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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정은 아직도 뜨거운 자동차 마니아의 원조 전영선 소장

그가 자동차와 처음 공식적인 연을 맺은 것은 1964년이다. 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45년 전의 일이다. 대구 계명대학교 영문과를 졸업한 청년 전영선은 하동환자동차에 입사에 그의 자동차 인생을 시작한다. 한국자동차문화연구소 전영선 소장. 이제 70대의 노인이됐지만 자동차를 얘기할 때 그의 눈은 형형한 빛을 발한다. 열정만을 기준으로 한다면 그는 여전히 스물여섯 청년이다.


방송과 집필활동을 왕성하게 하는 전영선 소장은 자동차 마니아라면 모를리 없다. 동서고금을 아우르며 자동차에 대한 재미있는 뒷이야기를 그만큼 재미있고 해박하게 들려주는 사람은 없다. 이승만 박사가 엄청난 스피드광이었다는 사실, ‘메르세데스’라는 이름의 기원 등등 동서고금을 넘나들며 그가 전해주는 이야기는 끝이 없고 막힘이 없다. 자동차에 얽힌 인물들의 이야기는 차를 좋아하는 이들에게는 흥미진진한 ‘자동차판 수호지’나 다름없다.
인물 뿐 아니다. 수퍼카, 사륜구동차, 교통제도, 자동차 문화, 기술, 디자인 등 장르와 주제를 막론하고 다양한 저술들을 내놨다. 그의 글 한 줄 읽어보지 않았다면 자동차 마니아라 할 수 없을 정도로 그는 왕성한 활동을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


그 스스로가 자동차 마니아, 아니 자동차광이었다. 대학교 시절, 영문과를 다니면서 미군부대에서 흘러나온 자동차 잡지를 통해 그는 자동차에 대한 욕구를 채운다. 궁금한게 많았던 그는 급기야 외국에 있는 자동차 회사들에 편지를 보낸다. 당신네들이 만든 차에 대한 정보와 사진을 보내달라는 내용을 담은 편지다. 많은 메이커들에게서 답장이 왔고 당시로서는 구하기 힘든 꽤 큰 크기의 자동차 사진도 보내왔다.


그는 이 시절에 얻은 사진들을 토대로 대학생 신분으로 1965년 서울신문회관 전시장에서 를 처음 연다. 말이 사진전시회지 지금으로치면 자동차 전시회나 마찬가지였다. 사진으로나마 외국의 내로라하는 차들을 볼 수 있다는 게 쉽지 않은 시절이었다. 정부에서도 관심을 보였고 당시 자동차 산업의 주요 인물들이 그 전시회에 다녀갔다고. 신진자동차 사장 김창원과 하동환 자동차의 사장 하동환 등이 전시회에 다녀가면서 그를 눈여겨 보게 된다. 결국 그는 하동환 자동차를 첫 직장으로 택하게 된다. 이후 신진자동차, GM 코리아, 새한자동차, 동아자동차를 거치고 쌍용자동차에서 92년 퇴직하면서 자동차 회사와의 인연을 정리한다. 거친 회사만큼 근무한 분야도 다양하다. 카 디자인 · 설계 · 제조기술 · 정비 · 부품개발 · 홍보 · 기획분야에서 30년간 근무했다.


분야는 다양했지만 공통점은 있다. 늘 현장에 있었다는 것. 책임자의 위치가 아니라 현장에서 직접 실무를 맡아하며 자동차를 만들고 느꼈다는 것이다.
자동차 회사와 인연을 정리한 뒤로는 왕성한 저술활동으로 제2의 자동차 인생을 살고 있다. 평생을 모아온 자동차에 대한 다양한 자료들이 그의 힘이다. 신문 스크랩은 기본이고 상품 안내책자, 사진 등등 그를 통하면 못얻을 자료들이 없을 정도다. 때문에 신문 방송 잡지 등의 매체에서 그의 인기는 높다. 원하는 주제에 맞는 정확한 자료를 빠른 시간 안에 얻기 위한다면 전영선 소장을 찾는 게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탁월한 기억력도 사람들을 놀라게 한다. 주의깊게 보거나 읽은 내용은 절대 잊는 법이 없다. 지금도 그는 30-40년 전의 일을 명료하게 기억하며 그 전후사정과 배경을 정확하게 짚어 낸다. 차에 대한 정열과 사랑이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그의 연구소는 여의도에 있다. 다양한 자료로 꽉 찬 작은 오피스텔이연구소다. 작은 공간에 그가 40여년간 모아온 자료들로 세사람이 들어가면 꽉 찬다. 그 좁은 곳에서 그는 요즘에도 밤 10시까지 글을 쓰고 자료를 정리한다. 연구소에 야전 침대를 펴고 잠을 자는 경우도 다반사다. 진정한 마니아가 아니라면 가질 수 없는 진정한 열정이 그에게는 있다.
그는 소탈하다. 작은 체구에 백발이 성성한 노인이지만 지금도 자동차 이야기라면 밤새 이야기를 나눌 만큼 정열적이다.


“돈 욕심 부리지 않고 즐겁게 살면 된다”는 게 그의 말이다. 술과 담배를 즐기지만 절대 과하게는 하지 않는다. 지인들이 찾아오면 그는 서둘러 연구소 문을 닫고 마포대교를 건너간다. 조선시대때부터 번성했다는 공덕시장 골목에서 막걸리를 나누면서 이야기하기를 즐긴다.
그를 만날 일이 있다면 조심해야 할 게 하나 있다. 자동차 이야기가 일단 시작되고 나면 중간에 이를 끊기가 쉽지 않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네버엔딩 오토 스토리’가 전개된다. 차를 좋아하는 사람에겐 소설보다 재미있는 하나같이 흥미진진한 이야기들이다.


인터뷰를 빙자한 만남은 벌건 대낮에 만나 꽤 늦게까지 막걸리를 나누며 이어졌다. 공덕 시장을 나서면서 전영선 소장이야 말로 진정한 자동차 마니아로 한 평생을 살아온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쩔 수 없는 육신의 나이를 먹고 있지만 차에 대한 왕성한 호기심과 사랑은 육신의 나이를 개의치 않는 전 소장이야 말로 ‘진짜 마니아’라 할 만하다.

오종훈 yes@autodiar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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