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색무취. 아우디는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 중에서 아우디는무색무취에 가깝다. 벤츠와 BMW가 선명한 대립각을 세운다고 한다면 아우디는 그 가운데 어디쯤, 혹은 전혀 엉뚱한 곳에 서있는 브랜드다.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들은 독일차라는 공동점과 각각의 개성을 절묘하게 조합시켜 소비자들을 파고 든다. 그만큼 독일차의 시장은 넓어지는 셈이다. 아우디 A6는 아우디 라인업에서 가장 중요한 포지션을 차지한다. 현대차 라인업에서 쏘나타 같은 차가 바로 아우디 A6다. 가장 많이 팔리는 베스트셀링 모델로 판매를 이끄는 핵심이다.

그 A6가 엔진과 디자인을 일부 바꿔 새 모습, 새얼굴로 다시 시장에 나왔다. 뉴A6다. A3, A4 Q5를 바쁘게 선보이며 부지런한 행보를 보여온 아우디가 드디어 내놓은 카드다. 아우디의 연이은 신차발표의 클라이맥스라 할만하다. 아우디 코리아는 잠실 체육관에 특별 무대를 만들어 유명 연예인들과 고객들을 초청해 보란듯이 런칭 이벤트를 열었다.

그리고 기자 시승회를 제주에서 열었다. 제주도의 파란 하늘 아래서 뉴 아우디 A6를 만났다. 5월의 제주는 이미 여름이었다. 한라산 산자락을 감아도는 도로를 따라 10여대의 뉴 아우디 A6가 달렸다. 시승차는 A6 3.0 TFSI 콰트로 다이내믹 모델. 다이내믹모델에는 후방카메라, 아댑티브 에어서스펜션, 앞좌석 메모리 시트, 전동식 햇볕 가리개, 19인치 알루미늄 휠 등이 추가 된다. 3.0 모델은 최고출력 300마력, 최대토크 42.9kg.m에 달하고 제로백 5.9초의 순발력을 자랑하는 고성능세단이다.

아우디 100에서 시작한 A6를 현대 쏘나타와 비슷한 이미지로 기억하는 이들이 많다. 두 차에는 ‘모나지 않은 무난한 이미지’와 ‘베스트 셀링카’라는 공통점이 있다. 뉴A6를 보면서 그 공통점은 여전히 유효하다는 생각이 든다. 디자인의 디테일은 분명히 다르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전해지는 이미지는 예나 지금이나 비슷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싱글 프레임 방식의 라디에이터 그릴이 당당하다. 제논방식의 헤드램프에 LED가 보조등으로 적용됐다. 해드램프 아래 자리한 사각형 안개등이 새롭다. 동그란 안개등이 아니다.당당한 모습은 뒤로도 이어진다. 트렁크 라인과 범퍼라인이 떡 벌어진 어깨처럼 보는 이를 압도하는 모습이다. 브레이크를 밟으면 브레이크 등이 선명하게 들어온다. LED 램프가 만드는 라인이 인상적이다. A3, A4, Q5 등에서도 비슷한 모습들을 만날 수 있다.

엔진룸에는 V6 3.0 엔진이 배치됐다. 직접분사 엔진으로 슈퍼차저에 인터쿨러가 더해졌다. 슈퍼차저는 중저속에서 반응이 빠르고, 터보는 고속주행에 강한 면모를 보이지만 터보랙이 있어 초기 반응이 더디다. 아우디는 좀더 실용적인 영역에서 강한 성능을 확보하는 방법을 택했다. 똑 같은 조건에 터보와 슈퍼차저를 비교한 자료를 보면 출발해서 약 2.5초 후에 슈퍼차저가 5m를 앞서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물론 시속 160 전후의 고속주행에서의 상황이라면 터보가 유리할 수 있다. 170마력의 2.0 TFSI 엔진에는 터보차저가 올라간다.

실내는 간결하고 고급스럽다. 엔진 스타트 버튼과 스톱버튼은 따로 분리해 두 개의 버튼으로 만들어 변속기 레버 옆에 자리했다. 센터페시아는 많이 간결했졌다. 수많은 버튼들이 있어 마치 비행기 조종석같은 분위기를 내는 이전 세대의 아우디 인테리어가 한단계 발전해 심플하면서도 기능적인 레이아웃을 실현했다. 이는 MMI에 힘입은 바 크다. 중요한 기능을 조작하는 버튼들이 MMI 안으로 숨겨졌기 때문이다.

센터터널이 뒷좌석 바닥을 좌우로 양분하는 것은 사륜구동을 택한 댓가다. 드라이브 샤프트가 뒤로 가는 통로가 뒷좌석 바닥 공간에 솟아오른 것이다. 뒷좌석 승객에게는 불편한 요소다. 하지만 5명이 타는 경우라면 모를까, 4명까지 탈 때에는 센터 터널을 피해 앉으면 된다. 크게 불편하지는 않다는 말이다. 옆에서 차를 보면 운전석 시트 포인트가 정중앙에 있다. 차의 거동을 가장 안정된 자리에서 컨트롤하는 것이다. 차와 사람의 일체감을 느끼기에 딱 좋은 레이아웃이다. 마찬가지로 옆에서 차를 볼 때 트렁크 라인이 짧다. 트렁크 공간이 좁을 것으로 오해하기 딱 좋다. 하지만 트렁크를 열어보면 꽤 깊고 넓은 공간을 가졌음을 확인할 수 있다. 겉 보기보다 훨씬 넉넉하다.

인테리어는 프리미엄 브랜드답게 고급스럽고 야무지게 마무리됐다. 진한 컬러의 무늬목을 부분적으로 도입했고 가죽시트는 운전자의 몸을 편하고 안정적으로 받쳐줬다. 손이 느끼는 감각도 훌륭했다. 손에 잡히는 핸들, 변속기는 물론 인테리어 소재 하나 하나가 손을 통해 그 고급스러움을 말해주고 있다. 다만 계기판과 센터페시어 상단의 모니터 부분을 감싸는 은색 바탕 컬러는 어색하다.좀 더 깊이있게 색을 입히거나 아니면 좀 더 고급스러운 소재로 마감을 했으면 좋겠다.

아이들 상태에서 rpm은 800에 머문다. 조용한 편이다. 처음 마주한 길은 편도 1차선의 그리 넓지 않은 제주도의 중산간 도로. 차는 연이은 과속방지턱을 부드럽게 타고 넘는다. 살짝 부드러운 듯한 서스펜션이다. 하지만 하드하게 바꿀 수도 있다. 어댑티브 에어 서스펜션이 적용됐기 때문이다. 다이내믹, 자동, 컴포트, 리프트 등 모두 4개 모드로 서스펜션을 조절할 수 있다.

속도를 높이면서 차를 조금 험하게 다루면 서스펜션이 만만치 않은 강도를 보이면서 차체를 받쳐주는 것을 실감한다. rpm은 속도에 비해 여유있는 편이다. 시속 110km를 넘기면 rpm이 2000에 이른다. 시속 100km에서는 1800 rpm수준이다. 비교적 낮은 rpm이다.

이 차의 압권은 초반 가속력이다. 제로백 5초대의 순발력을 가질 수 있는 것은 수퍼차저 효과다. 배기가스를 이용하는 터보가 초반 가속시 시간차가 생기는데 반해 수퍼차저는 기계식이어서 시간차가 거의 없다. 그래서 즉답식 반응이 나온다.

터보에 비해서 고속반응이 느리다고해서 고속주행에서 약한 모습을 보일 것으로 생각하면 오해다. 300마력과 42.9kgm의 토크가 1.9톤에 달하는 거구를 가볍게 끌고 달렸다. 결코 가볍지 않은 무게지만 강한 힘이 무게가 주는 핸디캡을 상쇄한다.

프리미엄급 차를 만들기 위해서는 차가 무거워지는 건 피할 수 없다. 일부 알루미늄 소재를 사용해 경량화를 꾀한다고는 하지만 궁극적으로 다양한 편의장치들을 넣다보면 차는 무거워질 수밖에 없다. 결국 다양한 편의장치를 넣고 엔진 성능을 끌어올려 차를 가볍게 느끼도록 해야 하는 게 프리미엄 세단의 운명이다. 고급스러움과 고성능 즉 차가 가볍게 느껴지도록 하는 두 개의 요소를 조화시키는 것은 그리 큰 문제가 아니다. 하지만 자동차 메이커는 연비를 고려해야 한다. 기업연비 규제를 맞춰야 하고 무엇보다 소비자들의 요구를 한 발 앞서서 채워야 하기 때문이다. 무게와 성능, 연비의 삼각함수를 어떻게 풀어내는 가가 신차 개발진의 숙제다. A6는 성능에 조금 더 무게 중심을 뒀다. A6 3.0의 연비는 8.0km/l.

차창에 부딪히는 바람소리는 잔잔했다. A필러에서 약간의 바람소리가 들리지만 전체적으로는 조용하고 포근했다. 박력을 느끼게 해는 낮은 엔진 소리는 듣기 좋게 실내로 전해진다. 적어도 엔진 소리에 관한한 굳이 감추려고 하지 않는 게 독일차들의 공통된 특징이다. 듣기 싫을 수도 있는 엔진 소리를 심장을 자극하는 듣기 좋은 사운드로 만들어 ‘즐기는 대상’으로 만드는 것이다.제주도는 탁월한 자연경관에 더해 다양한 조건의 도로를 갖춰 시승하기에도 더없이 좋다. 산록도로의 쭉 뻗은 도로에서 최고속도를 달릴 수 있었고, 한라산을 돌아나가는 두 개의 횡단도로에서는 와인딩코스에서의 성능을 만끽할 수 있었다. 숲이 하늘을 가리는가하면 탁트인 평원 너머로 바다가 펼쳐지고, 목장을 가로지르기도 하는 길들은 세계적으로도 자랑할만한 풍광이다.

그런 다양한 조건의 도로를 달리기에 콰트로 시스템은 최적이다. 언제 느껴도 좋은 콰트로 시스템은 한국에서도 잘 어울린다. 직진과 코너에서 안정성의 탁월함은 운전자의 심리를 매우 안정적으로만들어 준다. 차가 안정적이어서 불안감이 덜해 운전자가 차를 신뢰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구동력은 평상 주행시 앞뒤 4대6으로 배분된다. 이전에는 5대5였지만 뒤로 좀더 많은 힘을 보낸다. 주행상황에 따라서는 앞바퀴로 65%, 뒤로는 85%까지 토크를 배분한다.

판매가격은 A6 3.0 TFSI 콰트로 다이내믹이 7,820만원, A6 3.0 TFSI 콰트로는 6,850만원이다. 시승을 마치며 다시 A6를 가만히 바라본다. 넉넉하고 여유있는 모습, 모나지 않고 무난한, 그렇지만 은근한 카리스마를 간직한 모습을 보며많은 사람들이 A6를 좋아하는 이유를 짐작할 수 있었다.한국인의 심장을 녹여버릴 수 있는 매력 포인트다.은근과 끈기를 미덕으로 삼는 우리한국 사람들의 정서에 잘 맞는 차가 바로 이 차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오종훈의 單刀直入6단 변속기에서 전해지는 변속충격은 옥의 티다. 가속페달을 깊게 밟으면 3,000~4,000RPM 부근에서 ‘턱’ 하고 동력전달이 순간적으로 풀리는 듯한 흔들림이 전해진다. 좀 더 다듬으면 훨씬 높은 완성도를 기대할 수 있겠다.별도의 리모트 컨트롤을 사용해야 하는 내비게이션 시스템은 한국에서 추가 장착했다. 때문에 MMI와 따로 작동된다. 내비게이션을 꺼야 MMI를 조작할 수 있는 식이다. 불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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