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가 사상 최대의 연말보너스를 지급한다. 노후차 세금혜택 덕을 톡톡히 보며 불경기를 이겨낸 현대차가 돈잔치를 벌이는 것이다.
현대차는 15년만에 파업을 하지않고 임금 및 단체협상을 타결했다. 임단협 타결 뒤에는 돈 잔치가 벌어질 예정이다. 노조는 임금동결 대신 두둑한 연말 보너스를 챙겼다. 통상임금의 300%에 400만원을 얹어 성과금으로 받고 무분규 격려금 100만원을 더해 받는다. 약 500만원 상당의 현대차 주식 40주도 더해진다. 사상 최대의 보너스 잔치가 벌어지는 셈이다.
신문 방송은 무분규 타결에만 주목할 뿐 사상최대의 보너스 잔치의 문제는 가십정도로 다루고 있다. 과연 아무 문제없는 것인가. 정부가 나서서 세금을 덜 받았기 때문에 현대차가 올해의 ‘불황 속 호황’을 누릴 수 있었다. 이런 상황을 안다면 적어도 이처럼 내놓고 돈잔치를 벌여서는 안된다. 어려운 상황에서 세금 혜택으로 얻은 성과인만큼 노사는 적당한 선에서 절제해야 했다.
하지만 현대차 노사는 절제를 모른다. 자신들이 잘해서가 아니라 제도가 뒷받침돼서 얻은 이익을 자기들끼리 나누기 바쁘다. 후안무치다. 염치 없음이다. 노사가 똑 같다.
임금동결도 사실은 ‘쇼’다. 내년 연말에 받게될 두둑한 현금 보너스는 사실상 임금 인상분을 만회하고도 남을 것이기 때문이다. ‘연초 동결, 연말 해동’을 거듭하는 셈이다.
현대차의 ‘행복한 날들’이 언제까지 계속될지는 모른다. 해외에서 여러 상을 받고, 품질이 좋아졌다는 찬사를 듣고, 사상최대 실적을 이어가는 현대차다. 하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그리 건강해보이지 않는다. 수익의 대부분은 내수시장에서 얻고 있다. 해외에서는 적자를 면하는 정도다. 해외에서의 실적이라는 것도 환율효과에 힘입은 바 크다. 내수에서 벌어 해외 사업 지탱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내수시장의 지배력도 언제까지 이어질지 장담할 수 없다. 르노삼성차의 성장세가 가파르고, 지엠대우도 내년부터는 내수시장 회복에 전력할 것이란 다짐이다. 수입차의 공세는 이미 시작됐다. 수입차 판매대수 10만대를 넘기는 것은 토요타 마음 먹기에 달렸다. 아직 토요타가 신중한 자세지만 시간문제다.
파산했던 지엠과 크라이슬러가 본격 회복에 나서면 미국 시장에서 현대차의 입지도 올해만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달러 환율이 언제 현대차에 치명타를 입힐지 모른다.
무엇보다 소비자들의 반응이 냉담하다. 현대차 싫어서 수입차 산다는 소비자들이 많다. 노조도 싫고, 소비자는 안중에 없고 회장님만 바라보는 회사도 싫다는 것이다. 현대차를 둘러싼 환경이 그리 호의적이지 않다는 것을 현대차만 모르는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뢰밭 한가운데서 돈잔치를 벌이는 꼴이 참으로 가관이다. 그 돈이 어디에서 온 것인지 생각하고 제발 좀 자중하기를 바란다.
오종훈 yes@autodiar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