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생팀의 폭주가 이어진 상반기였다.
포뮬러원 월드 챔피언십이 독일 그랑프리를 기점으로 시즌 17라운드 대장정의 반환점을 돌파했다.


올 시즌 F1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팀은 젠슨 버튼(브라운GP, 영국).상반기 9라운드 가운데 가볍게 6승을 챙겼다.지난해까지만해도 1 최강팀으로 군림해 온 맥라렌과 BMW 자우버팀은 중하위권으로 밀려났다.루이스 해밀턴, 로버트 쿠비차, 닉 하이드펠트, 헤이키 코발라이넨까지. 지난해 월드 챔피언십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던 이들 모두 중하위권을 맴돌고 있다.


브라운 GP의 두 드라이버 젠슨 버튼과 루벤스 바리첼로는 올 시즌 개막전이자 팀의 데뷔 무대였던 호주 그랑프리에서 1~2위를 독식하며 파란을 예고 했다. 브라운은 이후 말레이시아, 바레인, 스페인, 모나코, 터키 등에서 승리를 추가하며 시즌 초반을 압도했다. 지난해까지 활동하던 혼다팀을 이어받은 로스 브라운 대표는 새롭게 바뀐 규정에 가장 잘 적응한 머신을 선보이며 누구도 예상치 못한 전력 향상을 이끌어 냈다. 노련한 지휘자와 준비된 드라이버가 만들어 낸 쾌거인 셈이다.


시즌 9라운드 현재 브라운GP가 획득한 컨스트럭터즈(팀) 점수는 총 112점. 지난 해 팀 챔피언 페라리가 같은 기간 득점한 96점을 월등히 앞선 결과다.


드라이버 순위 역시 브라운GP와 젠슨 버튼의 독주 양상이다. 현재 68포인트를 얻은 버튼은 2위 세바스찬 베텔(레드불)에 21점이나 앞서며 여유 있게 선두를 지키고 있다.


브라운 GP와 더불어 F1를 뒤흔든 레드불 레이싱팀도 92.5라는 점수로 컨스트럭터즈 부문 3위인 토요타와 57.5점의 큰 격차를 두고 있다.


레드불은 특히 제 8~9라운드 영국과 독일 그랑프리에서 소속 드라이버들이 번갈아 우승을 주고받으며 브라운의 독주에 제동을 걸었다. 한 팀에서 1,2위를 차지하는 원투 피니시만 올 들어 세 차례였다. 드라이버 득점에서도 버튼의 뒤이어 베텔과 마크 웨버(호주)가 나란히 2~3위를 달리고 있다.


상반기 F1의 판세는 한 마디로 ‘신생팀의 강세와 전통 강호의 몰락’으로 설명할 수 있다. 지난해까지는 페라리와 맥라렌이 양강 구도를 이루며 시즌 후반까지 근소한 점수차로 언제든지 전세가 역전될 수 있는 레이스가 거듭되며 팬들의 눈길을 잡아 맺다.


하지만 이번 시즌 전통 F1팀 사이의 선두권 경쟁은 찾아 볼 수 없다. 페라리의 펠리페 마사가 제 9라운드 독일에서, 키미 라이코넨이 모나코에서 3위로 포디엄(시상대)에 선 것을 제외하면 단 한차례도 우승을 거두지 못했다.
브라운GP에 크게 밀리던 페라리는 하지만 시즌 후반에 접어들며 서서히 부활의 조짐을 보이고는 있다. 독일에서 마사가 보여준 스피드는 상위권팀에 근접하는 수준이었고 남은 후반기 그랑프리에서의 과거 전적도 희망적이다. 현재 페라리를 이끌고 있는 펠리페 마사는 브라질에서 2006년과 2008년 두 차례나 우승했으며 유럽GP가 열릴 발렌시아 서킷과 벨기에의 스파 프랑코샹에서도 우승 경험이 있다.


하지만 지난해 페라리와 함께 3강을 이루었던 맥라렌이나 BMW 자우버는 올 들어 한 번도 시상대에 올라서지 못한 채 부진의 늪에 빠져있다.


이들 전통의 강호가 급격히 약화된 원인은 올해 크게 바뀐 경주차 규정에 적응하지 못한 데 있다.


반면 신흥 강호가 된 브라운GP는 머신 바닥으로 흐르는 공기를 제어하는 부품인 디퓨저의 독특한 설계로 과거의 상위팀들에 비해 랩 당 평균 0.5초 가량 빠른 속도를 냈다.


이 같은 판도 변화의 가장 큰 원인은 올 들어 크게 바뀐 경주차 관련 규정에 있다. 올 들어 슬릭 타이어가 부활하고 공기역학과 관련된 규제가 강화되면서 2008년까지와는 크게 다른 머신의 형태가 요구되었다. 브라운GP의 로스 브라운, 레드불의 에드리안 뉴이 등 우승경험이 풍부한 엔지니어가 손을 댄 경주차들은 바뀐 규정에 잘 적응한 모습을 보였다.
반면 기술력이 뛰어난 것으로 평가 받던 전통의 강호들은 아직 의무 사항이 아닌 KERS의 개발에 역량을 집중했으나 실질적인 이득을 보지 못한 것으로 평가되면서 랩타임에서 적지 않은 손해를 보았다.
특히 2009년 머신 설계 당시 KERS로 인한 무게 상승을 염두에 둔 에어로다이나믹 디자인을 강조한 것이 실패의 원인이 되었다는 지적이 많다. 올해부터 시즌 중 테스트가 금지되며 기존 강 팀들이 격차를 줄일 기회를 갖지 못한 점도 판세 변화의 주요인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