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진의 효율을 올리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연료 분사 방식의 개선과 밸브 효율의 개선이다.

흡배기 밸브의 위치는 최적의 위치를 찾아 지금의 위치로 옮겨졌다. 흡기와 배기 밸브 모두를 한꺼번에 작동시키는 캠샤프트는 이제 대부분이 흡기와 배기 밸브를 각각 따로 작동시키는 방식으로 변했다. 밸브 수도 늘렸다. 더나아가 밸브 개폐 타이밍을 저속부터 고속까지 엔진 회전속도에 맞춰 조절하는 등 개선을 거듭하고 있다.

또 다른 한편에서는 연료공급방식의 변화가 이뤄지고 있다. 연료와 공기를 혼합한 혼합기를 만들어 엔진 실린더에 분사하는 방식에서, 실린더 바로 바깥에서 연료를 쏘아 공기와 섞이게 해 실린더로 유입되는 방식을 거쳐 연료와 공기가 섞이지않고 바로 실린더로 들어가는 방식으로 발전해 왔다.

현대자동차가 쏘나타 2.4 GDi를 출시했다. 연료를 엔진의 실린더에 직접 분사하는 방식으로 기존 MPi 방식의 엔진보다 훨씬 높은 효율을 자랑한다. 최고출력 201마력으로 기존 2.4 엔진 보다 세졌다. 동급이 다른 메이커 엔진보다도 힘이 세다고 현대측은 강조하고 있다.

디자인은 그대로다. 심장만 바뀐 차다. 젊어진 디자인. 날카롭고 세련됐다고 하나 기자가 보기에는 어지러운 선들이 난무한 모습이다. 난초의 이미지를 따와서 ‘蘭’을 강조하지만 보이는 모습은 정반대다. 蘭이 아니다. 亂이다. 어지럽다. 디자인 평가는 그 정도로 하자. 이미 쏘나타 2.0을 시승할 때 언급한 부분이다.

센터페시아에 사람 모양을 새겨넣은 공조 스위치가 눈에 띈다. 누가 작동해도 보는 순간 쉽게 조작할 수 있는 직관적 버튼이다. 볼보의 센터 페시아에 자리했던 인체모형의 버튼이 쏘나타에도 자리잡았다. 경쟁사의 장점을 벤치마킹하는 건 나무랄일이 아니다. 베끼기 수준이 아니라면 말이다.
번쩍거리는 광택 재질이 아니라 무광 재질을 주로 인테리어에 적용한 부분은 마음에 든다. 특히 손으로 터치 했을 때 느껴지는 부드러운 질감이 만족스럽다. 센터페시아와 도어패널 등 손이 닿는 곳 대부분이 촉감이 좋은 무광재질이다.

선루프는 지붕의 거의 전부를 덮고 있다. 앞좌석은 물론 뒷좌석 위 천정이 유리로 덮였다. 확트인 지붕의 개방감은 차가 질주할 때 뒷좌석에 앉으면 제대로 감상할 수 있다. 빨려 들어가는 느낌이 훨씬 강하다.

뒷좌석 가운데를 가르는 센터터널은 없다고 무시해도 좋을만큼 낮다. 그래서 뒷공간을 넓게 쓸 수 있다. 센터 터널이 솟아오른 후륜구동차의 뒷좌석 가운데 자리에 다리를 쫙 벌려 앉아본 이들은 센터터널이 없거나 낮은 차의 고마움을 안다.

조수석 왼쪽 무릎 옆 서류 봉투나 간단한 소품 등을 넓을 수 있는 수납공간을 만들었다. 세심한 배려가 돋보인다.

파란색 계열의 실내조명은 이제 현대차의 특징으로 자리했다. 조명이 잘돼 각 부분의 버튼들이 분명하게 보인다. 파란색이 주는 차가운 느낌이 현대차의 이미지로 굳어질 수도 있겠다.

자동차의 가장 핵심인 엔진이 교체된 것이니 전혀 다른 차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비가 흩뿌리는 제주도에서 쏘나타 2.4 GDi를 타고 달렸다.

GDi 엔진은 연료를 실린더에 바로 분사하는 방식이다. 연료를 직접 분사하게돼 흡입 공기량이 늘어 성능이 개선된다. 토크의 경우 모든 속도 구간에서 10% 안팎의 성능개선을 기대할 수 있다. 고압의 인젝터를 정밀하게 제어해 연료를 분할 분사하게 되면 배기가스 개선에도 큰 효과를 본다. 가솔린 엔진이어서 인젝터의 연료분사압은 100~130바 정도로 디젤엔진에 비해서는 크게 낮은 수준. 연비는 13.0km/l로 2등급이다.

2.0에 비해 무게가 55kg, 배기량은 356cc, 공차중량은 55kg이 늘었는데도 연비는 더 좋아졌다. GDi 엔진의 기술 덕이다. 흡배기 가변밸브 타이밍시스템, 가변흡기 시스템, 전부동식 피스톤 쿨링젯, 밸런스 샤프트 모듈, 롤러 타입 타이밍 체인 등이 2.4 GDi 세타 엔진에 적용된 기술이다.

힘이 세진 것은 분명한데 사람마다 평가가 다르다. 혹자는 강한 파워를 찬양하고 또 다른 이들은 체감되는 파워가 기대에 못미친다고 평한다. 결국 각자의 기대치가 어디에 있느냐의 문제다. 기대치가 높았다면 실망을, 기대치가 낮았다면 호평을 하게 된다.

동급의 다른 엔진들과 비교할 때 가솔린 2.4 엔진으로 200마력이 넘는 힘을 뽑아낸다는 것은 평가할 만하다. 수입차를 포함해 2.4는 물론 2.5 리터급 엔진중에서도 탁월한 수준이다. 숫자가 말하는 객관성은 인정할 수밖에 없다. 그게 숫자의 힘이다.

문제는 각자의 느낌이다. 몸이 느끼는 힘이 어느 정도인가 하는 것. 제법 빠르다. 힘이 느껴진다. 정지 상태에서 가속을 이어가면 꽤 빠른 시간에 가속이 이뤄진다. 하지만 넘치는 파워는 아니다. 팡팡 터지는 힘이 아니라 저스트 파워로 1465kg 무게의 차체를 찰지게 끌고간다. 논터보 자연흡기 엔진으로는 부드럽고 힘있는 반응이다.

몸이 느끼는 체감 성능은 숫자로 표현되는 절대 성능에 비해 낮다. 터보를 장착하거나 약간의 튜닝을 더하면 좀 더 파워풀한 달리기 성능을 기대할 수 있겠다. 향후 나올 GDi 엔진의 다양한 버전에 기대를 걸어본다.

시속 200 km를 찍기는 쉽지 않다. 비좁은 도로, 흩날리는 비 등의 제약 요건탓도 있다. 그래도 쭉 뻗은 도로를 앞에두고 선두에서 가속을 시도했다. 충분한 거리였지만 200km 마크는 어려웠다. 좀 더 긴 거리와 많은 시간이 있어야 가능할듯하다.

엔진 소리는 제법 자극적이었지만 톤이 얇아 단단한 성능을 제대로 표현하지는 못했다. 좀 더 굵고 힘있는 소리를 찾는 게 좋겠다.

엔진에 밸런스 샤프트를 달아 나름 신경 쓴 흔적을 보였다. 진동 문제는 신경 쓰지 않아도 되겠다. 밸런스 샤프트의 무게가 50kg 가까이 추가 됐지만 연비는 오히려 더 좋아졌다. 무거워졌지만 연비가 좋아진 미스테리는 GDi 엔진의 기술력 때문이라고 봐야 한다.

다소 큰 듯한 핸들은 정확히 3회전한다. 적절한 조향비다. 핸들은 다소 무겁게 움직인다. 손에 잡히는 맛이 얇다. 그래서 묵직한 맛이 덜하다. 변속레버도 얇은 편. 디자인도, 엔진 소리도, 느껴지는 성능도, 핸들도, 변속레버도 ‘얇다’. 좀 더 풍부한 깊이 있는 질감이 전체적으로 필요하다.

20 여대의 쏘나타가 빗속을 질주했다. 그 자체가 장관이다. 멋있다. 브레이크는 빗길에도 미끄러지지 않고 정확하게 작동했다. 잘 달리는 차를 신뢰하기 위해서는 잘 멈추는지를 먼제 체크해야 한다. 쏘나타 2.4GDi는 그런면에서 신뢰할만했다.현대차는 GDi 방식을 다른 엔진들에도 확대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터보 GDi를 개발하는 등 엔진 베리에이션을 다양화 한다는 전략이다. 다양한 엔진과 변형된 추가 엔진 라인업이 현대차의 분명한 자산이 될 것이라는 점은 의심할 필요가 없겠다.

쏘나타 2.4의 판매비중을 지금까지 그리 높지 않았다. 이미지 리딩 모델로 상징적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을 뿐이다. 현대차는 앞으로 쏘나타 2.4GDi의 판매 비중을 전체 쏘나타 판매량의 10% 가까이로 높이겠다는 복안이다. 상징성에 더해 실질적인 내실까지 차지하겠다는 의도다. 문제는 상급 모델과의 간섭이다. 그랜저는 물론 기아차 K7과 2.4 모델이 겹친다. 겹치는 게 문제가 아니라 중형인 쏘나타 2.4가 준대형인 그랜저나 K7 2.4보다 출력이 월등히 우수하다.쏘나타가그랜저와 K7의 강력한 경쟁자로 떠오를 수도있다는 말이다. 토요타 캠리 견제용으로 내놓은 쏘나타 2.4가 오히려 그랜저, K7과 맞붙는 역효과가 우려된다. 물론 소비자 입장에서야 나쁠 게 없지만 말이다.

오종훈의 단도직입6단 변속기는 엔진의 힘을 효울적으로 관리하지 못하는 것 같다. 시속 100km에서 2200~2300rpm을 마크하는 게 이를 말한다. 대게의 경우 이 속도에서 rpm은 2000 전후를 마크하고 힘의 여유가 있으면 1800rpm 수준으로 떨어지기도 한다. 하지만 쏘나타 2.4 GDi는 2000을 훨씬 상회한다. 같은 속도에서 더 큰 엔진 회전수를 필요로 한다는 말이다. 효율적이라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는 반응이다. 현대차는 연비를 높일 수 있는 기어비를 택했다고 하는데 차의 특성은 이와 반대다.신차발표회의 패들시프트 사건을 떠올리며 다시 한 번 유심히 패들 시프트를 살펴봤다. 약했다. 손가락으로 눌러보니 낭창낭창 휜다. 힘을 조금 더주면 또 부러질 판이다. 소재를 변경해야 한다. 비가 내려 와이퍼를 작동하는데 ‘칙칙’ 거리는 마찰음이 들린다. 마른 창을 닦는 것도 아니고 비가 많이 내리는 데에도 소리가 나는 건 문제다. 돈 달라고 조르는 ‘와이프’ 잔소리 닮아서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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