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리드카가 시나브로 우리 곁에 자리 잡고 있다. 미국에선 10여년전 시작된 하이브리카다. 하이브리드카가, 혹은 그 바람이 태평양을 건너 한국에 상륙하기까지 꼭 10년이 걸렸다. 한국이 자동차 생산 5위국이라고 뻐기고 있지만 산업의 수준은 앞서가는 선진 메이커들과 격차가 분명히 존재한다.하이브리드카가 이를 잘 말해주고 있다.

여기 최고급 럭셔리 세단에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접목한 차가 있다. 벤츠가 만든 첫 하이브리드카다. S400 하이브리드. 한국에 처음 판매되는 유러피언 하이브리드카이기도 하다. 바로 오늘의 시승차다. 대륙의 찬 공기가 이 땅을 뒤덮어 온 땅이 꽁꽁 언 날 검정색 시승차를 받고 자유로를 탔다.

S 클래스가 신형모델을 내놓으면서 하이브리드카도 라인업에 포함됐다. 디자인은 S 모델과 하이브리드 모델이 동일하다. LED 램프가 헤드라이트를 감싸고 있고 리어콤비네이션 램프에도 변화가 왔다. 보디 컬러가 리어램프 가운데를 가로지르는 이전 모습이 익숙해 새 모델의 리어램프가 어색하지만 곧 익숙해질 모습이다.큰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0.27 이라는 공기저항 계수가 새삼스럽다. 차를 다시 보게 된다. 에어로다이내믹 시스템 운운하며 잘빠졌다는 차들이 공기저항계수 0.29를 자랑하는데 우람하고 당당한 모습의 이 차가 0.27 이라니. 보기와 다르다는 말은 이럴 때 써야한다.

인테리어는 최고급이다. 눈으로 보기에도, 손으로 만지기에도 최고의 소재들이 실내를 감싸고 있다. 가죽과 나무, 클래식한 아날로그 시계 등등. 우드 트림 등 나무를 사용한 부분들이 번쩍이는 건 거슬릴 수도 있겠다. 하지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인테리어 컬러는 세 종류의 가죽을 포함해 다섯 종류의 색상중에서 다양하게 고를 수 있다. 취향에 맞춰 고르면 된다.

분할화면이 재미있다. 같은 화면에 운전석에서는 내비게이션이, 조수석에선 DVD 화면이 나오는 식이다. 서로 다른 화면을 볼 수 있다. 하만카돈 오디오는 S400 하이브리드에 기본 적용된다.

밤눈이 어두운 운전자는 나이트 뷰 시스템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밤에 빛을 발하는 고양이 눈처럼 적외선 카메라를 이용해 전방에 있는 물체를 식별할 수 있다. 전방 화면은 계기판에 TV 화면처럼 보여진다. S400 하이브리드에는 옵션으로 선택해야 한다. 스키백, 19인치 알로이 휠, 냉장고, 컴포트 시트. 자외선 차단 안전 글래스, 호두나무 트림 등도 추가 비용을 들여야 하는 옵션 품목.

E 클래스의 내비게이션은 소비자들에게 가장 불만이 많은 부분이다. S 클래스에는 그나마 제대로 된 내비게이션이 달렸다.

뒷바퀴굴림 세단의 특성을 이 차는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뒤에서 밀고 가는 가속감이 편안하다. 뉴 S 클래스에는 횡풍에 대응하는 시스템까지 갖추고 있다. 차의 흔들림을 최소화하려는 의지가 만든 기술이다. 고속 주행중 강한 횡풍을 만나면 차가 흔들리게 되는데 이때 전자주행안정장치가 차의 움직임과 흔들림을 계측해 각 휠의 동력배분을 순간적으로 제어하는 방식이다.

차는 조용했다. 최고급 럭셔리 세단의 전형이다. 하이브리드라고는 하지만 역시 S 클래스다. 계기판에 동력 흐름도가 뜨는 것을 제외하면 이 차가 하이브리드차라고 인식할 수 있는 표시가 없다. rpm이 가끔 0으로 떨어지는 것을 보고 눈치 챌 수는 있겠다. 차량 정지 상태에서 엔진이 정지될 때가 있다. 스타트& 스톱 기능이 있는 것. 연료 소비를 줄이는 데 한몫하는 기술이다.

무엇보다 이 차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하이브리드 시스템. 이 차의 하이브리드용 배터리는 의외로 작다. 엔진룸 한 구석에 자리하고 있을 만큼이다. 차의 바닥에 깔거나 뒷좌석 시트 아래쪽에 대형 배터리를 배치하는 방식이 아니다. 엔진룸에 기존 배터리 정도 크기로 좁은 공간만 차지하고 있다. 리튬이온 배터리의 장점이 바로 여기에 있다. 고밀도로 효율이 높아 크기가 작아도 충분한 성능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이다. 여기에 20마력의 출력을 보이는 소형 모터가 더해져 엔진을 보조한다.

동력흐름은 세가지로 표시된다. 가볍게 가속페달을 밟으면 엔진에서 구동바퀴로 가는 동력이 하얀색으로 표시된다. 가속페달을 좀 더 깊게 밟으면 적색선이 엔진, 배터리에서 후륜으로 이어진다. 배터리가 보조동력으로 사용되는 것이다. 가속페달에서 발을 떼면 동력이 배터리로 충전되는 초록색 선이 표시된다. 컬러만으로도 차가 어떤 상태로 움직이는지 알 수 있다.

7단 자동변속기는 변속충격을 잘 걸러준다. 매뉴얼, 컴포트, 스포츠 3가지 모드로 선택해 작동할 수 있다.

조용하고 얌전하지만 마음먹고 밟으면 전혀 하이브리드카 같지 않은 야성을 보인다. 시속 100km에서 1600rpm을 보인다. 동일한 속도에서 페들시프트를 움직여 수동변속을 하면 6단 2,000, 5단 2400, 4단 3200, 3단 4500rpm을 각각 마크한다. 수동변속모드에서도 rpm이 레드존에 이르면 자동 시프트업이 일어난다. 90km/h에서 3단으로, 다시 130km/h에서 4단으로, 200km/h에서 5단으로 변속된다.

계측장비를 이용해 직접 0-100km/h를 측정한 결과는 7.49초. 메이커에서 발표한 기록은 7.2초다. 제로백 타임은 대체로 마력당 무게비와 비슷한 수준을 보인다. 이 차의 최고출력은 279마력, 공차중량은 2130kg으로 마력당무게비는 7.6kg이다.

자체 측정결과 정지상태에서 출발해 시속 200km까지 도달하는데에는 31.83초. 거리는 1220.26m를 기록했다. 시속 200km까지 거침없이 속도를 올리는 가속감은 스포츠카에 견줘도 떨어지지 않을 정도다. 속도가 210km/h에 이르면 더 이상 가속은 일어나지 않는다. 페달에는 여유가 있지만 속도제한이 걸려있다.

시속 100km에서 급제동하면 제동거리 42.69m, 제동시간은 3.03초가 걸렸다. 2톤이 넘는 거구임을 생각하면 제동시간과 거리가 짧은 편이다. 급제동이 일어나면 비상등이 자동으로 깜빡이고 안전띠가 운전자의 몸을 확실하게 잡아준다. 이런 경험을 하게 되면 차가 승객을 보호해준다는 신뢰가 생긴다.

빠른 속도로 코너를 공략하고 슬라럼도 했다. 안정된 무게 배분으로 안정적인 자세가 더욱 돋보였다. 조금 더 강하게 달리고픈 욕망을 자극했다. 차가 잘 받아줘서다. 조용한 실내는 편안했다. 엔진소리보다 고속에서 바람소리가 더 도드라지고 노면 소리는 도로 상태가 좋은 곳에선 거의 들리지 않았다. 벤츠 S 400 하이브리드에는 차가 갖고 있는 거의 모든 요소가 집약됐다. 정숙함, 필요할 때 충분한 파워를 뽑아내는고성능, 하이브리드의 친환경성과 첨단 기술, 럭셔리 세단의 편안함, 벤츠라는 강한 브랜드 등. 다른 차들이 부러워할만한 요소들이 많은 모범생같은 차다.

오종훈의 단도직입버튼시동장치가 없다. 스마트키도 아니다. 키의 버튼을 눌러 잠금장치를 해제해야 한다.근처에 주인이 오면 차가 알아서 잠금장치를 해제하거나 램프가 켜지는 등 첨단 인텔리전트 시스템은 아니다.최고급 럭셔리 세단에의외로 허술한 부분이다.하지만더 중요한 것은 철학의 문제다. 하이브리드카에 대한 철학. 하이브리드 카라는 게 연비를 생각하는 경제성, 환경을 생각하는 친환경성이 중요한데 최고급 럭셔리 세단에 하이브리드를 접목시켜 혼란스럽다. 가격이 1억6790만원으로 비싼데다 9.2km/l라는 연비는 하이브리드카에 대한 사람들의 기대를 만족시키기에는 부족한 수준이다. 이산화탄소발생량도 259g/km으로 S클래스의 다른 모델들보다는 우수하지만 하이브리드카임을 생각하면 기대이하다. S350보다 2800만원 정도 더 비싼 이유는 알겠지만 소비자들이 그만큼 비싼 돈을 주고 이 차를 사야하는 이유는 잘 모르겠다. 물론 이같은 상황은 벤츠만이 아닌 다른 하이브리드카에도 대부분 적용되는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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