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대 초 중반, 로얄 디젤과 콩코드 디젤이 시장의 외면으로 자취를 감춘 이후 디젤 세단은 한동안 뜸했었다. 불과 5년 전 만해도 세단, 즉 승용차에 디젤엔진을 얹는다는 것은 ‘아니될 말’이었다. 정숙하고 안정적이어야 할 세단에 덜덜 거리는 흔들림에 귀를 자극하는 엔진소리, 게다가 시커먼 매연을 뿜어내는 디젤 엔진은 전혀 어울리지 않는 궁합이었다. 터부였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국내 시장에서 그 터부를 깬 게 푸조 407이다. 2005년의 일이었다. 콩코드 디젤 이후 처음 출시되는 디젤 세단이라는 점에서 큰 주목을 받았던 모델이다. 407 HDi는 디젤에대한 일반인들의 인식과는 크게 달랐다. 생각보다 조용했고 진동도 기대 이상의 수준을 보였다. 만족할만한 차로 인정받기 시작한 것이다. 푸조 이후 이후 현대차에서도 디젤 세단을 만들기 시작했고 다른 수입차들 특히 유럽차들이 대거 디젤 엔진을 들여오기 시작한다.

푸조 407 HDi가 오늘의 주인공이다. 페이스 리프트 모델이다. 큰 틀은 유지하고 디테일을 손봤다는 의미다.

익스테리어 중 가장 큰 변화를 준 곳은 에어인테이크(Air Intake)와 후면부 디자인이다. 공기의 흐름은 막지 않으면서 엔진 룸으로 들어가는 빛을 차단해 냉각 효율을 높이고 냉각시스템을 보호해주는 역할을 한다. 바디 몰딩은 차체 컬러와 같은 색상으로 변경됐고 크롬으로 마무리했다. 옆에도 크롬으로 살짝 포인트를 줘 단색이 주는 단조로움을 피했다.후면 디자인은 루비 레드와 크리스탈 화이트 테일램프가 포인트다. 보디와 잘 어우러지면서 튀지 않는 점잖은 모습을 잘 마무리하고 있다.

NEW 407의 인테리어는 고급 세단 시장에 맞게 펄 블랙 데코레이션과 투톤 스웨이드 가죽 시트, 크롬 장식 등이 새롭게 적용 됐다. 전방 파킹 센서가 추가 됐다. 이제 앞 뒤 모두에 주차센서가 있어 훨씬 안전하고 편해졌다.

길이가 15mm 길어지면서 뒷좌석이 조금 더 안락하고 편해졌다. 앞바퀴 굴림이라 뒷좌석 바닥 센터 터널도 없앴 수 있었다. 뒷좌석이 그만큼 편해졌다. 트렁크 공간은 넓다, 그리고 무엇보다 트렁크 천정 마무리가 잘된 점은 꼭 칭찬해주고 싶다. 방음재를 덧댄 게 아니라 철판으로 마무리 했지만 한 눈에 봐도 깔끔하고 매끈하게 잘 마무리했다. 볼보나 GM 같은 브랜드들이 꼭 참고했으면 좋겠다.

시동을 걸면 굵고 낮은 디젤 엔진 특유의 소리가 올라온다. 시끄럽지 않다. 그냥 “나 여기 있어” 라고 말하는 정도의 소리가 듣기 좋게 다가 온다. 버튼식 키가 아니라고 불평할 필요는 없다. 버튼을 눌러 시동을 켠다는 게 처음에야 고급스럽고 신기했지만 이젠 준중형 세단에까지 적용하는 아이템이다.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이다. 있다고 고급스러워 보이지 않고, 없어도 크게 아쉬울 게 없다. 시동키를 버튼으로 만들어 값이 비싸지는 것보다는 버튼이 없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다.

게다가 키를 비틀때 엔진이 기지개를 켜며 반응하는 느낌이 참 좋다. 버튼과 키, 여기에서 우열을 가릴 필요는 없다.

디젤엔진은 중저속에 강하다. 고속주행에서도 물론 예전에 비해 훨씬 나은 엔진성능을 맛볼 수 있지만 역시 디젤은 중저속에서의 굵은 토크감이 제 맛이다. 출발해서 낮은 속도에서부터 힘 있게 밀고 나가는 맛은 디젤엔진에서 훨씬 강하게 느낄 수 있다. 푸조 407 역시 마찬가지다. 2000rpm에서 최대토크가 형성된다. rpm 2000이면 가속페달에 살짝 발을 얹어 놓는 정도의 엔진회전수다. 이 정도면 차를 얌전하게 다뤄도 쓸 힘은 다 쓴다고 할 수 있다. 굳이 가속페달 깊이 밟지 않아도 된다는 말이다. 초기 반응은 가솔린 3.0 엔진 차 못지않다. 이 차가 2.0 엔진을 얹었다는 게 믿어지지 않을 정도다.

100km에서 2000rpm 전후의 얌전한 거동을 보인다. 6단 자동변속기의 1, 2단 기어비는 4.1과 2.4로 격차가 큰 편이다. 3단과 4단은 큰 차이가 없고 5, 6단은 오버드라이브 상태다. 때문에 가속은 4단까지 힘 있게 할 수 있고 오버드라이브 상태인 5,6단에서는 가속이 여의치 않다.

시속 100km까지는 그런대로 힘 있게 치고 나간다. 그 이상의 속도에서는 탄력이 떨어진다. 꾸준히 속도를 올리기는 하지만 파워풀하기보다는 끈기 있는 모습을 보인다. 시속 60km에서 2단으로 다시 90, 110, 140 km/h에서 각각 시프트업이 일어난다. 수동 모드로 해도 rpm이 레드존에 이르면 자동변속이 일어난다. 변속모드는 스포츠 모드와 눈길모드도 있다. 주행 상황에 맞춰 세팅하면 훨씬 편안하게 움직일 수 있다.

최고속도 210km. 제로백 10.7초대로 무난한 편이다. 차체는 크지만 엔진 배기량은 2.0리터에 못 미치는 1997cc다. 고속으로 가면서 엔진의 한계가 조금씩 드러난다. 속도에 비례해 가속감이 현저하게 더뎌진다.

푸조의 핸들링은 정평이 나있다. 각종 랠리와 레이스에서 다져진 푸조의 기술이 바탕에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푸조는 코너에서 더 강한 느낌이 온다. 정교하고 단단한 핸들링에 더해 서스펜션의 견고함이 함께 느껴진다. 급하게 스티어링을 조작하면 순간적으로 차가 휘청거리기도 하는데 이럴 때 서스펜션이 진가를 발휘한다.

이른바 “로드 터치 테크(Road Touch Tech)”다. 로드 터치 테크는 모터스포츠에서 이전된 푸조 특유의 서스펜션으로 차체와 엔진 성능을 충분하게 뒷받침하는 하체를 이룬다. 차체의 강성, 엔진의 파워를 두루 만족시키는 서스펜션이다.

이런 서스펜션이 정교한 핸들링과 맞물려 고속주행, 급격한 커브, 순간적인 흔들림 등 격한 순간에 차의 안정성을 확보해준다.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안전에 큰 몫을 하는 부분이다.

시속 100km에서 급제동을 했다. 차가 난리가 아닐만큼 요동을 쳤다. 정지거리는 짧았다. 생각보다 빠르게 차가 섰다. 급제동을 하면 자동으로 비상등이 켜진다.

생각보다 조용하다. 시속 100km 전후 속도에서 엔진소음, 바람소리 등이 의외로 조용하다. 공회전할 때 바깥에서 들어보면 엔진 소리가 꽤 크게 들리지만 운전석에 앉아 달리면서 들리는 소리는 크지 않다, 차음 방음에 꽤 신경을 쓴 것으로 보인다. 사이드 미러가 작은 점도 바람소리를 줄이는 데에는 한 몫을 하는 것 같다.

새로워진 407은 더 가벼워졌다. 고강도 경량 알루미늄과 라이트 알로이를 활용한 덕분이다. 65kg 이상 감량했다. 성인 한 명의 몸무게를 덜어낸 것이다. 여기에 더해 에어로다이나믹 디자인으로 공기저항을 현저히 낮췄고 전기 유압식 파워 스티어링과 에어컨디셔닝 시스템으로 연료 소모를 가급적 줄였다. 연비가 리터당 14.7km/l, 이산화탄소 배출은 km당 183g이다.

최고의 스타일과 효율성에 더해 안전성도 인트다. 유로앤캡(Euro NCAP) 충돌 테스트에서 별 5개의 최고 등급으로안전성을 인정받은 것은 물론 무릎을 보호하는 ‘스티어링 컬럼 에어백’을 포함하여 총 9개의 에어백이 장착됐다.

판매가격은 NEW 407 HDi가 4,100만원 ~ 4,760만원, NEW 407SW HDi가 4,710만원이다.

오종훈의 單刀直入차를 만들다 만 것처럼 보이는 부분이 있다. 보디 아랫부분, 즉 언더보디 양옆이 마무리가 안 된 채 철판이 허술하게 그대로 드러나 있습니다. 표면이 매끄럽지 않아 소음발생의 원인이 될 수도 있고 무엇보다 보기에 안좋다. 중요하지 않은 부분일 수 있지만 이런 사소한 부분 때문에 잔소리를 듣는 것은 문제다. 사이드 미러가 작아서 바람 소리는 작지만 대신 사각지대가 크다. 특히 후진할 때 우측 아래 부분으로 사각지대가 생긴다. 후진할 때에는 작은 화분이나 도로턱 등 사이드 미러에 비치지 않는 낮은 곳에 특히 유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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