜션은 앞이 맥퍼슨, 뒤가 멀티링크다. 뒷 서스펜션이 이전 모델의 듀얼링크에서 멀티링크로 교체됐다. 흔들림을 지지하는 포인트가 많아져 안정적으로 컨트롤할 수 있어 좋다. 235/55R 18 사이즈의 타이어를 적용한 점도 눈에 띈다. 타이어와 서스펜션이 잘 작용해 차의 흔들림을 안정감있게 잡아줬다. 타이어는 실리카 타이어다. 연비 우선으로 개발된 타이어다. 18인치 55 시리즈 타이어로도 우수한 연비를 확보하는 비결중 하나가 바로 이 실리카 타이어다.

6단 자동변속기는 쇼크가 없어 변속감이 좋다. 짧은 레버가 손에 잡이는 느낌도 좋다. 촉감 좋은 변속기는 운전하는 동안 기분 좋게 해준다.

스포티지 R은 확실히 차의 완성도가 높아졌다. 한 차원 더 높아졌다. 성능, 안전, 편의성 부분에서 모두 업그레이드된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제품을 설명하는 프리젠테이션에서 비교대상 모델도 CR-V나 RAV-4 아니었다. 폭스바겐 티구안, 벤츠 GLK, 푸조 407 등과 비교해도 꿇릴 게 없다는 게 기아측 설명이다. 출력도 세고 연비도 좋고 가격은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많이 컸다”는 말이 입에서 절로 나왔다.

오종훈의 단도직입액티브 에코 드라이브는 리얼 타임 연비를 보여주지 않는다. 최적의 연비를 확보한다는 점에서 우수한 기술이지만 계기판에 보여지는 부분은 그냥 녹생등 일 뿐이다. 갖고 있는 기능에 비해 보여지는 부분이 아쉽다. 포장의 기술이 부족한 셈이다.범퍼에 달린 방향 지시등은 기능적인 면에서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겠다. 남다른 차를 만들겠다는 개발자의 의욕은 칭찬해야 하지만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방향지시등은 다시 컴비네이션 램프로 통합하는 게 맞지 않을까한다. 범퍼에 있으면 다치기 쉽고 다른차가 쉽게 보기도 어려워서다. 경제성, 안전, 편의성 면에서 모두 그렇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