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시장에서 연일 낭보가 날아들고 있습니다. 삼성 SDI가 BMW에 전기차용 배터리를 공급하기로 계약을 맺었고 LG화학은 GM의배터리 공급업체로 선정됐습니다. 몇 년 전까지만해도 일본 배터리에 맥을 못추던 한국 업체들이 보란듯이 일본 업체들을 추월하고 있습니다.


한국 배터리가 이처럼 선전할 수 있게 된 것을 두고 여러 가지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대부분 시장예측이 정확했고 선택과 집중 전략이 주효했다는 점을 꼽습니다.
삼성 SDI와 LG 화학으로 대표되는 한국 기업들이 2차전지 시장에 진입할 당시 세계 시장은 니켈 수소 전지를 앞세운 일본 업체들이 득세하고 있었습니다. 니켈 수소 방식은 값이 싸고 중금속에서도 비교적 자유로운 형태였지만 전압이 낮고 에너지 밀도가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한국업체들은 니켈 수소를 따라가지 않았습니다. 대신 리튬 이온 배터리로 승부를 걸었습니다. 일본 업체들의 뒤를 따라가기에 너무 늦어 추월하기가 쉽지 않은만큼 미래를 예측하고 새로운 방식의 배터리에 승부를 건 것이지요. 바로 이점이 한국 배터리가 승리할 수 있었던 결정적 요인입니다. 만일 그때 시장을 지배하던 니켈 수소 배터리에 미련을 갖고 일본 업체들 뒤를 따라 갔다면 오늘의 영광은 없었을 것입니다. 니켈수소를 포기했기에 리튬이온에서 이길 수 있었던 것입니다.


자동차 시장에도 이런 전략이 필요합니다. 하이브리드카에 미련을 버려야 한다는 것이지요. 하이브리드카 시장은 이미 일본 업체들이 지배하고 있고 기술력도 엄청나게 앞서 있습니다. 특허기술도 일본업체들이 많이 갖고 있지요. 한국 업체가 이런 시장에 진입해서 선두 업체로 성장하기는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세제혜택에 힘입어 몇 대 안팔리는 내수시장을 지키는 정도야 가능하겠지요. 하지만 하이브리드카의 본류인 미국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춘 하이브리드카를 만들어 내기는 쉽지 않을 것입니다. 내년에 미국 시장에 쏘나타 하이브리드를 내놓는다고는 하지만 이미 십여년을 앞선 일본차들을 쫓아가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하이브리드카를 포기하면 얘기가 달라집니다. 어차피 하이브리드카는 궁극적인 친환경차가될 수 없지요. 전기차나 수소 연료전지차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거쳐가는 자동차입니다. 그렇다면 굳이 우리가 1등하기 힘든 하이브리드카에 집착할 필요가 없습니다.


하이브리드카 단계를 생략하고 바로 전기차, 수소연료전지차로 넘어가는 게 훨씬 유리합니다. 물론 하루 아침에 가능한 얘기가 아니겠지요. 선택과 집중의 논리로 본다면 하이브리드는 선택의 대상이 아니라는 말입니다. 포기해야할 카드이지요. 앞서 말한 배터리 시장에서 본다면 니켈수소 배터리 같은 게 자동차 시장의 하이브리드카입니다.


뒤쫓아 가기를 그만두고 길목을 지키라는 것입니다. 이미 한국에는 CT&T 같은 곳에서 저속형 전기차를 개발해 놓고 있습니다. 법규 문제로 국내도로를 달리지는 못하지만 해외로 대량 수출에 나설만큼 상품성을 갖춘 차로 알고 있습니다. 전기차에 핵심인 배터리 업체들도 강한 기술력을 확보하고 있지요. 전기차로 갈 수 있는 환경이 잘 만들어져 있는 셈입니다. 중간 단계인 하이브리드를 거치지 않아도 다음 단계로 직행할 수 있는 상황이지요. 이런 상태에서 굳이 일본차들이 득세하고 그들의 규칙이 지배하는 판인 하이브리드 시장에 발을 담글 필요가 있을지 의문입니다.
배터리 시장이 정답을 말하고 있다고 봅니다. 니켈 수소를 포기하고 리튬이온 배터리로 직행했던 것 처럼, 하이브리드를 포기하고 전기차로 직행하는 것이 우리 한국의 자동차 산업에는 훨씬 효과적이라는 것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