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다이어리

운전자와 끊임없는 소통하는 벤츠 S 500 L

메르세데스 벤츠 코리아가 새로운 벤츠 S 클래스를 국내에 들여온 것은 지난 8월이다. 직렬 6기통의 오버헤드캠 샤프트 엔진을 적용해 1951년 처음 등장한 이후 60년 가까이 최고의 럭셔리세단 자리를 지켜온 차다.

벤츠의 공식딜러인 ‘더 클래스 효성’의 협조를 받아 벤츠 S 500L을 시승했다.

늘 그렇듯 새 모습은 낯설다. LED 램프는 이미 대세임을 벤츠 S 클래스에서도 볼 수 있다. 리어 컴비네이션 램프에서부터 조심스레 적용하기 시작한 LED 램프는 이제 벤츠의 앞 모습에까지 그 존재를 드러내고 있다. LED 램프는 이제 마지막 고지였던 헤드램프의 자리까지 넘보고 있다. 렉서스와 아우디가 일부 차종의 하향등에 LED 헤드램프를 적용하고 있다.

리어램프 디자인의 변화가 눈에 띈다. 컴비네이션 램프 사이로 보디 컬러가 적용됐던 모습이 없어졌다. 그냥 램프만 있다. S 클래스의 매력 포인트였는데 허전하다.

공기저항계수 0.27이라는 사실은 의외다. 0.29 수준의 차들이 꽤 있었지만 대형 럭셔리 세단이 0.27 수준으로 공기저항을 낮췄다는 건 대단한 일이다. 특히 차 폭이 더 늘었음에도 공기 저항을 줄였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디자인의 힘이다. 단 한 방울의 기름이라도 덜 먹게 하려는 노력의 결과이기도 하다.

사이드 미러에는 방향 지시등이 엣지 있게 내장됐다.

인테리어는 가죽과 나무로 덮었다. 호두나무와 물푸레나무를 사용했고 가죽도 최고의 질감을 가진 재료를 썼다. 번쩍임이 심한 부분은 거슬린다. 조금 덜 번쩍이면 훨씬 더 고급스럽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승차감은 최상이다. 아주 편안하다. 이보다 더 좋을 순 없겠다. 최고급 럭셔리 세단의 정수다. 물 흐르듯 부드럽게 달린다. 그러나 항상 부드러운 건 아니다. 차가 흔들릴 때에는 단단해진다. 장애물을 넘거나, 코너를 거칠게 돌아나갈 때에는 부드러움이 사라진다. 대신 단단한 서스펜션의 느낌이 시트를 통해 전해온다. 그래서 더 좋은 승차감을 만든다. 불쾌한 흔들림이 오래 가지 않아서다.

차 높이를 조절할 수도 있다. 길 상태가 좋지 않은 지역에서는 치마 끝을 올려잡고 뒤꿈치를 들어올려 걷듯이 차 높이를 살짝 높여 움직일 수 있다.

스티어링휠은 약 2.5 회전만에 완전히 감긴다. 의외로 좁다. 일반적인 세단은 대체로 3회전을 넘기는데 이에 못미친다. 핸들을 조금만 움직여도 차가 크게 반응하는 세팅. 승차감을 중시하는 대형 럭셔리 세단이지만 조향성능을 예민하게 세팅했다.

7단 변속기는 1500rpm에서 시속 100km를 마크할 정도로 힘을 효율적으로 관리한다. 낮은 엔진 회전수에서 높은 속도를 끌어내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수동모드로 하면 2단이 시속 100km 까지 커버할 만큼 기어비가 넓다. 수동 모드로 하면 시속 160km에서 4단으로 변속되고 200km/h까지 이어진다. 7단변속기라는 사실이 무색하다. 7단 변속기인데 기어비를 좀 더 좁게 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388마력의 힘은 2톤의 차체를 거침없이 끌고 나간다. 고속으로 갈수록 가속력이 떨어지는 다른 차들과 달리 S 500L은 고속에서도 탄력이 떨어지지 않는다. 도로 사정만 허락한다면 메이커가 말하는 안전최고속도 250km/h도 어렵지 않겠다. 하지만 시승중에는 이 속도에 이르지 못했다. 도로 사정 때문이다.

와인딩 코스에서도 차체는 안정감 있는 자세를 보였다. 패들시프트는 핸들에 붙어 있어 코너에서도 쉽게 작동할 수 있다. 패들시프트 반응은 빠르고 정확한 편이다. 시프트 다운을 하면 거친 엔진음과 함께 강한 파워를 느낄 수 있고, 시프트 업하면 확실하게 부드러워지는 엔진이 느껴진다.

비 온 뒤의 젖은 노면에서 제로백 테스트를 위해 급가속을 하는 순간 살짝 타이어 슬립이 일어났다. 전자식 주행안정장치(ESP)가 있는 차에서 의외의 반응이다. ESP의 개입이 늦어 잠깐 타이어 슬립이 일어난 것으로 보인다. 전체적으로 ESP는 차의 움직임을 잘 콘트롤했고 코너에서 차의 안정감을 잘 유지했다.

시승차에는 신기한 편의장치들이 많이 적용됐다. 나이트비전은 적외선을 이용해 야간 시야를 확보해주는 장치다. 안개가 끼어있거나 다른 이유로 전방 시야가 좋지 않을 때 확실하게 시야를 확보할 수 있다. 군대 경험이 있는 이들은 야간 투시경을 생각하면 좋을 듯하다. 계기판 가운데에 전방의 모습이 투사돼 안전운전에 도움을 준다.

화면분할 장치도 있다. 운전자는 내비게이션을 보고, 조수석 승객은 DVD를 보는 게 가능하다. 서로 다른 화면을 동시에 볼 수 있는 장치다. 역시 안전운전에 도움을 준다.

차선이탈방지장치는 운전자가 방향지시등을 조작하지 않고 차선을 바꿀 때 경고음을 내거나 핸들의 떨림 등으로 주의를 환기하는 시스템. 시승차는 타이어가 차선에 걸치면 통통 튕기는 느낌이 스티어링 휠로 전해졌다. 디스트로닉 플러스는 좀 더 발전한 액티브 크루즈 시스템이다. 레이더를 이용해 앞차와의 거리를 유지해주는 장치다. 여기에 제동기능이 더해져 좀 더 정교하고 똑똑해졌다. 정속주행중 앞차와의 거리가 가까워지면 경고음을 내고 더 가까워지면 스스로 제동장치를 작동해 안전거리를 유지한다. 이후 거리가 벌어지면 세팅된 속도에 맞춰 다시 속도 올린다. 주의 어시스트 기능은 운전자의 얼굴을 모니터링해 졸음운전을 감지하는 시스템. 시속 80~180km 구간에서 70여개의 측정치를 통해 운전자가 제대로 운전하고 있는지를 감시한다.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면 계기판에 커피잔이 나온다. 차 한 잔 하고 쉬어가라는 메시지다.

럭셔리 세단의 대명사인만큼 S 500L은 편안했다. 그리고 똑똑했다. 대단히 편안하고 매우 가볍게 잘 달렸다. 벤츠 S 500L은쉼 없이 커뮤니케이션을 한다. 차의 상태를 체크하고, 앞차를 체크하고, 차선을 보고, 운전자의 얼굴을 보고, 쉼없이 체크하고 결과를 보여주며 자신을 조종하는 운전자와 소통한다. 자고로 소통이 잘돼면 말썽이 없는 법이다.
S 500L은운전자 및 주변을 달리는 차와의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차의 안전을확실하게 보장하려는 기술로 중무장한 차다. 명성에 걸맞는 승차감과 성능은 물론 첨단 편의장치들이 제몫을 다하고 있음을 제대로 느낄 수 있었다.

오종훈의 단도직입버튼식 시동키가 아니다. 키 홀더에 키를 꼽고 돌려서 시동을 켜는 전통적인 방식이다. 국산 준중형차에도 적용되는 이 장치가 최고급 럭셔리 세단에 없어서 아쉽다. 원가절감을 위해서 그랬으리라고 생각지 않는다. 왜 버튼식 시동키를 적용하지 않았을까. 궁금해진다. 한 가지 더. 핸들을 잡으면 왼손이 바쁘다. 크루즈컨트롤, 패들 시프트, 방향지시등, 텔레스코픽 등 버튼 4개를 왼손이 커버한다. 왼손이 바쁘기도하거니와 다른 조작 버튼을 잘못 누를 수 있다. 왼손 버튼들을 통폐합 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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