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이 캐딜락 CTS를 다시 선보였다. GM이 “중대형 럭셔리 스포츠 세단”으로 소개하는 CTS는 캐딜락에서 가장 잘 나가는 모델이다. 독일에 벤츠가 있다면 미국엔 캐딜락이 있다. 미국을 대표하는 럭셔리 브랜드라는 말이다. 그중에서 CTS는 엔트리 모델이다. 그 위로 STS와 DTS로 이어지는 캐딜락 라인업의 막내 차종인 셈.

캐딜락 CTS의 변화는 모델 라인업에서 찾을 수 있다. 기존 3.5 엔진을 3.6으로 업그레이드했고 엔트리급이었던 2.8 모델 대신 3.0 모델을 배치하면서 옵션을 달리하는 두 개의 트림으로 나눴다. 두 개의 3.0 모델과 하나의 3.6 모델로 구성되는 것이다. 오늘의 시승차는 CTS 3.0 프리미엄이다.

캐딜락 CTS는 영화 ‘매트릭스 2’에서 인상적인 모습 선보였다. 이른바 고속도로 추격신에서 CTS의 활약은 대단했다. 지엠에서 작정하고 지원했다는 이 영화 덕에 캐딜락 CTS는 전세계적으로 알려진다. 영화 덕을 단단히 본 것.

예쁘다. 빨간색 보디컬러가 한 눈에 시선을 잡아끈다. 차를 타고 도로에 나서면 시선이 쏟아지는 것은 컬러가 예뻐서다. 단순히 컬러만 좋다고 예쁘다는 인상을 줄 수는 없다. 디자인이 받쳐줘서 더욱 돋보인다. 깔끔하게 정돈된 라인, 앞으로 쏠리는 다이내믹한 웻지 스타일은 서 있어도 달리는 것 처럼 보인다. C 필러는 두껍게 배치했고 뒤창은 많이 기울게 배치해 트렁크 리드가 짧다. 보는 즐거움을 만끽하게 해주는 디자인이다.

CTS의 헤드램프와 리어램프는 세로로 배치해 지루함을 덜었다. 가로로 안정적인 모습 대신 세로로 세워 움직이는 차의 역동성을 강조하고 있다. ‘세로’를 강조하는 디자인은 인테리어의 송풍구에서도 드러난다. ‘누구를 닮았다’는 시비를 원천 차단하는 캐딜락 고유의 아이덴티티가 살아있는 개성있는 디자인이다. 멋있다.

인테리어는 적당한 고급감이 전해진다. 센터페시아의 플라스틱. 도어트림의 가죽 등이 대조를 이루며 인테리어의 수준을 적절한 수준에서 조율하고 있다. 가죽핸들의 그립감이 인상적이다. 손에 착 달라붙는다. 7인치 내비게이션 모니터가 시원하다. 센터페시아는 간결하고 오밀조밀하다. 쏘나타가 스타일을 차용한 세로 송풍구는 이 차의 특징이다. 운전석과 조수석의 온도를 따로 정할 수 있는 표시창도 눈에 띈다. 일반적인 틀을 유지하면서도 개성을 만들어내는 디자인 역량이 돋보인다.

6단 변속기는 수동 기능을 겸한 팁트로닉 방식이다. 레버 느낌이 좋다. 핸들과 변속 레버는 운전하는 동안 운전자와 가장 많이 접촉하는 부분이다. 이 두 부분만 제대로 만들어도 감성품질은 크게 높아진다. 가죽을 덧댄 핸들과 변속레버에 신경써야 하는 이유다. 머리 윗공간, 즉 헤드 클리어런스는 넉넉하다. 룸미러로 보는 뒤창은 많이 뉘여져 있다. 3개의 원으로 구성된 계기판은 잘 보인다. 핸들에는 오디오 조절 스위치를 배치해 손을 움직이지 않고도 조절할 수 있게 했다.

시동을 걸었다. rpm은 안정적이다. 정시 상태의 rpm은 600 전후로 매우 조용했다. 엔진소리가 잔잔하게 들리는 수준이다. 공회전 상태로 가속 페달을 깊게 밟아도 rpm은 3000을 넘기지 않는다.

가볍다. 가속페달을 밟으면 차체는 주저없이 반응한다. 주체못하는, 그래서 거침없이 내닫는다거나 타이어를 헛돌게 할만큼 넘치는 힘은 아니다. 배기량 2994cc의 엔진은 275마력의 힘을 낸다. 최대토크는 31.0kg.m. 최대출력은 7000rpm에서, 최대토크는 5600rpm에서 발휘된다. 고회전에서 힘을 내는 엔진이다.

시속 100km에서 1600~1700 rpm 수준에 머문다. 굳이 엔진을 많이 돌리지 않아도 필요한 정도의 힘을 뽑아낼 수 있게 세팅됐다. rpm이 낮으면 승차감과 소음 면에서 좋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시속 100km일 때 5단에서 2000, 4단에서 2800, 3단에서 3600rpm을 각각 보였다. 2단에서도 5500rpm까지 올리면 시속 100km를 넘긴다. 2단에서 이 속도를 보이는 경우는 흔치 않다. 덕분에 저속 가속감이 인상적이다.

제로백 타임과 거리를 체크했다. GPS 시스템을 이용해 차의 움직임을 체크하는 영국제 ‘비디오 브이 박스’를 이용해서다. 기록은 8.95초, 143.12m. 브레이크는 훌륭하다. 시속 100km에서 급제동하면 41.35m를 더 가서 멈춘다. 제동 시간은 3.23초. 비가 내리는 중에 체크한 기록이라 조금 더 단축할 수 있는 여지는 있겠다.

속도를 높이면 잘 튜닝된 엔진 소리가 들린다. 노면의 잡소리나 바람소리보다 엔진 소리가 좀 더 크게 들려 오히려 좋다. 이런 저런 잡소리를 듣기 좋게 잘 튜닝된 엔진 소리가 덮어버려서다.엔진소리는 매력적이다. 소리를 틀어막아 들을 수 없게 할 수 없다면, 듣기 좋게 소리를 튜닝하는 게 낫다. 일부 슈퍼카의째지는 소리, 귀를 찢는 소리는 소음이다. 아무리 슈퍼카라도 그런 소리는 싫다. 캐딜락 CTS 정도의 소리라면 적당한 박력과 절제된 음질을 갖췄다고 할 수 있다. 수 많은 차들의 엔진 소리중듣기 좋은 소리 중 하나다. 미국 세단은 크고 연비 안좋고 소프트하다는 뿌리깊은 선입견과 싸워야 한다. 그렇지 않다는 것을 강조하고 알려야 하는 것이다. 캐딜락 CTS는 그런 선입견을 거부한다. 크지도 않고 서스펜션은 차체를 잘 받쳐준다. 하드함고 소프트함을 함께 갖춘 승차감을 보인다. 연비도 9.4km/l으로 3.0 리터 245마력임을 감안하면 그리 나쁘지 않은 수준이다. 시속 100km에서 아늑한 승차감을 느낄 수 있고, 시속 200km에서도 불안감 없이 차를 컨트롤할 수 있다.

승차감은 우수하다. 시속 140km 미만의 속도에서는 차 안에서 여유있고 안락한 느낌을 받는다. 2500-3000 rpm 부근에서 매우 좋은 음색이 나온다. 마음에 든다. 그 이하에서는 조용한 수준을 유지한다. 2단 이 시속 100 이상을 커버. 여유가 있는 6단 변속기이면서도 1, 2단이 넓은 속도를 커버하고 고단에서 비교적 촘촘한 기어비를 적용했다.

이 차의 장점은 뭐니뭐니해도 머니, 즉 가격이다. 4780만원에 캐딜락을 살 수 있다는 건 분명 매력있는 제안이다. 어댑티브 헤드램프, 8개의 스피커를 가진 보스 오디오, 7인치 내비게이션, 후방 카메라 등을 갖춘 럭셔리 세단의 가격이 5000만원도 안된다. 스마트 키, 우드 트림, 선루프 등이 더해진 CTS 3.0 퍼포먼스는 5650만원. 3.6 엔진에 8인치 모니터, 40기가 하드 드라이브, 아이팟 통합시스템, 보느 5.1채널 10 스피커 시스템을 갖춘 3.6 프리미엄은 6390만원이다.

여전한 성능에 정교해진 옵션, 매력 있는 가격이 돋보인다. 점차 경쟁이 뜨거워지는 시장에 공격적 대응하려는 지엠코리아의 의지를 느낄 수 있는 차다.

오종훈의 단도직입고질적 마무리 부족은 여전하다. 지붕 끝 마무리는 허접하고, 트렁크 내부의 윗 덮게는 없어 철판과 긴 나사가 그대로 드러나 있다. 짐을 실으면 긴 나사에 긁힐 수도 있다. 보기에도 거칠어 좋지 않다. 말로는 럭셔리 세단이라고 하지만 사실은 그게 아님을 스스로 고백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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