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우스는 자동차 역사에 남을 차다. 사상 최초의 양산 하이브리드카로 본격적인 친환경차의 시대를 연 장본인이어서다. 프리우스가 판매를 시작한 것은 10년도 더 된 97년이다. 이미 12년 전에 토요타는 하이브리드카를 내놓으며 새 시대를 열었고 많은 메이커들이 그 뒤를 좇아 하이브리드카를 선보였다. 하지만 한국은 아니었다. 하이브리드카 만든다고 바람만 잡고 흉내만 내다가 겨우 올해에서야 내놓은 게 세계 어디에도 없는 LPi 하이브리드였다.
우리가 자동차산업 규모면에서 세계 5, 6위에 오르고 현대차가 해외 시장에서 인정을 받는다고는 하지만 질적인 부분에서는 아직 멀었다고 보는 이유다. 제대로 된 스포츠카도 컨버터블 모델도 없고, 세계적인 레이싱 대회에서 시상대에 올라본 적도 없다. 물론 생산량 기준 세계 5위에 오르는 것도 대단한 일이지만 앞만 보고 빨리 달리느라 놓친 부분도 무척 많다는 것을 우리는 알아야 한다.
토요타 프리우스를 보면서 여러 생각이 드는 것은 이 차가 그만큼 의미와 상징성이 크고, 우리에게 부족한 부분을 가진 차이기 때문이다.
프리우스는 이미 120만대 이상이 팔렸다. 벌써 3세대 모델로 10여년의 시간에 걸쳐 다듬어졌다. 생김새는 낯설다. 독특하고 유니크한 모양이 시선을 잡아끈다. 잘된 디자인이어서라기보다는 낯선 모습이어서다. 익숙한 3박스 세단이 아니고, 둥글둥글한 원형 스타일이 개성만점이다. 우리의 도로 풍경을 더욱 다양하게 만들어줄 차다.
프리우스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는 연비다. 국내 공인연비 리터당 29.2km를 기록한다. 명실상부한 국내 최고 연비다. 이 정도는 돼야 궁극적인 하이브리드라고 할 수 있다. 하이브리드 카라고하면서 12~15km 전후의 연비를 보이는 차들에 실망했던 사람들에게는 눈이 번쩍 뜨이는 성능이다.
공기저항계수 0.25는 믿기 힘든 수치다. 0.29 정도면 최고수준의 공기저항계수라 할 수 있는데 이보다도 훨씬 낮은 수치를 보인 것. 도로에 달라붙는 스포츠카가 아니라 뭉툭하게 올라온 원박스카가 일반 세단보다도 공기저항을 적게 받는 다는 점에서 놀랍다. 바람이 가장 부드럽게 차의 표면을 스칠 수 있도록 설계단계서부터 면밀하게 만든 결과다.
동글동글한 앞모습. 라디에이터 그릴은 얇게 자리했다. 캠리 하이브리드와 비슷한 그릴이다.
보닛에서 루프를 지나 리어 스포일러까지 부드럽게 흐르는 측면 실루엣이 원형이라면 스포일러에서부터는 급하게 꺾이는 선이 사뭇 다른 느낌을 준다. 언듯 캐딜락의 리어뷰와 흡사하다는 생각도 든다.
인테리어는 사이버틱하다. 투톤으로 구성된 인테리어는 깔끔했다. 핸들 너머로 자리잡고 있어야할 계기판은 없다. 계기판이 있어야 할 자리에는 아무 것도 없다. 그냥 플라스틱 패널이 조주석 대시보드처럼 자리잡고 있다. 속도를 포함한 주행정보 표시창은 윈드실드 아래쪽에 얇고 길게 배치됐다. 운전을 하면서 운전자의 시선이 크게 움직지 않아도 볼 수 있는 위치다.
센터페시아 내비게이션 모니터를 통해서는 차의 동력이 어떻게 작용하고 전달되는지 살펴볼 수 있다. 차가 엔진 힘으로 가는지, 배터리 힘으로 가는지, 아니면 엔진과 배터리가 함께 힘을 쓰는지. 그리고 브레이크를 밟을 때 동력이 제대로 회생되는지가 에너지 모니터를 통해 다 보여진다. 처음 이 차를 운전할 때에는 시선을 자주 빼앗기게 된다. 안보던 거여서 자꾸 시선을 돌려 보게 된다. 에너지 모니터를 볼수록 경제운전에 더욱 신경쓰게 된다.
그 모니터를 안고 있는 센터 페시아는 경사를 줬다. 미적으로 보기 좋고 운전자가 작동하기에도 효율적이다. 글로브 박스는 위 아래로 양분돼 두 개의 공간으로 나뉜다. 2단 서랍장처럼 물건을 정돈해 수납하는 데 좋겠다.
한 손에 쏙 들어오는 변속레버는 항상 같은 위치에 있다. 후진을 위해서 변속레버는 R에 갔다가 원위치로 돌아온다. 늘 그 자리에 있는 변속레버를 원하는 위치로 작동시키면 된다.
인테리어 재질이 고급은 아니다. 합리적이고 친환경적이라는 이미지에 맞게 쾌적한 실내를 만드는데 방해가 되지 않을 정도의 인테리어다. 공간은 여유가 있다.
뒷좌석은 바닥이 평평해 세 사람이 앉아도 불편함이 없다. 절대 수치는 작지만 공간의 효용성은 일반 세단보다 훨씬 좋다.
차 길이가 4460mm로 현대차 아반떼보다 조금 짧다. 하지만 작은 차체가 아니다. 1,495mm의 높이가 차의 덩치를 크게 만든다. 휠베이스는 아반떼보다 넓게 만들었다. 높이가 있는 만큼 차의 안정감을 위해 휠베이스를 가능한한 넓혔음을 알 수 있다. 물론 하이브리드카인 만큼 전기모터와 배터리 등의 레이아웃도 신경을 썼을 터다.
프리우스는 엔진에 전기모터를 장착한 하이브리드카다. 엔진은 기존 1.5리터 엔진을 1.8리터로 업그레이드했다. 직렬 4기통 16밸브 DOHC VVT-i 엔진이다. 엔진의 출력 최고 99마력이지만 82마력에 달하는 전기모터의 출력을 더한 총 시스템 출력은 136마력에 이른다. 최대 토크는 14.5kg.m/4000rpm이다.
무단변속기를 장착한 프리우스는 미끄러지듯 도로 위를 달린다. 서스펜션과 핸들링, 승차감이 부드럽다. 사이버틱한 실내에 앉아 운전을 하면 몽환적인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미래 세계에 와 있는 듯한 착각 같은 느낌. 재미있고 색다른 경험이다. 프리우스는 급할 게 없다. 가속 페달을 밟아도 느긋하게 움직인다. 가장 강한 힘을 내는 ‘파워’ 모드로 해도 때로 답답함이 밀려올 만큼 움직임이 ‘양반 팔자걸음’ 스타일이다. 주문이 쏟아지는대도 월 500 이상은 팔지 않겠다고 느긋하게 버티는 토요타를 꼭 닮은 차다. 여유만만이라고나 할까.0km에 이르면 더 이상 가속이 쉽지 않다. 하지만 그 이상 욕심을 부릴 필요가 있을까. 바람인듯, 아닌듯 부드럽게 미끄러지는 느낌은 절로 입가에 미소를 띄게 한다.
토요타 하이브리드 시스템의 가장 큰 특징은 이른바 ‘풀 하이브리드 시스템’이라는 점이다. 배터리만으로 차가 움직일 수 있어야 풀 하이브리드로 인정받는다. 엔진이 항상 구동하면서 배터리가 보조 동력원으로 이용돼는 ‘마일드 하이브리드’보다 한 발 앞선 기술이다. 풀하이브리드를 적용한다는 말은 곧, 전기차 시대가 와도 아무 문제가 없다는 말이다. 엔진을 들어낸 뒤 배터리를 보강하면 바로 전기차로 움직일 수 있어서다.
그런면에서 토요타의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동력 구성에서 뿐 아니라 자동차의 역사적인 관점에서도 엔진과 전기차 시대를 아우르는 ‘시대적 하이브리드’의 위치에 있다고 할 수 있다.
토요타는 니켈 수소전지를 사용한다. 밀도가 높아 소형경량화에 유리하다는 리튬 이온 전지대신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순간적으로 출력을 끌어내는 최대전력 면에서도 유리하다는 니켈 수소 전지를 쓰고 있는 것.
하지만 배터리 시장에서 대세는 리튬이온이다. 작지만 효율이 높고, 기술이 발전하고 시장이 커지면 비싼 가격도 어느정도는 상쇄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토요타 역시 어느 시점에 이르러서는 배터리 방식의 전환을 검토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브레이크를 밟아 차를 세울 때에 마치 지하철이 멈출 때처럼 바퀴에서 모터 회전하는 소리가 들린다. 바로 브레이크의 제동력을 이용해 에너지를 재생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소리다. 원래에도 거슬리지 않았지만 그 의미를 알고 나면 더 듣기 좋은 소리가 된다.
프리우스에는 3가지 주행모드가 있다. 전기차 처럼 모터의 힘만으로 주행하는 EV 모드는 신기한 체험이다. 적막함에 휩싸인 차가 스르르 미끄러지듯 움직인다. 소리 없이 움직여 오히려 위험하다는 지적이다. 보행자 안전을 위해 일부러 소리를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올만큼 조용하다. EV 모드로 움직일 때에는 시속 40km로 약 1~2km정도 움직일 수 있다.
힘찬 주행을 할 때에는 파워모드를 이용한다. 가속을 하거나 언덕길을 오를 때 엔진과 이용하면 좋다. 가속페달에 반응이 빨라 힘있게 달릴 수 있지만 연비에는 좋지 않다. 연비를 좋게하려면 ECO 모드를 택하면 된다. 엔진이 반응 속도를 늦춰 서서히 움직인다. 당연히 연비가 좋게 된다.
연비를 좋게 하려면 차를 가볍게 만들어야 하는데 이 때 가장 민감하게 다가오는 문제가 안전이다. 미국 고속도로 안전협회 (IIHS)에서 찾아보면 2010년형 토요타 프리우스의 전방 오프셋 충돌 테스트 결과가 ‘굿’임을 알 수 있다. 2009년 최고 안전한 차로 뽑혔다. 연비와 안전에서 최고 수준이라면 믿고 선택해도 좋을 듯하다.
오종훈의 단도직입스포일러가 후방 시야에 걸린다. 차 안에서 룸미러를 볼 때 스포일러가 룸미러를 상하로 구분하는 선으로 보인다. 후방 시야를 확보하는 데 큰 지장은 없지만 거울이 위 아래로 나뉘어 있는 것 같아 이를 통해 보는 후방 시야가 자연스럽지 않다. 시야를 막는 건 아니지만 거슬린다.
시트는 수동으로 움직여야 한다. 3790만원짜리 수입차라면 시트가 전동식일거라는 사람들의 막연한 기대는 아쉽지만 접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