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바겐이 골프 GTD를 한국에 새로 선보였다. 디젤엔진인 GTD는 가솔린 엔진 모델인 GTI와 더불어 최강의 골프로 불린다. 82년 처음 만들어진 이후 강한 성능으로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아온 모델이다. 2월에 선보인 최고의 골프 GTD를 타고 화창한 봄날의 신나는 시승에 나섰다.

170마력에 최대토크 35.7kg.m. 다른 골프와는 비교할 수 없는 탁월한 성능을 갖췄다. 그래서 최고의 골프다. 자존심이 강할 수밖에 없다. 골프 GTD에는 골프라는 차 이름을 찾을 수 없다. 대신 ‘GTD’라는 글씨가 새겨져있다. 골프가 아니라 GTD라는 말이다. 폭스바겐이 이 차에 얼마나 자부심을 갖고 있는지를 말해준다.

GTD 만의 디자인해치백 디자인인 골프는 여러 세대를 거치며 이제는 낯 익은 디자인으로 자리잡았다. 만들다 만듯한 해치백 스타일의 어중간함은 비단 골프만의 얘기는 아니다. 국내에서도 기아 프라이드가 처음 나왔을 때 ‘꽁지 빠진 닭’ 같다는 혹평이 있었다. 하지만 해치백 스타일이 자동차 디자인의 한 형태로 굳어진 요즘, 어느 누구도 해치백을 우습게 보지 않는다. 소형차 부분에서 특히 해치백 스타일은 주류라고 해도 좋을 만큼 익숙한 디자인이다. 그 한가운데 있는 존재가 바로 폭스바겐 골프다.

6세대로 이어진 골프는 많이 둥글어진 모습이다. 여전히 작은 덩치지만 세대를 지날 수록 직선은 부드럽게 휘면서 세련된 모습으로 변해왔다. 수직형 안개등과 6각형 벌집 모양의 라디에이터 그릴 등은 다른 골프에서는 찾을 수 없는 GTD만의 디자인이다. 차 높이도 다른 골프보다 15mm 낮췄다. 이것 하나만으로도 고성능을 지향하는 모델임을 알 수 있다. 무게중심을 낮춰 안정적으로 달릴 수 있게 만든 차라는 것. 여기에 17인치 휠을 얹었다. 낮게 가라앉고 차체에 비해 큰 타이어를 장착해 시각적으로 강인함을 전하고 있다. 물론 실제 달리기 성능도 대단한 고성능을 보여줬다.

야무진 인테리어스티어링 휠이 화려하다. 이전 골프 TDi이 소박한 핸들에 비하면 호화롭기까지하다. 핸들을 쥔 채로 손을 떼지 않고 오디오, 패들 시프트, 멀티펑션, 공조, 전화, 블루투스 내비게이션 등을 조절할 수 있다. 3 스포츠 핸들의 아랫부분에는 GTD 이니셜이 새겨져 있다. 핸들에서부터 GTD는 평범을 거부한다. 핸들이 원이 아닌 것. 아랫부분을 일직선으로 잘라 O가 아닌 D 형태를 이룬다. 아우디 TT의 그것과 비슷하다. 핸들을 쥐고 운전하는 맛이 다른 차와 다르다. 게임하듯 즐겁다.

핸들이 화려하다면 센터페시아는 검소하다. 광택이 없게 만들어 단정하다. 내비게이션은 훨씬 그래픽이 깔끔하고 정돈됐다. 보기 편하고 깔끔하게 정돈된 느낌이다. 적어도 내비게이션만 두고 보면 이전에 시승했던 벤츠 E클래스보다 낫다. 두 개의 SD카드를 꼽을 수 있다. 하나는 내비게이션, 다른 하나는 MP3 등의 용도로 사용할 수 있다. 내비게이션용 SD 카드는 보이지 않는 다른 곳에 꼽는 게 좋겠다. 헤드레스트도 안전에 도움이 되는 방식이다. 충돌시 경추 보호를 위해 최적화된 헤드레스트다. 핸들 아래에는 무릎 에어백이 자리했다. 운전자의 하체 손상을 최대한 막아주는 또 하나의 에어백으로 이 차에는 총 7개의 에어백이 있다.

귀로 먼저 다가오는 성능시동을 걸면 기분 좋은 소리가 먼저 몸을 자극한다. 엔진 소리와 배기음이다. 마음에 드는 소리다. 소리 만으로도 충분히 매력적이다. 가속을 할 때 굵게 전해지는 배기음은 다른 차들과 사뭇 다르다.

배기량 2.0 리터, 170마력, 6단 자동변속기, 다이내믹 시프트 기어박스로 이 차의 매커니즘적 특성을 집약할 수 있다. 더블클러치 변속기는 두 개의 클러치가 1,3,5단과 2,4,6단을 각각 나눠 맡는다. 변속타이밍을 최대한 짧게 해 수동변속기보다 우수한 변속 타이밍을 유지한다. 변속이 빠르면 동력 손실을 줄이고 연료효율을 개선하는 효과를 얻는다. 폭스바겐은 골프 R32에서부터 더블클러치 적용해왔다. 이제는 꽤 많은 메이커들이 이를 받아들이고 있다. 그만큼 우수한 시스템이라는 얘기다. 변속기에는 S 모드가 따로 있다. 좀 더 다이내믹하게 움직을 때 유용하다. 수동이나 S 레인지를 이용해 알피엠을 높게 이용할 수 있어 유용하다. 여기에 더해 패들시프트도 있다. 핸들을 쥔 채로 변속할 수 있는 장치다. 다이내믹하게 운전할 수 있는 여러 장치들 있어 입맛대로 운전할 수 있다.

마음에 드는 것은 크루즈 컨트롤 작동방식이다. 많은 차들이 크루즈 시스템 조절 레버를 별도로 만들어 핸들주변을 복잡하게 하는 데 이 차는 방향지시등에 크루즈 컨트롤 기능을 함께 넣었다. 작동하기도 편하다.

6단 변속기는 힘을 여유있게 쓴다. 변속기 D레인지에서 100km에서 정속주행하면 rpm은 1800에 머문다. 시속 100km를 유지하면 6단 1800, 5단 2200, 4단 3000, 3단 4400rpm을 각각 가르킨다. 대체적으로 rpm이 낮은 편이라 차가 편안하다. 수동모드로 1단에서부터 가속을 하면 40, 70, 120, 160km/h에서 각각 시프트업이 일어난다.

중저속은 꽝, 고속은 짱!70km/h에서 정속주행을 하며 차의 반응을 살폈다. 대형세단이 주는 편안함을 기대해선 안된다. 작은차다보니 피칭과 롤링이 없을 수 없다. 단단한 서스펜션이 차체를 잘 지탱하고 있지만 자잘한 흔들림이 때로는 거슬린다. 작은 차여서 감수해야 하는 부분이다. 같이 충격이나 흔들림도 작은 차가 더 크게 느껴진다.

낮은 알피엠으로 엔진 소리를 조용히 하면 뒷부분에서 울리는 공명음이 실내로 파고 든다. 이런 소리보다는 가속해서 엔진 소리를 즐기는 게 낫겠다. 실용주행 영역인 중저속에서 오히려 잡소리가 많이 들린다. 소음에 약한 해치백이어서 피할 수 없는 면이 있다. rpm을 2500 이상으로 조금 높이면 듣기 좋은 엔진소리가 잡소리를 묻어 버린다. 운전자가 차를 콘트롤하기는 어렵지 않다. 스티어링 휠은 반응이 정직하다. 과하게 조작해도 차가 충실하게 따라준다. 특히 코너링에서는 작은차의 강점이 그대로 살아난다. 뒤가 짧아 강한 코너링에서도 부담이 없다. 뒤가 흔들림 없이 바로 바로 따라온다. 놀라울 만큼 코너링에 강했다. 차 높이를 15mm나 낮춘데다 차 길이도 4199mm에 불과할 정도로 짧아 코너에 유리한 체형이다.

시속 120km를 넘기는 순간 ‘삑’하는 경고음이 난다. 속도가 빠르니 주의하라는 의미다. GTD는 고속에서 강한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속도를 높일수록 안정감이 돋보였다. 고속에서 차체 강성이 단단함을 느낄 수 있다. 시속 140km로 달리는 데 오히려 60~80km/h 속도보다 편했다. 중저속과 크게 다르지 않은 안정감을 고속에서도 만끽할 수 있다. 다분히 고속주행에 포커싱을 해 만든 차라는 것을 고속질주하면서 느낄 수 있었다. 달리는 맛은 작은 차중에서는 최고수준이다. 속도 높이면 바람소리는 제법 파고 든다. 소리가 주는 심리적 압박감을 제외하면 차체는 훨씬 안정감있게 움직였다.

고속에서 브레이크 성능도 우수했다. 시속 170km에서 강하게 제동했다. 고속 제동이어서 부담이 컸지만 차체는 크게 흔들리지 않고 속도를 줄였다. 안정감 있게 잘 동작을 제어했다. 브레이킹 하는 순간 비상등이 작동하고 안전띠가 운전자 몸을 조이면서 잘 잡아줬다. 그런 동작 하나 하나가 차에 대한 신뢰를 갖게 해준다.

시속 100km에서 급제동을 했다. 6.03초 동안 84.92m를 더가서 멈췄다. 제동 시간을 전반, 중반, 후반으로 구분해 보면 전반과 후반은 제동 반응이 조금 느리고, 중반에서 보다 확실하고 빠른 제동반응을 보였다.

정지상태에서 가속을 하면 초반에 잠깐 멈칫 거린다. 운전자 몸이 앞으로 살짝 쏠릴 정도의 멈칫거림이다. 이후 탄력이 붙으면서 속도는 꾸준히 높여나간다. 고속으로 이어지면서 가속력이 더뎌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메이커 발표 제로백 타임은 8.1초. 하지만 계측기를 이용한 실제 측정에서는 이보다 빠른 7.96초를 기록할 수 있었다. 아마도 도로 상태가 유리해서 나온 결과로 보인다. 시속 100km 도달 거리는 126.26m였다.

최고속도는 220km. 놀라운 것은 도로 상황만 허락하면 최고속도를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연비도 17.8km/L, 1등급으로 매우 우수하다. 고성능과 연비 두 마리 토끼를 잘 공략했다.

파크 어시스트 기능은 볼 때마다 재미있고 신기하다. 차가 스스로 주차할 공간을 확인하고 핸들을 조작해 주차를 하는 기능이다. 운전자는 변속기와 가속페달을 조작하면 차는 핸들을 스스로 움직인다. 운전이 서툰이들에게는 매우 유용한 기능이다.

최강 골프 GTD임을 확인하는 시승이었다. 고속에서 훨씬 더 빛나는 차, 중저속보다 고속안정감이 압권인 차다. 멋있다. 오종훈의 단도직입바람소리가 거슬린다. 해치백의 어쩔 수 없는 아픔이지만 70-80km/h에서 올라오는 바람소리가 거슬린다. 조금 더 조용했으면 좋겠다. 앞바퀴굴림 차인데 뒷좌석 센터터널이 높다. 왜 그래야 하는지 모르겠다. 높은 센터터널은 뒷공간을 제약하는 요인이 된다. 조금 더 낮추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