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다이어리

바람둥이는 골프가 싫다

폭스바겐 골프가 6세대에 접어들었다. 동그란 헤드램프, 꽁무니가 잘린 잘록한 뒷모습으로 처음 이 세상에 신고를 한 게 1974년이었다. 지금까지 36년 동안 2600만대가 팔려나간 명실공히 명차요 베스트셀링카다. 지난해 가을 한국에서 신고식을 치른 골프를 타고 차가운 겨울 바람을 가르며 달렸다.

골프는 전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대표적인 대중차다. 고급차가 아니다. 국민차라는 의미를 담은 ‘폭스바겐’이 만드는 대표차종이 바로 골프다.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도 골프는 대중적인 소형차의 이미지로 단단한 입지를 다지고 있다. 시승차는 디젤 2.0 TDi 커먼레일 엔진을 얹은 모델로 140마력에 17.9km/l 1등급의 연비를 자랑하는 모델이다.

골프는 보기에도 야무지다. 작아서 더 그런 느낌이 강하다. 덩치 큰 대형 럭셔리 세단 틈에서도 당당히 존재감을 드러내는, 골프는 그런 차다.

골프는 또한 과장이나 허풍이 없는 합리적인 차다. 작은 차에 2.0 엔진을 얹어 겉으론 소박하지만 속으론 단단한 성능을 가졌다. 독일 사람들의 합리적 사고가 만든 차다. 한국에서라면 아마도 이 정도 크기라면 1.0~1.6 리터급 엔진이 적용됐을 것이다. 자동차 역사가 오래고 문화가 윤택한 유럽에서는 차의 크기와 엔진의 크기가 비례하지 않는다. 작은 차에 큰 엔진 다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한국에서는 큰 차에 작은 엔진을 얹는 경우가 많다. 차에 대한 정서, 문화가 다르기 때문에 오는 차이다. 어쨌든 골프는 유럽의 합리적 자동차 문화를 말해주는 차로 손색이 없다.

단순한 원형 램프로 대표되는 1세대 골프의 단순한 디자인은 세대를 거치면서 조금씩 단순함을 벗고 세련된 모습으로 변해왔다. 전체적으로는 심플한 해치백 스타일이 여전하지만 헤드램프와 리어램프, 사이드 미러, 라디에이터 그릴 등 디테일한 부분에서는 시대에 맞춰 변화를 받아들인 모습이다.

센터페시아는 단정하게 정돈됐다. 무광 재질이 좋다. 블랙 무광의 인테리어는 촉감도 좋지만 뭐니뭐니해도 관리하기가 편한게 장점이다. 광택이 번쩍이는 재질은 때로 싸구려 같아 보일 때도 있는다. 골프는 실내 마감도 수준급이다. 수입차를 시승할 때 자주 지적하는 지붕 가장자리 마무리도 야무지게 처리했다.

트렁크는 깊이 있게 만들어 좀 더 많은 짐을 실을 수 있게 했고 엔진룸에는 TDi 엔진 옆에 커버에 쌓인 배터리가 자리했다. 올해 겨울처럼 강추위가 기승을 부릴 때 배터리 때문에 속상할 위험은 덜해 보인다.

6단 DSG 변속기는 엔진의 힘을 효율적으로 쓴다. 시속 100km에서 1800rpm. 일반적으로 이 속도에서는 2,000rpm을 보이지만 골프의 2.0 TDi 엔진은 6단 DSG 기어와 궁합을 맞춰 더 낮은 rpm을 보인다. 같은 속도에서 작은 힘을 낸다는 건 그만큼 효율적이라는 얘기다.DSG는 더블클러치 방식의 변속기다. 두 개의 클러치를 적용해 변속타이밍과 동력 효율을 개선해 연비와 성능을 모두 높이는 기술. 1, 3, 5단과 2, 4, 6단용 클러치가 따로 작동하는 방식이다. 이 방식은 변속 타이밍이 짧은 게 장점이다. 변속타이밍이 길면 동력 손실이 생기는 데 이를 줄일 수 있다. 힘이 끊기지도 않아 가속하는 데에도 효과가 크다. 자동변속보다 수동변속기가 연비가 좋은 데 더블 클러치 방식은 수동변속기에 못지 않는, 혹은 더 우수한 연비와 성능을 보인다. 폭스바겐 아우디에서 즐겨 사용하는 변속기다.

수동으로 변속하면 시속 100km 일 때 3단 4200, 4단 3000, 5단 2200, 6단 1800rpm을 각각 마크한다. D에서 한 단 내리면 S 모드가 따로 준비돼 있다. 달리기 위한 모드다. S모드로 변속하면 400rpm 정도 상승한다. 차가 긴장 상태가 되면서 다이내믹한 달리기가 가능해지는 것. 수동 변속모드로 하고 가속을 이어가면 시속 40km에서 2단 , 80km에서 3단, 120km에서 4단, 160km에서 5단, 그리고 190km에서 6단으로 각각 변속이 일어난다. rpm이 높아지면 수동모드지만 자동 변속이 진행된다.

해치백은 고속에 약하다. 차의 생김새 때문에 공기의 흐름이 뒤로 가면서 불안해지기 때문이다. 공기의 흐름이 뒤에서 흩어지는, 그래서 차의 흔들림을 만들어서다. 트렁크가 없어 뒤로 넘어간 공기가 트렁크를 눌러주는 다운포스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뒷부분에서의 와류 발생은 소음을 일으키기도 한다. 골프는 이런 해치백의 약점을 잘 극복하고 있다. 시속 160km 이상 고속에서도 차의 흔들림이 적다. 도로 사정만 허락한다면 시속 200km를 넘보는 속도까지도 공략 가능했다. 시속 160km 속도에서는 바람 소리가 드세지는 것 말고는 불안함이 없다. 우수한 해치백이다.

140km/h 까지는 빠르게 속도를 높이지만 이후부터는 시간이 걸린다. 시속 200km를 넘보기까지는 가속페달을 바닥에 붙인 채 기다려야 한다. 가속감은 열심히 있는 힘껏 달리는 느낌이다. 여유있는 파워풀한 힘은 아니다. 메이커가 발표한 제로백 타임은 9.3초지만 계측기를 달고 실측을 해본 결과 9.1초와 9.2초 등 더 좋은 기록을 쉽게 낼 수 있었다. 한국에서 수입차를 타는 재미중 하나는 바로 이런 부분에 있다. 수입사측이 발표하는 성능 제원이 솔직하다는 것. 그래서 일반 운전자들도 메이커 발표 연비나 성능 등을 스스로 경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시속 80km에서 A필러를 통해 바람소리가 잔잔하게 들린다. 노면소리도 약간은 올라온다. 상대적으로 엔진소리는 약하다. 앞 유리에 소음을 줄이기 위해 방음 필름을 더했고 엔진 마운팅과 도어 실링도 방음에 도움을 준다. 2000 rpm 전후로 운전하면 엔진소리는 매우 조용하다. 디젤엔진이 조용한 게 마음에 들지만 더 좋은 것은 그 엔진이 가속할 때 드러내는 제대로된 가속음이다. 가속하면 다이내믹한 소리가 감동을 준다. 질주본능을 자극하는 소리다. 핸들을 끝에서 끝으로 완전히 감으면 3.25바퀴를 돈다. 여유 있는 스티어링이다. 이것만 보면 스티어링 성능이 부드럽겠다는 생각이 들지만 실제 상황에서는 부드럽지 않다. 정확했다. 타이트한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정확한 조향 특성이 운전자 의도에 어긋나지 않는 성능을 만든다. 코너에서 부담 없이 차를 컨트롤할 수 있는 적당한 수준의 조향특성이다.코너에서 다소 속도 높아도 부담 없이 돌아나갈 수 있다. 차가 크지 않아서 부담 없이 컨트롤 할 수 있다. 작아서 뒤가 부담없다. 편하고 재미있다.

손에 달라붙는 핸들은 감각이 좋다. 3 스포크 가죽핸들에는 아무 것도 없다. 아무 스위치 없는 깔끔한 스티어링 휠이다.

내비게이션은 없다. 차라리 없는 게 낫다. 벤츠 E 클래스처럼 허접한 제품을 써 소비자들에게 욕을 바가지로 먹느니 차라리 소비자가 알아서 하게 놔두는 게 차라리 좋다.

파크 어시스트 기능은 재미있고 신기한 장치다. 파크 어시스트 버튼을 누르고 차가 시키는 대로 변속기만 움직이며 가속페달을 살짝 밟고 있으면 차가 알아서 주차하는 시스템이다. 주차에 노이로제가 있는 ‘초보’ 들에겐 구세주와 같은 장치다. 문제는 늘 구세주를 찾다보면 ‘초보’를 면할 길이 없다는 것. 게다가 파크어시스트는 차들이 나란히 꼬리를 무는 일자형 주차에서만 파크어시스트가 작동한다. 이름이 골프지만 골프 백을 트렁크에 넣으려면 무리다. 찌증날 수도 있다. ‘골프’는 멕시코만에 부는 바람의 이름에서 따온 이름이다. 운동하는 골프와는 아무 상관없는 차다.

바람에서 이름을 따온 골프라 바람둥이에 어울릴 것 같은 차지만 사실은 정반대다. 골프의 시트는 레버를 젖히면 한번에 눕혀지는 방식이 아니다. 둥근 로터리 손잡이를 열심히 돌려야 시트를 누일 수 있다. 완전히 누이려면 시간이 꽤 걸린다.바람둥이가 골프를 싫어하는 이유다.잠시 분위기에 취해이성을 잃는다해도시트 레버를 돌리는 시간이면 충분히 이성을 회복하게 된다. 골프가여성에겐 안전한 차, 바람둥이와는 상극인 차, 결국 건전한 차인 이유다. 딸에게는 골프를 사줘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골프는 젊은이들이 연애하고 결혼하고 아이들이 커지기 전까지는 딱 좋은 차다. 74년 데뷔 이래 36년간 사랑을 받아왔듯 앞으로도 더 많은 시간을 사랑받는 차이길 바란다.

오종훈의 단도직입.

스티어링휠 가죽을 기운 실밥이 터져 있었다. 시승차만 그렇겠지만 사소한 부분에서 품질관리 수준을 볼 수 있다. 이 차의 문제는 결국 다른 차에서도 나타날 수 있는 문제다. 오디오도 불만이다. CD로는 훌륭한 소리를 들을 수 있지만 라디오는 잡음이 잔뜩 껴 있어 도저히 들을 수 없는 수준이다. 역시 이 차만의 문제겠지만 납득하기 힘들다. 어떻게 이런 소리가 나오는 것인지. 골프의 명성에 어울리지 않는다.

[시승 데이터]계측기를 이용해 실측한 데이터를 정리한다. 1. 0-100km/h.최고 기록은 9.1초가 나왔다. 메이커가 발표한 시간은 9.3초. 메이커 공식 기록보다 약 0.2초 빠른 기록이다. 이는 도로 상황 등의 변수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2. 0-190km/h원래는 0-200km/h를 체크했지만 속도계와 실제 속도와의 오차를 데이터 처리과정에서 정리하고 얻은 결과는 0-190km/h다. 정지 상태에서 가속후 47.12초, 1847m를 달린 후에 시속 190km에 도달했다.

3. 100km/h-0제동성능 테스트다. 시속 100km에서 급제동을 한 결과 제동시간은 4.89초, 제동거리는 67.73m가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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