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다이어리

저탄소 녹색성장 외치며 제한속도는 높이자고?

친환경 저탄소 녹생성장을 부르짖는 이명박 정부가 고속도로 제한 속도를 높이려 하고 있습니다.


경찰청이 고속도로 속도제한을 시속 120km로 상향 조정할 전망입니다. 경찰청에 따르면 최근 고속도로 제한 속도를 이처럼 높이자는 안이 경찰위원회를 통과했다는군요. 계획대로 된다면 중부고속도로와 제 2중부고속도로, 중부내륙고속도로, 서해안고속도로 전 구간에서 시속 120km로 달릴 수 있게 됩니다. 중앙고속도로 대구~부산 구간과 천안~논산 간 고속도로, 당진~상주 간 고속도로와 서천~공주 간 고속도로에서도 마찬가지로 10km/h 높은 속도로 달릴 수 있게 됩니다. 최고속도가 시속 100㎞인 경부고속도로는 서울∼천안 구간에서 시속 110㎞로 상향조정된다고 하네요. 오는 3월부터 시범실시한 뒤 하반기부터 적용범위를 넓혀간다는 계획입니다.


하지만 걱정입니다. 그냥 제한속도만 높이고 끝낼 문제는 아니라는 생각이기 때문이지요. 제한속도를 더 높일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많은 사람들이 제한속도를 지키지 않아서 현실화한다고 하지만 그에 못지 않게 많은 사람들은 제한속도를 충실히 지키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정부의 입장에서는 법을 지키도록 유도하는 게 옳은 방법이 아닐까 합니다.


습관적으로 제한속도를 넘기는 운전자들은 시속 10km 정도의 상향조정에 만족할 리가 없습니다. 제한속도가 얼마가 되든 상관하지 않고 속도를 즐기겠지요. 이들을 탓하지는 않겠습니다만 이들 때문에 허용속도를 높인다는 건 말이 안됩니다.


우리의 자동차 운전 문화도 ‘아직은 아니’인 이유입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어쩌면 속도를 높이는 게 아니라 문화를 만들어나가는 게 아닐까 합니다.


추월차로에 대한 개념이 없고, 우측차로로 추월을 일삼고, 교통 흐름은 전혀 개의치 않고 오로지 내 속도대로만 달리는 이들이 여전히 많은 게 우리의 도로 현실입니다. 화물차는 바깥 차로로 달리고 빨리 달리는 차가 있으면 양보해주고, 추월은 반드시 왼쪽 차로로 하는 등 상식이 정착되는 도로가 되도록 캠페인도 하고 필요하다면 적절한 단속과 계도가 필요합니다. 지금 수준에서 허용 속도만 올린다면 대형사고가 속출하고 많은 문제가 드러날 것입니다. 자동차 문화를 먼저 끌어올려야 하는 이유이지요. 운전문화가 좀 더 성숙하면 현재 수준의 제한속도에서도 도로 효율은 크게 높아질 것입니다. 굳이 제한속도를 높이지 않아도 불편하지 않을 정도의 도로 상황이 된다는 것이지요.


자동차 문화가 업그레이드 된다해도, 그래도 속도제한을 높이는 것은 안됩니다. 바로 환경때문입니다. 속도를 높이면 연료를 많이 소비하게 되고 그만큼 이산화탄소 발생도 많아집니다. 연료소모량, 즉 이산화탄소발생량은 속도에 비례하는 정도가 아닙니다. 속도의 제곱에 비례하지요. 속도를 높일수록 이산화탄소 발생량은 따따블로 증가하는 것입니다.


한 겨울이지만 실내온도를 낮추고 대통령이 내복 입자고 목청을 높이면서 다른 한편에서는 고속도로 최고속도를 높인다는 것은 아무래도 앞뒤가 맞지 않습니다. 저탄소 녹색성장을 하자는 게 이 정부의 원칙이라면 더더욱 고속도로 제한속도 완화는 해서는 안될 일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독일 아우토반 이야기를 합니다. 속도무제한의 바로 그 아우토반조차 이제는 속도를 제한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는 것은 바로 환경문제 때문입니다.


제한속도를 올리지 말아야 하는 이유는 하나 더 있습니다. 자칫 빈부의 격차가 고속도로에서도 나타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글을 쓰는 기자도 자주 시승을 하면서 제한 속도를 넘기는 일이 종종 있지만 늘 그처럼 빠른 속도로 달리는 것은 아닙니다. 빨리 달리고 싶지만 그러기엔 돈이 없기 때문이지요. 어떻게든 연료를 아껴 달려야 하는 서민들에게는 빨리 달리라고 해도 그럴 수 없는 게 현실입니다. 제한속도를 올리는 것은 그럴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사람들은 빨리 달리라는 차별을 만들게 됩니다. 제한속도가 올라가도 주머니 가벼운 이들은 어차피 살살 달리게 됩니다. 결국 부자들만 빨리 달리게 해주는 역효과가 나타날 수 있습니다. ‘강부자’로 불리는 이명박 정부가 도로 위에서까지 부자 밀어주기에 나서는 게 아니라면 고속도로 제한 속도는 지금 수준을 그대로 유지해야 합니다.


안전문제도 간과해선 안됩니다. 단순히 주행속도가 올라간다고 사고발생 위험이 따라서 높아지는 것은 아니라는 데 동의 합니다. 도로 환경, 주행 흐름, 운전자의 의식 등이 뒷받침되면 더 빠르면서도 안전하게 달릴 수 있지요. 하지만 현재 수준에서는 주행속도가 올라가면 대형사고의 발생위험이 더 커지는 것은 피할 수 없어 보입니다. 사고가 발생하면 대형사고가 될 확률이 높아지는 것입니다. 정부는 이런 부분들까지 세심하고 진지하게 검토를 해야할 것입니다.


정부가 해야 할 일은 속도제한을 완화하는 게 아니라 경소형차에 강력하고 확실한 혜택을 주고 운전문화를 선진국형으로 높일 수 있는 방안을 찾고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는 정책을 개발해야 하는 일입니다. 시속 100km, 110km도 충분히 빠른 속도입니다. 더 빨리 달려야 할 분들은 알아서 달리라하고 좀더 실질적이고 효과적인 정책 개발을 정부에 부탁드립니다.

오종훈 yes@autodiar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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