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7은 기아차가 새로만든 준대형차다. 로체와 오피러스를 잇는 모델로같은 집안인 현대차 그랜저와 한판 승부를 벌여야 하는 운명이다.하필 K7일까. 함부로 지은 이름이다. 홍길동 개똥이 틈에 낀 마이클 같은 느낌, 물 위에 뜬 기름같은 이름이다. 기아차 라인업에서 프라이드, 포르테, 로체, 오피러스로 이어지는 모델 이름 가운데 K7은 단연 튄다. 기아, 한국 통치를 뜻하는 그리스어에서 따온 K에 대형 세단을 의미하는 7을 조합한 이름이라는 설명이다. 작명이 너무 작위적이고 어울리지 않는다는 걸 기아도 안다. 수출할 때에는 K7을 버리고’카덴자’라는이름을 쓰기로 한 것을 보면 기아 스스로도 뭔가 자연스럽지 않다는 걸 알고 있다는 말이다. 기아차 전체의 모델 이름을 K1부터 K8 까지 바꾸던지 아니면 K7에 숫자 아닌 이름을 다시 지어줘야 하는 게 자연스럽다. 족보 있는 집에서는 이름을 함부로 짓지 않는다.

쌍심지를 켠 듯한 헤드램프는 무척 강한 인상을 남긴다. 성공한 디자인이다. 멀리서 봐도 한 눈에 알 수 있는 모습이니 말이다. 강한 인상은 편안함과는 거리가 있다. 쌍심지 켜고 치켜뜬 눈을 편안한 자세로 보기가 쉽지않다.

차는 크다. 5m 가까운 길이에 폭은 1.8m를 넘긴다. 휠베이스가 2,845mm에 이른다. 당당한 위용을 자랑하는 크기. 이른바 슈라이어 라인은 차 곳곳에 자리잡았다. 가만히 차를 보면 숨은 그림 찾기 하듯 여기 저기서 문제의 라인들이 드러난다. 그 선들을 찾아내는 재미 또한 괜찮을 듯 하다. 그런데 모두 몇 개일까? K7에는 모두 몇 개의 슈라이어 라인이 숨어있을까.

가죽과 나무. 인테리어는 고급차의 공식을 잘 따르고 있다. 핸들과 도어패널, 센터 페시아 등이 그랬다. 하지만 소재의 질감은 고급감이 떨어진다. 손에 잡히는 핸들의 가죽은 야들하고 보드러운 가죽이 아니었다. 번쩍 거리는 광택을 가진 나무도 그리 좋지는 않다. 개인적으로 번쩍이는 광택보다는 광택을 벗어버린 ‘무광’을 선호한다. 손자국도 나지않고 때도 잘 타지 않을 뿐 아니라 자주 닦아주지 않아도 어지럽지 않아서다. 천성의 게으름으로 광택을 제대로 관리할 수 없음이 문제이니 광택이 문제라기 보다 귀차니즘에 사로잡힌 기자의 문제가 크다.

센터 페시아는 위쪽 내비게이션 모니터는 무광, 아래쪽 공조 스위치가 있는 부분은 광택 재질이다. 센터페시아 아래쪽에는 텅 빈 수납공간이 자리했다.

핸들에는 열선이 내장돼 있어 추운 겨울에도 열기를 뿜어내고 시트에는 열선과 냉풍 기능이 있어 여름 겨울에 두루 편하겠다.

실내 지붕에는 무드 등이 가로질러 자리했다. 무드 등이 꼭 필요한지 모르겠다. 이런 저런 편의장치들이 필요한 고급차라고 하지만 이런 류의 무드 등이 왜 있어야 하는지 의문이다. 다른 차에 없는 뭔가를 집어넣어야 하는개발자의 입장에서는 만족스러운 부분일지 몰라도 소비자 입장에서는 그거 생략하고 차 값 좀 싸게 해주는데 만족감을 표할 것이다. 실내 무드등은 소비자가 아니라 개발자의 만족을 위한 부분이다.

뒷좌석에는 센터터널이 낮아져 거의 없다시피했다. 덕분에 공간 쓰임새가 좋아졌다. 제한된 공간을 넓게 쓸 수 있게 된 것이다.

K7에는 세 종류의 엔진이 적용된다. 세타 2.4, 뮤 2.7, 람다 3.5 엔진이 그것이다. 시승차는 3.5 람다 엔진을 얹은 최고급 모델이다. 290마력에 34.5kg.m의 힘이 6단 자동변속기에 의해 컨트롤된다.

힘은 여유가 있다. 정지상태에서 가속을 해서 속도를 높이는 데 시속 200km를 쉽게 돌파했다. 그 속도에서도 가속페달에 여유가 있었다. 가속페달은 마지막 순간에 한 번 걸리는 킥 다운 버튼이 없다. 아무 저항 없이 바닥까지 내준다.

공회전 상태에서 정숙성은 놀랍다. 실내는 적막강산이다. 하지만 움직이기 시작하면 분위기는 점차 변한다. 속도에 비례해서.

시속 100~120km는 일상 주행영역의 고속구간이라 할 수 있다. 이 구간에서 바람소리가 꽤 실내로 파고든다. 공기저항계수(CD) 0.29 라는 게 믿기지 않는다. 엔진음은 잔잔해 바람 소리에 묻힌다. 노면 잡소리도 실내에서 들리는 편이다. 방음대책을 좀 더 보완해야 대형세단으로서 얼굴이 서겠다. 대형세단에 ‘준’하는 준대형세단이라 그 정도까지는 필요 없다고 생각했는지 모르겠다.

스티어링휠은 크다. 큰 스티어링 휠이 2.8 회전만에 완전히 감긴다. 크지만 타이트한 핸들링을 암시한다. 코너에서 핸들을 잡아 돌리며 빠르게 빠져나가는 손맛을 제법 느낄 수 있다.

급출발 하면 초기에 살짝 헛바퀴를 돌고 앞으로 돌진한다. VDC, 차체자세제어장치는 기본 장착됐다. 3.5 모델에는 전자제어 서스펜션(ECS)이 기본 적용된다. 스포츠 모드와 노멀 모드를 선택할 수 있는 서스펜션이다. 거친 노면, 코너에서 빛을 발하는 부품이다. 서스펜션은 가끔 통통 튀는 느낌을 전한다. 썩 유쾌하지 않는 반응이다.

적지 않게 기울면서 앞으로 뻗은 A 필러가 좌우 회전할 때 시야를 가로막는 경우가 생긴다. 필러가 두껍기도 하거니와 앞으로 뻗어 있어서다.

기본은 갖췄다. 하지만 고급차에서 느낄 수 있는 무게감은 찾기 힘들다. 고속주행에서의 안정감, 도로에 달라붙는 밀착감, 외부와 격리된 듯한 아늑한 느낌 등등. K7에서 좀처럼 느끼기 힘든 부분들이다. 이런 저런 편의장치들로 구색은 잔뜩 갖춰놓았지만 이것들이 차와 조화를 이루며 일체화되고 차의 품격을 한단계 높이는 데에는 별다른 구실을 못하고 있다. 그냥 하나하나 늘어놓은 느낌이다. 고급차로서는 치명적 약점이라 아니할 수 없다.

K7은 그랜저와 쏘나타 사이에서 샌드위치 신세를 못면하게 생겼다. K7보다 불과 한달 뒤에 나온 그랜저는 운전석과 조수석 에어백은 물론 사이드 & 커튼 에어백까지 모든 트림에 예외없이 기본으로 “깔아버렸다.” K7은 운전석과 조수석 에어백이 기본일 뿐이다. 얄밉게도 그랜저가 좀 더 싼 값에 팔린다. K7으로서는 야속할 노릇이다.

쏘나타도 K7 뒤통수 치기에 합류했다. 쏘나타 2.4가 K7 2.4보다 월등한 출력을 자랑해서다. 2.4 GDi 엔진을 얹어 201마력의 힘을 내는 쏘나타 2.4에 비해 K7 2.4는 고작 180마력에 만족해야 한다. 그랜저나 쏘나타를 포기하고 K7을 사야하는 이유가 궁색해지는 것이다. 현대차를 뛰어넘어서는 안되는 기아차의 숙명이다.

오종훈의 단도직입가볍다. 고속주행 안정성이 그래서 좀 떨어진다.고급차 답게 고속에서 묵직하게 가라앉는 맛이 아쉽다. 6단 변속기는 5000rpm 넘게 사용하면 변속레버를 통해 잔진동이 전해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