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공세동 447-4번지. 르노삼성차의 중앙연구소 주소다. 15년전 허허벌판이었던 이곳에 연구소가 들어섰다. 이제는 고층 아파트들이 인접해 있어 격세지감을 느끼게 한다.

이곳은 명실공히 르노삼성 R&D의 심장부. 아무나 드나들 수 없는 보안지역이다. 신기술, 신차 개발이 이뤄지는 곳이어서 출입이 까다롭고 보안을 위해 외부인은 밀착해서 안내(?) 한다. 르노삼성차가 유례없이 이곳을 기자들에 개방했다. 르노가 삼성차를 인수한 후 처음 있는 일이다. 이곳에 들어서기 위해서는 핸드폰을 맡겨야 한다. 카메라는 당연히 소지할 수 없다.

중앙연구소에서도 최고 수준의 보안지역은 디자인센터다. 뉴 SM5의 디자인이 완성된 바로 그곳이다. 연구소 2층에 자리한 디자인센터는 공교롭게도 충돌 테스트장 바로 옆에 자리했다. 차를 구상하고 디자인하고 실체를 만들어내는 곳과 어쨌거나 그 차를 충돌시켜 망가뜨리는 곳이 칸막이를 사이에 두고 같은 건물에 공존하고 있는 것. 신생아실과 장례식장이 나란히 자리한 셈이다. 디자인 센터 입구에는 별도의 보안요원이 상주하면서 출입을 체크한다. 폭스바겐 출신으로 지난 9월 이곳에 부임한 알레한드로 메소네로 상무의 휘하에 있는45명의 디자이너들이 디자인센터의 주인들이다. 알레한드로 메소네로 상무는 스페인 출신으로 올해 41살. 영국 왕립예술대학 출신으로 94년부터 2001년까지 폭스바겐 그룹의 디자이너를 지냈고 이후 르노에서 외장 디자인, 어퍼레인지 디자인 디렉터, 라구나 쿠페 디자인 총책임자를 거쳐 올해 한국 르노삼성차로 부임했다. 르노그룹 안에서 프랑스 본사에 이어 두 번째로 큰 규모다. 디자인센터에 들어서면 왼쪽으로 두 개의 스튜디오, 오른쪽으로 디자인 품평장이 있다. 가운데에는 모델링 작업공간과 페인트 부스가 있다. 탁 트인 공간을 디자인 프로세스에 맞춰 배치했다. 디자인 센터의 분위기는 자유롭다. 헤드셋을 끼고 음악을 들으며 작업을 하고 다양한 주제의 책들이 꽂힌 책꽂이는 디자이너들의 바로 옆에 있다. 휠을 만든 테이블 옆에는 푹신한 쿠션도 있다. 화사한 흰색 계열의 벽과 천정, 그리고 가운데 세워진 큰 벽은 검정색으로 블랙& 화이트 분위기가 깔끔하다. 일대일 정반이 6개가 있어 3개 프로젝트를 동시에 진행할 수 있는 시설을 갖췄다. 3,000여장의 이미지, 클레이모델 5-6개를 일 년에 소화해낸다. 컬러 디자인팀에서는 익스테리어 보디 컬러와 인테리어 컬러를 다루는 외에도 다양한 소재와 패턴을 디자인한다. 디자인 센터에는 차의 제원들을 입력하면 약 3시간 만에 3D로 도로 위를 움직이는 모습을 구현해내는 알리아스 3D 시스템도 갖추고 있다. 르노가 개발한 기술로 자동차를 직접 제작하지 않고도 차의 형태를 입체적으로 시뮬레이션 할 수 있는 기술이다.디자인센터를 뒤로하고 진동소음무향실을 찾았다.자동차 실내외의 소음을 측정하는 반무향실이다. 콘크리트 바닥에 벽에는 흡음시설을 해서 소리의 반사를 없앤 곳. 반사를 없애야 실제 소리를 구별해낼 수 있다. 아무리 노래를 잘 하는 사람도 이 곳에서 노래하면 매우 힘들다. 소리의 반사가 없어서다. 흡배기 시스템의 소음을 비롯해 엔진 투과 소음, 가속주행소음, 각종 시스템 소음 등 다양한 소음을 측정하고 개선방안을 연구하는 게 이곳의 임무. 소리의 원인과 경로를 파악하고 그에 따라 각기 다른 방법으로 소음 개선을 위한 처방을 한다. 진동소음팀을 이끄는 윤성호 박사는 최근 세계 인명사전인 미국 마르퀴즈 후즈후(Marquis Who’s Who in the World) 2010년판에도 오른 세계적 인물이다.

내구실험실은 시뮬레이터를 이용해 40만km의 가혹테스트를 진행하는 곳이다. 자동차에 다양한 진동과 충격을 줘 차의 내구성을 점검한다. 프루빙그라운드에서 실차로 테스트를 하면 3개월이 꼬박 걸리는 작업을 이 장비를 이용하면 45일로 줄일 수 있다. 대게 양산 승인을 1.5년 앞둔 시점에서 내구실험을 하고 그 결과는 설계와 생산 부분에 피드백된다. SM5와 SM3 구형 모델은 노면에서 실차 테스트로 개발됐고 뉴SM3와 뉴SM5는 실험실에서의 검증과 보완을 거쳤다.

전파무향실은 전자파의 적합성을 평가하는 곳이다. 이곳에서는 전자파 방출시험과 전자파 내성시험을 주로 한다. 전자파들이 인위적으로 발생하는 환경에서 전자기기들이 제대로 작동하는지를 점검하게 된다. 실험은 넓은 개활지에서의 주행상황을 상정하고 원격제어를 통해 이뤄진다. 연구원들은 별도의 안전공간에서 차를 원격제어해 전자파에 직접 노출되지 않는다. 르노삼성차의 전파무향실은 국제공인시험기관 인증을 받았다.

파워트레인 시험팀은 날로 강화되는 배출가스 기준에 대응하기 위해 유해 배기가스를 정밀측정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엔진 튜닝등 최적화 작업을 하는 곳이다. 배출가스와 함께 연비도 중요한 고려 대상이다. 가솔린과 LPG 엔진을 위한 3개의 연구실과 디젤엔진용 1개, 그리고 가솔린과 디젤엔진 겸용 1개 연구실 등 모두 5개실이 파워트레인 시험팀에 속해 있다.

풍동실험실은 고온실험실과 저온실험실로 구분된다. 고온풍동실험실은 상온인 20도에서 60도까지 조건에서 테스트한다. 최대 시속 200km까지 올리며 에어컨과 엔진 냉각 성능 등을 점검한다. 바닥에는 지열까지 그대로 재현하고 차 위에는 열사지원장치를 갖췄다. 그 아래에 사람이 서면 살이 타들어갈 정도. 온도와 습도를 맞춰 차 앞에 바람을 불어주기 위해 실험실 지붕 위로는 500톤 가까운 설비가 들어가 있다. 저온실험실은 상온에서 영하 40도, 최고시속 150km의 조건에서 차를 테스트한다. 시베리아와 북구, 캐나다 지역의 자연조건을 실험실 안에 만들어준다.

르노삼성 중앙연구수의 수준은 르노 본사에서도 명성이 높다. 르노에서 위탁받아 테스트하는 업무도 많다고 이 연구소장익수 전무는 전했다.

르노삼성자동차 중앙연구소는 삼성종합기술센터에 뿌리를 둔 삼성자동차 중앙연구소에서 시작했다. 97년에 문을 열어 2000년에 르노삼성차 중앙연구소로 재탄생했다. 상주인력은 1,260명. R&D뿐만 아니라, 프로그램 매니지먼트, 구매본부, 품질본부 및 A/S 기술 정보 분야에 걸쳐 프랑스와 일본, 한국의 기술진들이 각자의 소임에 몰두하고 있다.르노삼성차 중앙연구소장 알란 디부안 전무는 87년 르노에 입사해 매간 프로젝트와 패시브 세이프티 담당 등을 역임했고 2005년 르노삼성자동차로 자리를 옮겼다. 연구소에는2007년 부임했다. 연구인력을 가장 중요하게 여긴다는 그는 연구소를 아시아 엔지니어링 허브로 만들겠다는 의지다. 르노의 아시아 전진기지로 자리매김 하겠다는 것이다. 그는 “뉴 SM5 개발의 80% 이상을 한국에서 담당했을 정도로 르노 안에서 한국의 비중이 크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연구소 인력의 80% 이상이 토익 740점 이상의 수준을 갖췄고 전세계 SM3 양산차량 관리 및 개발을 이곳에서 담당하게 될 것이라는 점도 자랑거리다. [기흥=오종훈 yes@autodiar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