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이비통은 현대차를 왜 고소했을까.
루이비통은 최근 미국에서 시작한 현대차 쏘나타 CF에 루이비통 고유 컬러와 무늬가 무단으로 사용됐다며 맨하탄 지방법원에 현대차를 고소했다.
문제의 장면은 CF 도입부에 있다. 길거리 농구 장면의 첫 장면에 잡힌 농구공에 루이비통 무늬가 들어간 것. 부정적으로 묘사되지도 않았고 잠깐이지만 화면 가득히 잡혀 노출효과도 확실했다. 남의 회사 CF에 우리 회사 제품이 노출됐다면, 오히려 좋아해야 하는 거 아닐까. 하지만 루이비통은 정반대로 화를 냈고 고소했다.
왜일까. 타사 광고에 자사 제품이 노출되는 경우는 많다. 국민동생 문근영이 GS칼텍스를 광고할 때 사용한 차는 BMW의 미니다. GS정유가 BMW에 사전 허락을 받지는 않았지만 BMW는 아무 문제 삼지 않았다. 푸조는 사전 협조요청을 받고 S오일 광고에 차를 내준 적이 있다. 명차를 위한 고급 휘발유를 컨셉으로 한 GS 칼텍스의 킥스 프라임 광고에는 BMW, 벤츠, 아우디, 렉서스, 포르쉐 등이 한 번에 출동한 적도 있다. 하지만 어느 회사도 CF를 문제삼지는 않았다.
일부러 광고를 하려면 적지 않은 비용이 드는데 이처럼 아무 비용없이 광고에 노출될 수 있다면 나쁠 것 없다는 게 이들 자동차 업체들의 생각이다. 물론 전제는 있다. “브랜드 이미지를 해치지 않고, 차에 대한 이미지를 왜곡 시키지 않는다면” 이라는 전제다. BMW 주양애 부장은 “엄밀하게 얘기하면 다른 제품 광고에 사용된 BMW가 브랜드 이미지에 맞지 않거나 왜곡됐다면 문제 삼을 수 있다”고 말한다. 이 같은 이유로 CF 협조요청을 거절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루이비통이 왜 현대차를 고소했는지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루이비통은 현대차와 브랜드 이미지가 맞지 않는다고 판단했거나 자사 제품을 CF에 사용함으로서 제품 이미지가 훼손 혹은 왜곡됐다고 봤을 수 있다. 상대가 벤츠나 BMW였다면 고소하지 않았을 것이란 의견이 나오는 이유다. 한마디로 루이비통은 현대차를 자기들과 같은 ‘고급’으로 쳐주지 않는다는 얘기다. 현대차로서는 톡톡히 수모를 당하는 셈이다.
루이비통의 현대차 고소가 유색인종에 대한 편견때문은 아닌지도 짚어봐야 한다. 문제의 장면에 루이비통 농구공을 쥔 손은 유색인종의 손이다. 길거리 농구를 하는 이들도 멀리서 잡았지만 유색인종들이 대부분이고, CF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흑인, 히스페닉 등 유색인종이 거의 대부분이다. 그런 광고에 제품이 노출되는 것은 제품 이미지를 갉아 먹는 일이라고 루이비통측은 판단했을 수 있다.
현대차는 왜 그랬을까. 그냥 현대차만 잘 보여줘서 광고하면 될 것을 농구공은 왜 클로즈업 해서 말썽을 자초했을까. 누가봐도 ‘루이비통’임을 알아보는 농구공을 통해 루이비통의 럭셔리한 이미지를 차용하려 했음은 명백한 일이다. 결과적으로 자충수를 둔 셈이다. 루이비통도 자신들 이미지가 CF에 나오면 좋아할 것으로 착각한 현대차의 느슨한 감각이 사고의 원인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한편, 문제의CF는 ‘이노션 월드와이드’가 제작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노션 월드와이드는 현대차그룹 계열 광고회사인 ‘이노션’의 미국법인이다. 이노션은 정몽구 회장이 20%, 정의선 부회장이 40%, 정 회장의 장녀인 정성이 씨가 40%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현대자동차 미국법인은 그동안 현지 업체에 CF 제작을 맡겨오다 2010년부터 이노션에 광고를 맡겼다. 현대차의 올해 슈퍼볼 TV 광고도 이노션의 작품이다. 현대차가 광고문제로 루이비통에 고소를 당한 것은 이노션이 현대차 미국 광고를 맡은 첫 해에 대형 사고를 친 셈이다.
현대차와 이노션이 상황을 어떻게 풀어갈지 지켜볼 일이다.
오종훈 yes@autodiar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