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타 때문에 시끌벅쩍하다. 자동차 시장이 온통 토요타 이야기다. 한 달에 겨우 500대, 내년에 늘려봐야 700대를 팔겠다는 ‘겸손한 토요타’를 두고 사람들이 말이 많다. 토요타의 공습이란다. 월 500대면 수입차 판매 랭킹 5위 안에 들까말까한 정도의 수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두의 이목이 집중되는 것은 ‘토요타’이기 때문이다.‘토요타’ 라는 이름이 사람들의 눈과 귀를 자극 하는 것이다. 토요타가 인천 영종도에서 시승회를 열었다. 캠리, 캠리 하이브리드, RAV4, 프리우스를 모아놓고 기자들을 부른 것이다. 네 차종의 시승기를 연재한다. 그 첫 번째, 캠리다.
날렵하고 세련된 모습은 아니다. 조금 두껍다는 인상을 받은 것은 뒷태 때문일 것이다. 부분적으로 볼륨감도 느껴지는 모습은 부담이 없다. 날카롭고 공격적인 이미지가 아니다. 마음씨 좋은 아저씨의 모습처럼 편안하다. 배우 백일섭의 이미지다.
소수의 마니아들에게 사랑받기보다 다수의 대중들에게 맞춘 디자인이다. 그게 바로 토요타의 컬러다. 앞선 기술, 스타일리시한 디자인, 분명한 컬러를 추구하며 자동차 마니아 등 이른바 ‘차를 좀 아는’ 이들에게 어필하는 게 아니라 그렇게 앞서가는 메이커에 반발쯤 뒤에서 앞선 기술보다는 무난하지만 완성도 높은 기술로 폭넓은 소비자들을 겨냥한다. 그렇게 얘기할 때 혼다와 닛산이 앞서가고 그 반발짝 뒤에 토요타가 있는 셈이다. 캠리는 디자인에서부터 그런 분위기를 풍긴다. 시간이 흘러 캠리가 좀 더 많이 거리를 달릴 때 쯤에는 과거 우리가 쏘나타에 느꼈던 친근함의 이미지도 갖게 될 것이다. 그만큼 저력이 있는 차다.
캠리와 캠리 하이브리드는 부분적으로 다르지만 같은 디자인이다. 라디에이터 그릴과 리어램프, 그리고 하이브리드 표시 앰블렘 정도를 보고 두 차를 구분할 수 있다.
차 길이는 4815mm로 경쟁모델로 꼽히는 알티마(4825mm)와 비슷하다. 그랜저가 4895mm, 쏘나타는 4820mm다. 크기만 높고 보면 캠리는 쏘나타 보다 길이 너비 높이가 조금씩 작고 좁고 낮다.
그렇다고 작은 차는 아니다. 보기에도 그렇고 실내에 앉아봐도 작지 않음을 안다. 넉넉한 앞뒤 공간은 승차정원을 다 채워도 좁지 않을 만큼이다. 앞바퀴 굴림이라 뒷좌석 바닥이 평평하다. 센터 터널이 없어 그만큼 뒷 공간을 잘 활용할 수 있다.
핸들 너머에 계기판이 자리했고 센터 페시아에는 내비게이션 모니터가 있다. 그리고 대시보드 안쪽 깊숙하게 온도와 시계 등을 보여주는 작고 얇은 창이 하나 더 있다. 모두 3개의 정보창이 분산돼 있다. 그만큼 운전자의 시선도 분산된다. 대시보드 위쪽의 정보창은 생략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내비게이션은 토요타가 직접 개발한 한글 내비게이션이다. 그래픽이나 컬러 선택이 보기 편하게 잘 세팅됐다.
변속레버는 뜬금없이 불쑥 솟아 올라있어 어색하다. 변속 레버가 길면 영 어색하다. 운전하는 폼이 안난다. 시트는 여유있고 넉넉하다. 운전자의 몸을 타이트하게 잡아주는 스포츠카의 그것과는 다르다. 편하고 여유있게, 넉넉하게 받쳐주는 시트다.
운전석에 앉으면 차창이 만드는 숄더라인이 높게 올라온다. 차창을 열고 팔을 걸치기가 살짝 불편하다.
인테리어 소재는 고급 재질이 아니다. 중상급 정도의 재질과 질감이다.
렉서스의 정숙함을 토요타에서 기대하는 것은 넌센스다. 토요타도 렉서스처럼 조용하다면 렉서스의 조용함이 의미가 없어진다. 토요타 캠리는 속도와 엔진 회전수에 걸맞는 정도의 소리를 낸다. 같은 플랫폼을 사용한다고 렉서스 ES와 캠리를 ‘같은 차’로 치부하는 것은 무리다. 차의 느낌과 반응이 많이 다르다. 캠리 때문에 렉서스 ES 판매가 지장받을 것이라는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 디자인, 상품성, 성능, 가격과 타깃 고객층이 완전히 다른 차이기 때문이다.
시동키를 돌렸다. 키에 리모컨 기능이 내장됐다. 버튼을 눌러 시동걸고, 가까이 가면 알아서 문을 여는 스마트키에 비하면 소박한 기능이다. 아이들 rpm은 600 정도로 매우 잔잔하다.
영종도 일대를 한 바퀴 도는 코스. 가속이 부드럽다. 힘겨워하지 않는다. 시속 200km 가지도 부드럽게, 그리고 거침없이 치고 나간다. 175마력, 마력당 무게비 8.7kg. 스포티한 주행을 하기에 적절한 정도의 균형을 가진 파워다.
6단 자동변속기를 장착해 가속이 부드럽다. 시속 100km에서 1800rpm을 가르킨다. 대게 이 속도에서 2000rpm 정도를 마크하는 다른 차들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그만큼 여유있는 힘을 가졌다는 의미다. 수동변속으로 3단으로 옮기면 시속 100km에서 3800rpm, 4단에서는 3000rpm을 각각 가르킨다.
레드존은 6500rpm. 1단에서 60km/h, 2단 100km/h, 3단 140km/h에서 각각 자동 시프트 업이 이뤄진다. 시속 140km에서 4단으로 변속이 된 이후에는 시속 200km를 넘는 속도까지 4단이 물고 간다. 고속에서도 지치지 않는다. 가속감이 떨어지지 않는다. 저속에서부터 고속에 이르기까지 일관된 가속감이다. 꾸준하게 밀어붙이는 힘이 고속으로 갈수록 인상적이다.
바람소리는 어느 정도 들린다. 고속에서 풍절음은 각오해야 한다. 승차감은 부드러운 편. 서스펜션도 하드하다고 하기엔 부족하다. 부드러운 편이다. 약한 언더스티어가 느껴지는 조향성능, 세바퀴를 훨씬 넘겨 3.25 회전을 하는 스티어링 휠 등 대체적으로 캠리의 성격은 성능보다 승차감에 포커싱을 한 느낌이다.
캠리의 엔진은 ‘지능형 듀얼 가변밸브타이밍(Dual VVT-i)’가 적용됐다. 흡배기 캠축을 드라이빙 상황에 따라 적절하게 조절해 밸브 개폐 타이밍을 조절하는 장치다. 연비는 12km/L로 혼다 어코드 2.4, 닛산 캠리 2.5, 그랜저 2.4보다도 우수한 수준이다. 당연히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이들 차종들 중에 가장 적다. 그만큼 환경친화적인 차라는 의미다. 캠리의 차체는 충돌에 의한 충격을 흡수하고 충격에 의한 탑승 공간의 변형을 최소화 하도록 설계됐다. B필러와 로커페널 강화를 위해 고강도강을 사용해 특정 측면에 충돌이 발생할 때 전체적인 차체 변형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듀얼 스테이지 SRS 전방 에어백, 시트 장착 측면 에어백, 측면 커튼 에어백에 더해 운전석 무릎 에어백까지 적용됐다. 캠리의 전 모델에는 VSC(Vehicle Stability Control,차체자세제어장치), TRC(Tranction Control), ABS(Anti-lock Brake System), EBD(Eletronic Brake-force Distribution), BA(Brake Assist)가 기본 사양으로 적용되어 운전자로 하여금 안전한 제동을 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BA는 운전자가 급제동시, 제동력을 강화하여 운전자가 의도한 급제동이 가능하도록 보조해 준다. VSC는 개별 휠에 대한 구동력과 제동력을 조절해 언더스티어링 및 오버스티어링 시, 적절한 접지력 및 차량이 운전자가 원하는 방향으로 진행할 수 있다.
3490만원은 토요타가 작심하고 내놓은 가격이다. 많이 팔 생각 없지만 고객들의 구매 리스트에서 빠지고 싶지는 않다는 생각이 바로 이 가격 안에 숨어 있다. 토요타의 한국 진출은 충분히 성공했다. 공습이니 폭격이니 하지만 아직 그 수준은 아니다. 토요타가 본격적으로 물량공급을 늘려 한국 시장에서의 점유율 확장에 나설 때, 바로 그때가 터닝포인트가 될 것이다. 토요타의 공습은 그때부터다.
오종훈의 단도직입.운전자의 시선이 분산된다. 계기판, 센터페시아의 내비게이션 그리고 대시보드 안쪽의 정보 표시창 등 세 곳으로 시선이 흐트러진다. 계기판과 내비게이션에서 필요한 정보를 간략하고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게 좋겠다. 개인적으로개성이 부족한스타일, 승차감 위주의 세팅은 불만이다. 디자인 혹은 성능 면에서 좀 더 강한 자극을 주는 차였으면 좋겠다. 하지만 바로 그 점이 보다 많은 대중의 사랑을 받는 ‘무난함’의 근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