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시판 토요타 전차종 시승 시리즈 2탄. RAV4다. 앞바퀴굴림과 사륜구동 두 모델이 국내 시판에 나섰다. 시승차는 사륜구동 모델.
RAV4가 처음 등장한 것은 94년이다.당시 일본에서는토요타 RAV4, 미쓰비시 파제로 미니, 혼다 CR-V 등 이른바 콤팩트 SUV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일본에서 꽃을 피운 콤팩트 SUV의 시발은 김선홍 회장이 이끄는 기아자동차였다.
90년대초 선보였던 스포티지는 당시만 해도 획기적인 차였다. SUV를 작게 만든다는 것은 생각하기가 쉽지 않은 일이었다. 지프와 같은 정통 SUV가 아닌 도심 지향의 SUV로 네바퀴굴림 기능을 갖춘 작은 2박스차는 금방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국제무대에서도 스포티지는 단연 화제였다. 양산을 전제한 컨셉트카로 발표했던 스포티지 쇼트보디는 작고 스포티한 이미지로 북미시장 등에서 큰 관심을 받았었다. 아쉽게도 스포티지는 기아자동차의 침몰과 함께 짧은 역사를 마감한다.
스포티지 이후에 소형 SUV 바람은 일본에서 거세게 불었다. 오늘 시승할 RAV4는 그중 하나다. 이미 국내에 시판중인 CR-V와 미국과 일본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장본인이다. 내수시장에는 이미 투싼 ix와 스포티지가 컴팩트 SUV 시장을 지키고 있다. 크게 봐서 이들 차종들이 경합을 벌이게 됐다.
앞과 옆은 평범한 모습이다. 도회적인 이미지도 언듯 느껴지지만 세련됐다고 하기엔 뭔가 조금 아쉬운 모습. 뒷모습은 ‘안습’이다. 단도직입에서 따로 논하기로 하고 일단 통과.
전체적인 익스테리어 디자인 이미지는 2% 부족함이다. 잘 차려입기는 했지만 어딘지 어울리지 않는 어색함이 묻어있다. 촌스러움이다.
시트는 높고 숄더라인은 낮다. 그래서 실내에서 느끼는 개방감이 크다. 높고 탁 트인 시야가 마음에 든다. SUV의 눈높이를 가졌다. 한 번 맛들이면 예전으로 다시 돌아가기 힘든 눈높이다. 물론 꼭 물리적인 눈높이만을 얘기하는 것은 아니지만 SUV의 매력으로 세단보다 월등히 높은 시트 포지션을 꼽는 사람들이 꽤 많다. 센터페시아는 층계구조다. 투싼 ix와 같다고는 할 수 없고 상하로 구분 지었다는 점에서 비슷하다.
원터치로 시트를 접을 수 있어 편하다. 미니밴이나 SUV를 운전할 때 시트를 접어야하겠는데 어디를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 난감할 때가 가끔 생긴다. 진땀나는 순간이겠지만 RAV4에서는 그럴 일은 없겠다. 버튼 하나만 잡아당기면 시트가 접어진다.
스페어 타이어를 차 바깥으로 보내 실내 트렁크 공간은 여유가 있다. 플로어 아래쪽으로도 축구공 등을 넣을 수 있는 꽤 널찍한 수납공간이 있다.
인테리어 소재의 질감은 그리 좋은 편이 아니다. 인테리어에서 윈드실드와 지붕이 만나는 부분의 마무리도 조금 거칠다. 차의 성경을 짐작케 해주는 대목들이다. 대중적인 차임을 스스로 솔직하게 드러내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이 차를 솔직하다고 할 수 있겠다.
디자인에 비해 성능은 한 수 위다. 엔진 배기량은 2.5리터다. 이전 2.4리터 엔진을 업그레이드 한 것. 최고출력 184마력/6,000rpm, 최대토크는 24.1kgm/4100rpm. 넉넉하진 않지만 필요한 만큼의 힘을 낼 수 있는 ‘저스트 파워’다.
4단자동변속기가 뻘쭘하다. 4단은 어딘지 좀 부족해 보이는 게 사실이다. 8단 자동변속기를 처음 양산차에 적용한 게 바로 토요타인데 같은 토요타에서 8단 변속기의 딱 절반인 4단 변속기를 여태 쓰고 있다는 게 놀랍다.
기대 이상의 가속력을 보였다. 공차중량을 기준으로 1마력이 감당해야하는 마력당무게비는 8.9kg 수준. 날렵하고 힘있게 움직이기에는 조금 무게감이 있는 체격이다. 하지만 가속반응이 가볍다. 가속페달을 밟으면 즉시 반응하지는 않지만 140km/h 이상의 고속 구간에 이르기까지 숨 죽이지 않고 속도를 올렸다. 물론 그 이상 속도에서는 탄력이 줄어든다. 길게 이어진 직선로에서 시속 180km까지도 달릴 수 있었다. 과거 디젤 SUV에 익숙한 이들에게는 가솔린 SUV의 민첩함이 새삼스럽게 느껴질 것이다. 디젤에 비해 훨씬 예민하고 힘있게 반응한다.
아이들 rpm이 600 전후에서 움직이고 시속 100km에서는 2000rpm에 머문다. 잔잔한 엔진이다. 코너에서 과감한 공략을 하기에 차의 높이가 주는 중압감이 크다. 차는 버티겠으나 운전자의 심리가 문제다. 사륜구동 시스템은 ‘자동 온디맨드’ 방식이다. 전자 제어식 커플링을 이용해 도로 상태와 운전자의 입력에 따라 전륜과 후륜 사이에 토크를 자동 분배하는 것. 이 시스템은 지속적으로 전륜 구동 모드와 4륜 구동 모드 사이를 전환해 연비를 극대화한다. 자동 모드에서는 저속 코너링 시 후륜으로의 토크 분배를 줄여 핸들링을 개선한다.
4WD 수동 잠금 스위치는 자동 모드를 해제한 뒤 뒷바퀴로 좀 더 많은 힘을 보낸다. 오프로드에서 주행성능을 개선하기 위한 것으로 40km 미만의 속도에서만 수동모드를 즐길 수 있다. 주행 속도가 40km/h에 도달하면 시스템은 자동 모드로 돌아간다. 브레이크를 밟아도 잠금 모드가 해제되어 ABS와 VSC 작동을 최적화한다.
앞바퀴 굴림 모델에는 트랙션 제어 기반 Auto-LSD(Automatic Limited Slip Differential)가 적용된다.
서스펜션을 비롯한 하체는 자동차 마니아들이 좋아할 정도의 단단한 느낌을 주지는 않는다. 움직이는 도구로 자동차의 본질에 만족하는 이들이라면 거부감 없이 받아들일 수 있는 수준이다. 무난하다는 말이다.
RAV4에는 앞좌석 액티브 헤드레스트와 엔진 이모빌라이저가 기본 품목으로 제공된다. 운전자가 키를 가지고 도어 핸들을 잡기만 해도 차를 열 수 있게 해주는 스마트 엔트리 시스템도 적용됐다. 천연가죽시트도 기본 품목이다. 운전석과 조수석의 측면 에어백, 전복 감지 측면 커튼 에어백도 기본 사양으로 제공된다. RAV4에는 STAR Safety System™이 기본으로 장착되는데, 여기에는 VSC(Enhanced Vehicle Stability Control), TRAC(Traction Control), ABS(Anti-Lock Brake System), EBD(Electronic Brake-force Distribution) 그리고 BA(Brake Assist)가 포함된다.
RAV4는 향상된 VSC와 EPS(Electronic Power Steering) 시스템이 연동해 주어진 상황에 맞게 스티어링을 지원한다. EPS와 통합된 VSC 시스템은 제어력을 상실하는 순간을 예측해 운전자의 동작과 차의 움직임에 더욱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해준다.
RAV4 한국 출시로 혼다 CR-V가 함께 주목받고 있다. 경쟁모델이기 때문이다. 미국과 일본에서의 판매실적은 혼다 CR-V가 조금 앞선다. 국내에서는 어떤 결과가 나올지 궁금하다.
현대 투싼 ix와 기아 스포티지도 경쟁모델로 꼽을 수는 있지만 수입차와 국산차가 직접 적인 경쟁을 한다는 게 사실 무의미하다. 한 달에 많아야 수십~수백대 파는 수입차와 수천대 파는 국산차가 경쟁한다고 할 때 승패를 가리기가 쉽지 않다. RAV4가 수백대를 팔아 성공했다해도 투싼의 수천대를 넘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물론 장기적으로 볼 때 꼭 불가능한 얘기는 아니다. ‘토요타의 공습’이라며 요란을 떠는 일부 언론들이 우려하는 게 바로 그런 상황이 아닌가 싶다. 하지만 RAV4 만을 놓고 본다면 그리 걱정하지 않아도 될 듯 싶다. ‘공습’을 하기엔 허약해 보여서다.
오종훈의 단도직입촌티 물씬 나는 이미지다. 뒷모습이 그렇다. 스페어 타이어를 짊어진 자태가 요즘 추세와는 동떨어진 모습이다. 테일 게이트에 매달린 타이어는 바람이 부딪히는 소리를 만드는 원인이될 뿐 아니라 시간이 흐르면 삐걱이는 소리가 날 위험도 크다. 험한 길을 달릴 차가 아니라면 차라리 스페어 타이어를 떼어버리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전화 한통이면 전국 어디나 10분 안으로 긴급출동서비스가 달려오는데 닌자 거북이처럼 뒤에 큼직한 타이어를 굳이 달고 다녀야 하는지 모르겠다.
좌측통행 기준으로 테일 게이트가 열리는 점도 한국 도로에는 안 맞는다.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문이 열려 화물을 실을 때 동선이 길어질뿐더러 안전에도 안좋다. 과거 정몽구의 현대정공이 미쓰비시 파제로를 들여다 갤로퍼로 만들어 팔 때 많이 지적됐던 내용이다. RAV4는 일본 뿐 아니라 미국과 유럽에서도 많이 팔리는 차인데 도로에 맞게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열리는 테일 게이트도 적용하면 좋겠다.
리어 스포일러도 문제다. 리어 게이트를 열면 스포일러가 도어 바깥선보다 튀어나와 예리한 각을 이룬다. 사람이 부딪히면 다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