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쏘나타다. 쏘나타 원 투 쓰리, 뉴 쏘나타, EF쏘나타, NF 쏘나타에 이어 YF쏘나타가 등장한 건 지난 9월이었다. 6세대다. 한국의 자동차 산업 발전은 쏘나타가 웅변한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85년 11월 첫 쏘나타가 시판된 이후 지금까지 쏘나타는 줄곳 사람들의 사랑을 받으며 대한민국 대표세단으로 자리매김 해왔다. 쏘나타의 품질이 좋아진 것 만큼 한국의 자동차 산업이 발전해왔다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니다.

쏘나타는 한 때 두 번째로 좋은 차였다. 그랜저가 현대차의 플래그십 카였던 시절, 쏘나타는 명실상부한 2인자 자리를 차지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에쿠스부터 제네시스, 그랜저까지 층층시하다.

그래서일까. 새 쏘나타는 생김새부터 확실하게 젊어졌다. 과연 이 차가 한때 넘버 2의 자리를 차지했던 차의 후속일까하는 생각이 들만큼이다. 대형세단을 대중소로 나눌 만큼 모델이 세분화되는 과정에서 쏘나타의 입지도 하향조정된 셈이다.

납작한 보닛은 광어를 닮았다. 차를 다 만들어 놓고 마지막에 손바닥으로 때려서 납작하게 만들어 놓은 듯한 보닛이다. 공격적이고 위압적으로 보이지만 또 한편으로는 코믹하다.

사납게 치켜 뜬 눈은 무섭다. 심기 불편한 ‘어깨’같아서 가까이 가기 겁난다. 확실하고 강한 인상을 남기는 데에는 성공한 디자인이다.

헤드램프는 HID 방식이다. 자연광에 가까운 백색광으로 눈의 피로를 줄인다. 가시거리 확보에도 유리하다. 리모컨으로 도어를 열면 15초간 불을 켜주는 웰컴 기능과 전조등을 켠 상태에서 시동을 끄고 하차하면 30초간 켜져있는 에스코트 기능도 적용됐다.

앞 뒤에서 시작한 숄더 라인은 중간에서 서로 만나지 않는다. 헤드램프에서 뒤로 가는 선은 윈도 라인에 묻혀 있는 듯 없는 듯 사라지고 리어 램프에서 앞으로 힘차게 뻗은 선은 앞 펜더에 이르면서 멈춘다. 옆에서 보는 실루엣이 제법 날씬하게 빠졌다.

뒷모습도 앞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 무섭거나 위압적이지 않지만 많은 선들이 교차하며 산만한 느낌을 전한다.

어쨌든. 젊어진 디자인이다. 이전 쏘나타에 비하면 10년은 더 젊어졌다. 언듯 투싼 ix의 모습도 보인다. 날선 디자인, 각진 헤드램프, 리어 뷰 등이 투산 ix와 많이 닮았다. 쏘나타가 젊어졌다고는해도 투싼ix와 닮게 만든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 격을 맞춘다면 싼타페와 짝을 맞춰야 하는 게 아닐까. 중형 세단에서 컴팩트 SUV의 이미지를 느낀다면 문제가 있다. 쏘나타는 왜 투싼을 닮았을까. 궁금하다.

두 개의 클러스터와 가운데 정보 표시창으로 구성된 계기판도 투싼ix와 쏘나타가 매우 흡사하다. 정보 표시창은 가려져 있지않고 손가락이 드나들게 트여있는 점도 그대로다. 왜 그랬을까.

엔진룸은 여유가 있다. 공간이 넓은 건 향후 더 큰 엔진을 집어 넣기 위해서인 것으로 보인다. 엔진룸이 여유있어 정비하기 편하겠다.

시트는 펑퍼짐했다. 몸을 편안하게, 그리고 조금 느슨하게 받쳐준다. 핸들은 얇고 단단하다. 굵고 탄력있는 핸들이 아니다. 도어 패널의 윈도 버튼은 초코렛 복근처럼 각지게 만들었다. 문이 닫히는 느낌은 매우 좋다. 문을 닫는 소리와 느낌은 차의 품질을 감성적으로 느끼는데 작지않는 역할을 한다. 차에서 내려 문을 닫을 때, 차에 올라 앉아 문을 닫을 때 최악은 철판 소리가 나는 것이다.

적당한 울림과 문이 닫힌 뒤에 느끼는 적당히 기분 좋은 외부와의 단절감은 그 자체로 매우 좋은 감성적 경험이다. 새 쏘나타가 그런 부분을 가졌다.

운전석에서보는 왼쪽 사이드 미러는 저팔계의 귀처럼 벌쭘하게 나와 있다. 보디 쪽으로 밀착을 시키면 훨씬 나을 것 같다.

신형쏘나타의 엔진은 2.0 쎄타Ⅱ MPi 엔진이다. 최고출력 165ps, 최대토크 20.2㎏·m의 성능을 확보했다. 연비는 12.8km/ℓ(자동변속기 기준)로 기존 쏘나타에 비해 약 11.3% 개선돼 2등급을 받았다. 변속기는 기존 4단 자동변속기 대신 6단 자동변속기를 적용했다. 아이들 rpm은 700 전후로 잔잔하고 정숙하다. 시속 100km D모드에서 2000rpm에 머문다. 보통의 수준. 수동 모드로 옮겨 3단 100km/h에서 4800rpm이다. 강한 엔진음은 의외로 얇다. 굵고 깊은 소리가 아니다. 얇고 가벼운 소리다. 4단 100km/h에서 3700rpm, 다시 한 번 시프트 업을 하면 5단 2700rpm에서 시속 100km에 머문다.

전체적으로 YF쏘나타는 얇고 여리고 어린 느낌이다. 여성적인 느낌. 가속 반응도 그랬다. 킥다운 느낌이 없는 가속페달을 바닥 깊숙이 밟으면 속도를 높여 간다. 무난하고 나름대로 힘이 느껴지는 가속력은 금새 탄력을 잃어 버렸다. 가속하면 한템포 쉬고 반응한다.

의외인 것은 정지 상태에서 출발하는 순간의 반응이다. 가속페달을 툭 하고 터치하듯 밟으면 차는 순간적으로 제어하기 어려운 상태로 발진한다. 정지 한 뒤 출발 할 때 매우 조심스럽다.

어렵게 시속 200km를 터치할 수 있었다. 이 때 rpm은 5500. rpm에 여유는 있었지만 속도를 더 끌어올리기가 쉽지 않았다.

쏘나타에도 경제운전안내 시스템이 있다. 녹색, 백색, 적색으로 램프 빛깔이 바뀌며 경제운전을 유도하는 시스템이다. 시속 200km에서 계기판을 보니 안내등이 흰색이다. 의외였다. 200km/h, 550rpm에서라면 경제운전 기준으로 본다면 최악의 상황인데 빨간불이 아니라 흰색불이다. 이후 계속 살펴보니 시속 120km 전후를 경계로 그 이전에는 빨간불이 그 속도를 넘기면서는 흰색으로 변해버린다. 녹색과 적색으로만 표기하는 게 낫겠다. 애매모호한 흰색등이 끼어들면서 헛갈리게 만든다.

서스펜션은 조금 부드러은 편이다. 승차감이 그만큼 좋다. 고속에서 A 필러에 부딪히는 바람소리가 신경을 거슬리지만 일상 주행속도에서는 더 없이 편안한 승차감을 보인다.

2000~2500rpm에서 어색한 진동과 소음이 올라온다. 시승차만의 문제인지 쏘나타 전체의 문제인지는 지켜봐야 하겠지만 어딘지 허술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모젠 프리미엄 WIDE 내비게이션은 최고다. 3세대 무선망인 WCDMA를 이용한다. SOS, 도난추적 등 기본적인 안전ㆍ보안서비스를 2년간 무료로 제공받을 수 있다. 무선통신을 이용해 네트워크에 접속, 실시간으로 차량을 진단하고, 분석내용을 운전자에게 전달하는 한편, 정비소까지 길안내를 제공하는 토탈 차량 관리 서비스 ‘모젠 오토케어’가 적용됐다. 편리한데 추가 비용을 물어야 한다.

주행 패턴 분석, 주행정보 등을 자세하게 분석해 보여주기도 한다. 차 빌려간 사람이 차를 어떻게 다뤘는지 손바닥 보듯 알 수 있겠다. 각종 소모품, 고장 진단 등도 가능하다. 자동차에 IT의 영역이 점차 확대되고 있음을 신형 쏘나타가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

쏘나타에는 경사로 밀림방지장치(HAC, Hill-start Assist Control) 와 브레이크 어시스트 시스템(BAS, Brake Assist System)을 적용한 차체자세제어장치(VDC)가 전 모델에 빠짐없이 기본 적용됐다.

후방 주차시 스티어링 휠 조작에 따른 차량의 예상 진행 경로를 표시해주는 후방 주차 가이드 시스템은 운전이 서툰 사람들에겐 큰 도움이 된다. 취향에 따라 3가지의 음향모드를 제공하는 ‘디멘션(Dimension)’ 프리미엄 사운드 시스템은 음악 애호가들이 좋아할 부분이다.

판매가격은 가솔린 Y20 ▲그랜드 2,130만원 ▲프라임 2,315만원 ▲프리미어 2,490만원 ▲톱 2,595만원이다 (자동변속기 기준).쏘나타는 젊어졌다. 이전 쏘나타 트랜스폼이라면 토요타 캠리에 견줄 수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젊어진 쏘나타를 캠리와 비교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제품 라인업 상으로 볼 때 그랜저가 과거의 쏘나타 정도의 위치를 차지한다고 보면 될 듯하다.캠리의 상대로는 쏘나타가 아닌 그랜저가어울린다.

오종훈의 단도직입디자인이 전체적으로 불안하다. 중형차급에 맞지 않게 너무 젊게 방향을 잡다보니 투싼 ix와 비슷한 이미지를 전하는 것은 중형차로써 치명적 결함이 될 수 있다. 캠리, SM5와 경쟁하기에 어울리지 않는다. 쏘나타가 중형차의 무게감을 벗어던진 이유가 왜일까. 궁금하다.
동양적인 ‘蘭’을 디자인 모티브로 삼았다고 했다. 하지만 난초의 이미지를 느끼기 힘들다. ‘난초’가 암시하는 부드러운 곡선의 아름다움 보다는 날카로운 직선이 어지럽게 교차하는 ‘亂’, 즉 어지러움의 이미지가 더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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