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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면허 쉽게 주면 우리의 안전은 어쩌라고

운전 면허 시험 절차가 쉽고 편해진답니다. 비용도 싸게 먹힌다고 경찰청이 발표했습니다.
운전면허를 쉽게 받을 수 있는 것은 절대 좋은 일이 아닙니다. 오히려 더 까다롭고 철저하게 시험을 시행해서 면허 따기 어렵게 해야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게 맞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군대를 다녀온 분들은 ‘사격장 군기’를 잘 알 것입니다. 사람의 생명을 한 순간에 앗아가 버릴 수 있는 총을 실제로 쏘는 현장에서는 정신이 번쩍 나도록 다양한 얼차려를 실시합니다. 개인적으로 그런 얼차려를 절대 찬성하지는 않지만 기본적으로 사격장에서 정신 똑바로 차릴 수 있게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데에는 동의합니다.
자동차도 만찬가지입니다. 생활 속에서 쉽게 접하고 편리하게 이용하는 자동차이지만 총에 못지 않게 매우 위험한 물건이라는 사실을 우리는 잊고 있는 것 같습니다. 쉽게 운전면허를 따서 누구나 쉽게 운전할 수 있다면 좋겠지요. 하지만 운전면허 땄다고 바로 운전할 수 없는 게 우리 현실입니다.
바뀐 제도에 따르면 후진주차를 하지 못해도 면허받는 데 지장이 없습니다. 하지만 생활 속에서 후진주차를 하지 못하면 곤란한 경우가 많습니다. 후진주차 대신 전면 주차로 대체한다는 것인데요. 운전하시는 분들은 이 말이 얼마나 엉터리인지 잘 아실 것입니다. 좁은 공간에서 전진주차로 차를 세우면 빠져나오기가 더 힘듭니다. 불가능한 경우도 많지요. 주차의 몇가지 법칙중 하나가 바로 ‘출구를 확보하라’ 인데 전면주차로 세우면 출구를 찾기가 무척 어렵습니다. 차만 세우면 된다는 짧은 생각 때문에 이런 엉터리 규정을 개선이라고 내놓은 것이지요.
이제 좁은 공간에서 전면주차한 옆에는 차를 안세우는 게 좋겠습니다. 후진주차를 못해서 전면주차를 한 운전자 옆에 차를 세우는 것은 자살행위이지요. 출발 종료시 방향지시등 작동, 철길 건널목 및 횡단보도 일시정지 규정은 폐지했군요. 훨씬 더 강화해야 할 규정들을 간편하게 만든다는 취지로 손 본 것입니다.
이번 변화에서 칭찬할 게 있다면 면허 취득 비용을 낮춘 것 뿐입니다. 그것 말고는 모두가 우리의 안전과 교통환경을 위협하는 거꾸로 가는 변화입니다. ‘개선’이 아니라 ‘개악’인 것이지요.
쉽고 편하게 면허를 딴 운전자들이 양산되면 필연적으로 사고 위험은 더 높아집니다. 우리의 도로 환경도 더 어려워 집니다. 그 후에 치러야할 사회적 비용이 엄청날 것입니다. 면허시험을 어렵고 까다롭게 해서, 도로 운전에 바로 나서도 될 정도가 되야 면허를 줘야 합니다. 그래야 우리의 안전이 최소한의 수준에서 보장 받을 수 있습니다.
‘편함’이 좋은 것은 아닙니다. 모두의 편함을 위해 운전면허는 불편하게 따야 합니다. 면허 응시자들의 편함을 위해 우리 사회 모두를 불편하게 하고 ‘잠재적 위험’에 내모는 것은 명백하게 잘못된 일입니다.
총을 쏘고 싶어한다고 누구나 편하게 총을 쏠 수 있어서는 안되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자동차를 운전하려면 스스로의 안전과 타인의 안전을 충분히 배려할 수 있을 정도로 차를 다룰 수 있어야 합니다. 후진주차도 못하는 이가 면허를 받아서는 안되는 이유입니다.
오종훈 yes@autodiar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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