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시승에는 정밀계측 장비를 이용했다. 영국의 레이스로직 사에서 개발한 이 장비는 자동차 경주에서 쌓인 노하우를 이용해 자동차의 주행 데이터를 정밀하게 측정해 제공한다. 이 시승기에 보여지는 그래프와 표는 이를 통해 얻어진 자료들임을 밝힌다. 계측 장비를 이용한 시승은 보다 객관적인 자료를 제공해 독자들이 차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을 줄 것이다.

닛산의 슈퍼카 GT-R을 탔다. 한국닛산은 14일, 경기도 화성 한국자동차성능시험연구원 프루빙그라운드로 미디어를 초청, ‘닛산 테크놀러지 익스피리언스’ 행사를 진행했다. 이 자리에는 GT-R을 포함해 국내 시판중인 모든 닛산 모델들이 출동했다.
많은 차들이 있었지만 참가자들의 시선은 단 한 곳, GT-R만 보고 있었다. 주어진 시간은 3바퀴. 시트에 앉아서 10분이 채 안됐고, 차를 출발해서는 5분이 안되는 시간동안 5km 길이의 트랙을 딱 세바퀴 돌 수 있었다. 짧은 시간이 아쉬웠다. 좀 더 긴 시간 함께 있기를 원했지만 그러지 못했다. 짧았던 만큼 더 찐한 추억으로 남을 차가 됐다. 화성에 있는 자동차성능시험연구소의 테스트트랙, 정확하게는 고속주회로는 길이 5km의 오벌 코스다. 타원형 양 끝에 약 42도의 경사를 가진 뱅크가 있어 고속주행중에 속도를 줄이지 않고도 주행이 가능하다. 시속 250km가 최대안전설계속도.

GT-R은 닛산이 고속주행을 염두에 두고 작심하고 만든 슈퍼카다. 일상 생활에서도 탈 수 있고 서킷에서도 반짝반짝 빛을 발한다. 닛산의 370Z이 앞에서 에스코트하고 GT-R을 타고 서킷 15km를 돌았다. GT-R은 바로 고성능 스포츠카 370Z의 슈퍼카 버전이라고 할 수 있다. 앞 뒤로 서서 날아갈 듯 달리는 두 차의 모습이 아름다웠다. 넘치는 힘은 속일 수 없다. 가속페달을 밟기보다 페달에서 발을 떼느라 더 신경이 쓰였다. 가속페달을 좀 밟았다 싶으면 속도계는 시속 200km를 금방 넘겨 버린다.
가속페달을 밟으면 시트가 몸을 밀고 나가는 게 느껴진다. 양팔을 벌리면 하늘로 날아오를 것 같다. 성능시험연구소의 고속주회로의 양끝 경사로에선 사람이 똑바로 서있기 힘들 정도로 경사가 가파르다. 속도를 올려 이 곳을 통과할 때에는 마치 차가 벽에 달라붙어 돌아나가는듯한 그림이 그려진다. 보는 사람도 차를 운전하는 사람도 짜릿한 느낌이 대단하다. 핸들을 돌리거나 고속 주행도중 브레이크를 잡거나 속도를 갑자기 늦추면 안된다. 일정한 속도를 유지하며 가속페달에 발을 올려좋고 고속으로 달리면 된다. 슈퍼카 GT-R로 벽을 타고 달리는 짜릿함은 이성에게 느끼는 짜릿함이 유치하게 느껴질 정도다.

3.8리터 트윈터보 V6 엔진(엔진명: VR38DETT)은 6단 자동변속기, 듀얼클러치와 맞물려 최대 출력 485마력과 60kg.m 최대토크의 강력한 파워를 뿜어낸다. 공기저항계수는 0.27. 특히 고속주행에서 공기의 저항을 최소화하기 위해 닛산의 기술진이 전력을 기울여 만들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바깥에서 GT-R과 370Z이 달리는 소리를 몇 초 사이로 들어보면 확실히 GT-R이 덜 요란했다. 시속 200km를 한참 넘기며 달리는 바람소리가 조용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370Z보다는 GT-R이 조용했다. 엔진소리는 실내로 파고든다. 심장을 자극하며 아드레날린을 분비하는 소리다. 계측기를 달고 측정해본 결과 시속 100km까지 도달시간은 4.86초. 출발해서 64m가 채 안돼 시속 100km를 넘겼다. 메이커가 발표한 제로백 타임과 별 차이가 없다. 즉 일반인도 쉽게 다룰 수 있는 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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