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타 캠리 하이브리드를 다시 탔다. 지난해 10월에 이어 지난 1월 중순에 다시 캠리 하이브리드를 만났다.세계 시장에서 ‘중형세단의 표준’으로 자리잡았다고 토요타가 자랑하는차가 바로 캠리다.토요타를 대표하는 세단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 승용차를 대표하는 쏘나타의 롤 모델을 찾으라고 한다면 아마도 토요타 캠리가 가장 적합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그만큼 대중적인 차에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결합된 캠리 하이브리드를 시승했다. 유난히 추웠던 1월 어느 날, 이 차를 타고 시승에 나섰다.
하이브리드2,400cc 직렬엔진과 무단변속기 고출력, 초소형인버터 제작된 등을 최고 195마력의 엔진출력은 150마력, 전기모터 출력은 143마력이다. 공연연비는 획득했다. 일반중형세단이라면 꿈도 꾸지 못할 연비를 보이는 것이다.
캠리하이브리드는 캠리 세단 보다 짧고 높다. 길이는 10mm가 짧고 높이는 15mm가 높다.공차중량은 1670kg, 차량총중량은 1995kg에 달한다.캠리하이브리드 모델은 외관에서도 캠리 세단과 차이가 있다. 우선 라티에이터 그릴이 다르다. 그릴에 세겹의 선이 날개처럼 펼처진 세단과 달리 하이브리드 모델은 홑겹 그릴이다. 또한 하이브리드 모델은 차 뒷 부분에 하이브리드 표시가 되어 있다. 모니터와 계기판도 서로 다르다.
토요타의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풀 하이브리드 방식으로마일드 하이브리드 방식인 다른 하이브리드차들과 구별된다. 혼다와벤츠 등에서 적용하는 방식이 마일드 하이브리드다. 우리나라 현대차도 이 방식을 따르고 있다. 마일드 하이브리드는모터가 엔진을 보조하는 개념이다. 모터 스스로 차를 움직일 수는 없다.하지만 토요타는 모터만으로도 차를 움직일 수 있게 만든다. 단적으로 말하면 지금의 하이브리드 카에서 엔진만 떼어내면 바로 전기차로 움직일 수 있다는 말이다.차가 서행할 때에는 모터만으로 움직인다. 전기차나 다름 없다. 그렇다고 힘이 작을 것으로 생각하면 오산이다.주차장에서 꽤 높은턱을모터 힘만으로 거뜬히 올라선다. 엔진 없이도 꽤 큰 힘을낸다.마치 유령이 움직이듯 소리없이 움직이는 맛은 색다르다. 조용한 차에 대한 선망이 있지만 모터 만으로 움직이는 차의 조용함은 오히려 어색하다. 어색할 뿐 아니라 때로 위험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조용히 움직일 때 주변 사람들이 차를 의식하지 못해서다.이때문에 전기차에서는 일부러 소리를 만들어 내는 경우도 있다. 그런 소리를 ‘카톤’이라고 한다. 캠리 하이브리드에도 카톤이 필요해 보인다. 그만큼 조용하다는 말이다.
캠리 하이브리드를 타고 시속 80~100km로 달리면더 이상 편할 수 없다.미끄러지듯 부드럽게 잘 달린다.배를 타고 미끄러지는 것 같은 생각이 든다.조용하고 안락한 승차감의 수준은 역시 토요타임을 말하고 있다.
편안한 차여서 어른들, VIP 모실 때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시골에서 어른들 오셨을 때 편하게 모셔서 움직이면 좋을 차다. 토요타 차들이 대부분 이렇다.
바람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는다. 노면 잡소리가 살짝 올라오고엔진소리는 거의 안들린다.시속 90km 정속주행하면서 이 정도로 조용한 차들이 그리 많지는 않겠다는 생각을 했다.엔진 소리는 킥다운 해야느낄 수 있다. 하이브리드차여서 rpm 게이지가 계기판에 없다. 계기판 왼편에 자리한에너지 게이지는 세가지 컬러로 구분된다.모터로 구동하는 블루존, 엔진이 작동이 경제적으로 이뤄지는 그린존,파워풀한 주행을 하는 화이트존이다. 정속주행 상태에서는 그린 존,골목길에서 서행할 때에는 블루존,고속도로 등 고속주행할 때에는화이트존이 주로 이용된다.연비가 19.7km/l다.2.4 리터급 중형세단으로동급중형 세단의 두배에 이르는 대단한 수준이다.하이브리드카의 가장 큰 장점이자 덕목이 바로 연료 경제성이다. 적은 연료로 더 멀리 갈 수 있고 따라서이산화탄소 배출이 줄어든다는 것이다. 이같은 특성은지구 온난화를 막는데에도 큰 보탬이 된다.전 지구적 관점에서도 매우 유용한 형태의 차가 되는 것.
하지만 하이브리드카는 모순에 빠질 수밖에 없다. 차값이 비싼 것이다. 추가적 시스템과 고급기술을 적용하다보니가격이동급 세단보다 비싸다.캠리도 세단과 하이브리드 카가 1,000만원 이상차이가 난다.기름값 아껴 1000만원의 가격차를 메우려면 하이브리드카의 경제성이 의미를 잃고 만다. 적어도 소비자 입장에서는 그렇다.어쩔 수 없는자기 모순에 빠지는 것이다. 물론 이는 캠리 하이브리드만의 문제가 아니다. 모든 하이브리드카의 문제다. 바로 이런 문제로 인해 하이브리드카가 그 놀라운 공익적 특성에도 불구하고 기존 자동차 시장을 대체할 만큼의폭발적인 성장을 하지 못하는 이유다. 그나마 미국과 일본에서는 하이브리드 카와의 낯 가림이 어느 정도 완화되고 있지만 한국에서는 여전히 낯선차다.아직은 생활 속에 깊숙하게 들어오지 못한 마이너리티 차종인 셈이다.
조금 큰 듯한 핸들은 얇은 편이다.익숙하지 않은 느낌이다. 크고 얇은 핸들은 어색했다. 손으로 전해지는 든든한 느낌이 덜하다. 도어패널의 나무무늬는 번쩍이는광택재질을 사용했다.윈드실드 아래에는 시계, 조수석 에어백 표시 등 간단한 표기 창이 하나 더 있다.센터 페시아에 자리한 에너지 모니터는 하이브리드 카의 상징과도 같은 부분이다.엔진과 모터에서 나온 동력 흐름이 한눈에 보여진다.지금 동력이 어떻게 사용되는지. 브레이크 밟으면 배터리 충전되는 것 등을 실시간으로 보여준다.차를 처음 접할 때에는 이처럼 에너지 모니터에 시선을 빼앗길 때가 많다.에너지 모니터를 보다보면 저축하는 느낌이 든다.가속 페달을 밟으면 엔진과 모터가 함께 구동하는 게 보인다.모니터를 보면 발을 떼게 된다.경제운전 효과가 제법 크다.동력을 아낀다는, 그래서 차를제대로 타고 있다는 느낌이 모니터를 통해 실시간으로 전해진다.변속기는 전자제어 방식의 무단 변속기다. 세단에는 6단 변속기가, 하이브리드에는 무단 변속기가 적용됐다.부드러운 가속,연료 효율 면에서 무단 변속기가 갖는 장점은 무시할 수 없다.하지만 너무 부드러워 달리고 운전하는 즐거움을 느끼기에는어울리지 않는다. 유럽 소비자들이 무단변속기를 어색해하는 이유다.
무단 변속기는 수동변속 기능이 없다.변속기에는 B 레인지가 있다.엔진 브레이크 효과를 내고스포티한 주행할 때에도 B 레인지는 유용하다.변속레버는 높고 길다.변속레버는 짧은 게 좋다. 레버가 길면버스나 상용차 같은 느낌을 준다. 시트는 여유롭다.타이트하지 않다. 스포츠 드라이빙하기에는 어울리지 않지만 편안하게 움직이기에는 편한 시트다.부드럽게 움직이는 차와 궁합이 맞는 시트다. 타이트하게 조이는 시트가 아니라 편하게 받쳐주는 시트다.뒷좌석 센터 터널도 거의 없어 뒷좌석 공간이 넓다.선루프는 꽤 넓은 면적을 차지한다.
가속감은 만족스럽다. 킥다운하면 엔진소리가 올라오며 거친 가속이 이어진다. 속도가 거침없이 오른다.시속 160km까지는거침없이 속도가 오른다.변속충격이 없어꾸준히 거침없이 속도를 올린다.시속 200km 가까이 가면서 탄력이 둔화되는 느낌이 온다.시속 200km 에 이르면더 이상 가속이 이뤄지지 않는다.
하이브리드는 고성능과 거리가 있지만 캠리 하이브리드는 제법 고성능 세단의 면모를 갖췄다.빠른 시간 안에 시속 200km를 터치했다.부드럽게 빠르다.부드러운 강함을 이 차는 보여주고 있다. 높은 효율을 갖춘 전기차의 면모와고성능 세단의 면모를 두루 갖췄다. 고성능과 고효율을 넘나드는 캠리 하이브리드의 모습이 들짐승과 날짐승의 경계를 넘나드는 ‘박쥐’를 닮았다.
시속 80~100km 속도에서 슬라럼 테스트를 했다.앞바퀴 굴림차로뒤의 부담감이 크지 않다. 시속 100km 에서도 차의 앞 부분 움직임이 부담없다.재미있다. 고속에서도 차의 흔들림은안정적이다. 운전자로는 핸들 조향하는 데 부담없다.
[가속성능 테스트]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도달 시간은 8.54초, 도달 거리는 128.9m가 걸렸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189km까지 48.72초, 2km가걸렸다.
[제동 테스트] 시속 90km에서 급제동을 한 결과 제동거리는 37.2m, 제동시간은 2.9초가 걸렸다.
*계기판과 실제 속도와의 오차로 인해 0-200km/h와 100-0km/h가 아닌 0-189km/h와 100-0km/h로 테스트가 이뤄졌음을 밝힌다.
기습한파와 폭설이 지난 후 시승을 했는데 눈길을 운전할 때 VDC, TCS 등의 전자 장비들이큰 도움을줬다.사륜구동만큼은 아니지만 바퀴의 회전, 구동력 제어를 통해 타이어가 슬립할 수 있는상황을잘 조절해 차가 안정적으로 움직일 수 있게 해준다.또한 코너링에서도전자장치들이 안정적인자세를 뒷받침해줬다.
가속할 때 약간의 진동이 핸들을 통해 전해온다.어쩌면 다른 부분이 너무 안정적이고 조용해서 느껴지는 진동일지 모른다. 물론 차체 강성의 조금 더 강하다면넘치는 힘을차체가 흔들림없이 잘 받아낼수 있을 것이다.고속에서 주행안정감은 훌륭한 편이다. 매우 안정적이었다.하이브리드 카이지만 공기저항 계수가 0.27 수준으로우수한 공력특성을 보였다.차가 세단보다도 높은데0.27 수준으로 공기흐름을 최적화 시켰다는 점은평가할만한 일이다. 차체 아랫부분의 공기흐름을 개선해 이 같은 결과를 얻었다고 토요타측은 설명하고 있다. 시속 120km 부근에서 A 필러를 타고 들어오는 바람소리가 제법 들린다.하지만 이 정도 속도에서는 오히려 조용한 수준이다.
이 차를 운전하며 가장 인상적이고 재미있는 부분은 마치 지하철 전동차같은 느낌을 받을 때다. 브레이크를 밟으면 지하철 전동차가 서는 듯한 기분. 윙!하는 모터음 소리가 들린다.브레이크 밟으면 브레이크 에너지를 다시 배터리로 충전하기 위해 모터가 작동하면서 나는 소리다.내연기관에서는 접하기 힘든 독특함이다. 인테리어 마무리는 중상 수준이다. 럭셔리 세단이 아닌 대중 브랜드의 수준에수긍할만한 마무리다.같은 토요타의 하이브리드 차이지만 캠리 하이브리드는 프리우스와 느낌이 다르다. 프리우스가 좀더 전기차에 다가선 느낌이라면 캠리 하이브리드는 내연기관을 얹은 자동차다운 맛이 강했다.
오종훈의 단도직입운전자의 시선이 분산된다. 계기판, 윈드실드 아래 정보창, 센터 페시아의 에너지 모니터 등 운전자가 봐야 할 곳이 많다. 3개의 미러와 3개의 계기판을봐야하는데시선의 분산은 때로 부담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