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늦게 투싼 ix를 시승했다. 8월에 출시한 차의 시승기가 뒤늦게 11월에서야 다뤄지는 것은 기자의 게으름과 현대차의 무대뽀 정신 탓이다. 시장 점유율 50%를 넘나드는 현대차는 시승차에 무척 인색해졌다. 벤츠보다 현대차 시승하기가 더 어렵다는 말이 기자들 사이에서는 공공연하게 회자된다. 신차를 내놓으면서도 시승차를 아예 운영하지 않거나 뒤늦게 생색내는 현대차의 ‘무대뽀’ 정신에는 두손 두발 다 들었다. 현대차의 과점 상태가 부르는 부작용중 하나다. 미디어야 그렇다치고 소비자들에게는 겸손했으면 좋겠다.귀하다는 투싼 ix 시승차를 받고 오면서도 반가운 생각이 들지 않았다. 이미 도로 위에 많은 투싼 ix들이 돌아다니고 있었으니까. 시승차는 LMX 20 2WD 모델이다.
투싼 이전 모델은 그리 잘만든 차처럼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기아차의 스포티지가 조금 더 좋아 보였던게 사실이다. 플랫폼을 공유해 성능면에서 크게 다를 게 없는 두 차의 이미지가 이처럼 갈렸던 것은 투싼의 소박한 디자인 탓이 크다. 스포티지는 작지만 나름 강한 개성을 드러내며 눈길을 잡는 매력을 가진 디자인이었던 반면 투싼은 밋밋한 모습으로 존재감을 드러내기에는 조금 약한 디자인이었다.
하지만 이젠 옛말이다. 투싼 ix의 화려한 디자인은 눈이 부실 지경이다. 이젠 스포티지가 과거의 투싼 처럼 처진 이미지를 전한다.
투싼 ix는 ‘엣지’있는 디자인이다. 사이드 미러 아랫부분에서 라디에이터 그릴로 뻗어내린 선이 라디이터 그릴과 육각형의 교집합을 이루며 기하학적인 형상을 이루고 있다. 이를 축으로 양옆의 헤드램프 또한 그 아래의 안개등과 짝을 이루며 강한 프런트 마스크를 만들고 있다. 화려한, 그리고 젊은 디자인이다. 앞에 비하면 뒤는 그래도 얌전한 편이다. 리어램프와 뒷 범퍼, 그리고 테일게이트가 어우러지면서 선과 면이 복잡한 형상을 만들고 있지만 그래도 앞모습에 비하면 덜 강하다.
옆모습도 선을 많이 썼다. 헤드램프와 리어램프에서 각각 시작된 라인은 서로 만나지 않는다. 앞뒤, 그리고 가운데 숄더 라인이 제각각 따로 논다.
투싼 ix는 디자이너의 넘치는 의욕을 원없이 적용한화려한 디자인이다.
투싼 ix는 이전 모델에 비해 85mm나 길다. 너비도 20mm가 넓어졌고 높이는 25mm가 낮아졌다. 실질적인 유효 공간은 넓어졌고 높이를 낮춰 잘 달리는 몸매를 만든 셈이다.
지붕에는 파노라마 선루프를 적용했다. 시원한 개방감이 파노라마 선루프의 최대 장점.파노라마 선루프는 화창한 날은 화창한대로, 흐리거나 비오는 날은 또 그대로 자연의 풍광을 만끽하기에 좋다. 컨버터블이 자연과 하나되는 일체감을 준다면 파노라마 선루프는 창 밖 풍경을 즐기는 감상자의 자리에 우리를 앉게 한다.
실내는 비교적 넓은 편이다. 뒷좌석은 바닥이 평평해 세 사람이 충분히 앉을 공간을 만든다. 뒷좌석을 접으면 침대로도, 화물칸으로도 넉넉하게 쓸 수 있다. 2열 시트에도 열선을 적용키로 한 점은 콤팩트 SUV에서는 어려운 결단이다.
이 차를 발표할 때의 일이 생각난다. 기아차 관계자가 투싼 ix에 대해 날설 비평을 쏟아내던 일.(관련 기사 바로가기)도어패널에 달린 버튼들은 식스팩으로 구성된 젊은 남성 복근의 한조각같다.
핸들은 세바퀴를 감아야 완전히 감긴다. 무난한 편이다.
운전석에 앉으면 폭 파묻히는 느낌이 든다. 차는 높은데 시트 포지션은 낮은 때문이다. 문을 열고 엉덩이를 밀면 시트가 아래에 위치한다. 타고 내리기 편하다.
엔진룸 공간은 여유가 있다. 정비하기도 편할 뿐 아니라 차의 안전에도 도움이 되겠다. 향후 더 큰 엔진을 얹는다고 해도 넉넉한 공간이다.
디젤 2.0 R 엔진은 184마력의 최고출력보다 40.0kgm의 토크가 더 눈길을 끈다. 연비는 2WD 모델이 15.4km/L로 1등급이다. 엔진에 직접 배기가스 후처리 장치(DPF, Diesel Particulate Filter)를 장착해 배출가스와 연비를 모두 개선했다고 현대차는 설명했다. 저공해차로 인증받아 구매 고객은 환경개선 부담금이 5년간 면제된다.
핸들을 잡고 그 아래 있는 레버들을 조작하려니 손가락이 짧다. 다른 차들을 운전할 때에는 느끼지 못했던 신체적 결함을 느끼게 된다. 기자의 신체가 정상이라면 차가 문제다. 방향지시등과 외이퍼 조절 레버를 좀 더 길게 해야 할 것 같다.
두 개의 클러스터와 가운데 공간으로 이루어진 계기판은 선명하고 보기 편했다. 두 개의 클러스터에는 투명한 커버가 있지만 가운데 정보창에는 커버가 없다. 손가락이 그냥 닿는다. 먼지들이 앉게 되면 청소하기가 성가시겠다.
운전석과 조수석에는 에어백이 있다. 조수석 에어백 표시는 너무 무성의했다. 아세톤으로 지워버릴 수도 있을 것 같은 흰색 잉크의 에어백 표시가 차의 격을 한 순간에 낮춰 버린다. 아예 표기를 말던가 이왕 할거면 폼나게 잘하던가.
가속을 하면 굵은 토크감이 살아온다. 6단 자동변속기를 D에 넣고 시속 100km에 맞췄다. rpm은 1800부근. 다른 차들에 비해 낮은 편이다. 같은 속도를 유지하며 수동모드로 옮겼다. 3단에서 4200rpm, 4단에서 3200rpm, 5단에서는 2300rpm을 각각 나타냈다. 각 단에서의 최고시속은 1단 40km, 2단 70km, 3단 110km, 4단 135km를 각각 마크했다. 이 속도에 이르면 자동변속이 진행된다.
조용하진 않았다. 굵은 디젤 엔진 소리가 꽤 들리는 편이다. A 필러에 부딪히는 바람소리도 속도를 높일수록 세게 실내로 파고든다.
저속에서는 토크감이 살아있지만 시속 100km를 넘기고 140km를 공략하면서는 탄력이 확연하게 떨어진다. 속도를 높일수록 가속은 힘겨워진다.
투산 ix에는 차체자세제어장치(VDC, Vehicle Dynamic Control)가 4WD X20 모델을 제외하고 전 모델에 기본 장착된다. 급제동, 급선회 시 차의 움직임이 불안정해지면 엔진 토크 및 브레이크를 차 스스로 제어해 차의 균형을 잡아주는 시스템이다. 덕분에 운전하는 데 큰 부담이 없다. VDC가 작동하는 순간에는 순간적으로 차가 말을 안듣는 것 처럼 느껴진다. 가속페달을 밟아도 차가 반응을 거부하고 마치 브레이크를 밟은 것처럼 멈칫 거리기도 한다. 차의 균형을 잃지않고 회복하려는 VDC가 엔진의 출력을 조절하고 있기 때문이다.
VDC가 있지만 급가속을 할 때에는 구동바퀴인 앞바퀴가 순간적으로 슬립을 일으킨다. 슬립은 잠깐 일어났고 금새 언제 그랬냐는 듯 안정감있게 달려나간다.
경사로저속주행장치(DBC, Down-hill Brake Control)와 언덕길정차후발진시브레이크제어를통해밀림을방지하는경사로밀림방지장치(HAC, Hill-start Assist Control)도 있어 운전이 조금 서툰 이들도 편하고 안전하게 차를 다룰 수 있게 했다.
시속 100km에서 강하게 제동을 했다. 비틀거리지 않고 안정감있게 멈췄다. 비상등도 자동으로 깜빡였다. 급제동 경보시스템이 작동한 것이다. 브레이크를 밟는 강도, 주행속도 등을 순간적으로 판단해 비상등을 자동으로 작동시키는 것이다.
투싼 ix는 가장 싼 모델이 가솔린 엔진 모델인 X20으로 1870만원부터다. 매력있는 가격이다. 이 가격에 배기량 2.0 리터의 SUV를 탈 수 있는 나라가 세계적으로 많지 않다. 하지만 최고급 모델에 옵션들을 더 붙이면 3,000만원을 넘긴다. 가격 폭이 넓은 것까지는 좋은데 3,000만원대를 받겠다는 것은너무 자신감 넘치는 가격이 아닌가 한다. 가솔린 모델 가격대는 1870만원부터 2400만원, 디젤엔진은 2135만원부터 2700만원까지다. 혼다 CR-V와 토요타 RAV4도 좋은 경쟁모델들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직접적인 경쟁관계라 할 수는 없다. 많아야 수백대 정도 팔릴 CR-V나 RAV-4가 수천대를 파는 투싼 ix보다 더 많이 팔리거나 적어도 위협적인 판매량을 기록하는 일은 당분간 벌어지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오종훈의 단도직입
선루프를 열면 황당한 일이 벌어진다. 선루프는 열렸는데 가림막은 닫혀 있는 것이다. 결국 운전자가 선루프를 연다음 손으로 직접 가림막을 열어야 하늘을 마주할 수 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는지.
센터페시아는 의욕과잉이다. 뭔가 의미를 담아 만든 형상이라고 설명은 하지만 기능적으로 꽝이다. CD는 손목을 꺾어야 CD 플레이어에 넣을 수 있다. 상하로 구분된 틈새는 먼지가 쌓이거나 동전이나 이물질이 끼어들 수도 있겠다. 열선 버튼 두 개가 덩그렇게 배치된 것도 어색하고 전체적으로 어수선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