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에쿠스가 10년 만에 탈바꿈했다. 개선장군의 말, 마차, 천마 라는 의미를 담은 에쿠스는 한국 대형 세단의 대표주자다.체어맨도 만만치 않은 내공을 가졌지만 쌍용차 사태로 허덕이는 사이에 에쿠스의 입지는 더욱 넓어졌다.
한국차의 대표선수 현대차가 만드는 최고급 세단 에쿠스를 만났다.
결국 현대차는 기존 이름을 계속 이어가기로 했다. 에쿠스의 이미지가 나쁘지 않았다는 말이다. 하지만 이름만 빼고는 다 바꿨다. 디자인, 엔진을 비롯한 동력계통, 구동방식 등등 이전 에쿠스와는 전혀 다른 차로 만들었다. 아, 변하지 않은 게 하나 더 있다. 엠블렘. 보닛 위에 당당히 자리잡은 천마의 날개는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그 모습 그대로 자리를 지키고 있다. 현대차는 이제 대형차급에서도 그랜저, 제네시스, 에쿠스로 이어지는 세분화된 라인업을 구축하게 됐다. 에쿠스는 초대형 세단으로 최고급 수입 세단들과 경쟁하며 수입차의 공세에 정면대응하는 현대차의 자존심이라고할 수 있겠다.
크고 당당한 모습은 여전하지만 예전보다 훨씬 부드러운 모습이다. 유선형 디자인의 힘이다. 사이즈가 전체적으로 커졌지만 언듯 보면 작아보이는 것도 유선형 디자인의 효과다. 직선과 각이 주를 이루는 딱딱하고 고압적인 구형 에쿠스에서당당한 모습은 여전하지만 훨씬 부드럽고 나긋나긋한 새 모습으로 변신한 것이다. 대형 세단에 유선형 디자인을 적용하는 것은 세계적 추세이기도 하다. 에쿠스가 경쟁 모델로 삼는 BMW7, 벤츠 S, 렉서스 LS 등이 그렇다.에쿠스는 충실하게 그런 경향을 받아들이고 있다.
HID 램프에 LED 램프가 적용된 헤드램프는 어댑티브 헤드램프다. 스티어링휠의 조향각에 따라 헤드램프의 조사각도가 변한다.운전자의 시야를 훨씬 더 좋게 만들어준다. 옆모습에서숄더라인은 뒤쪽 휠하우스 부근에서 끊어진다. 뒤에서 뻗어나온 선과 이어지지 않은 채로 숄더라인이 마무리된다.18인치 휠은 프렌지리스 방식이어서 훨씬 더 커 보인다. 번쩍이는 크롬이 ‘나 여기있어’하며 스스로를 과시하는 것 같다.크롬은 범퍼에도 사이드 몰딩으로도 사용된다. 크롬 소재에 대한 반응은 극과 극으로 갈린다. 촌스럽다는 평과 번쩍이는 빛이 만족스럽다는 평이 그렇다. 적어도 이 차의 오너들에게는 맞는 소재인 듯 하다. 국산 최고급 세단을 타는 이들이라면 어느 정도 스스로를 과시하고 싶은 심리가 없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인테리어는 한국형 럭셔리 세단의 진수를 보여준다. 현대차가 적용할 수 있는 모든 기술을 이 차의 운전석에서 만나볼 수 있다. 훨씬 기능이 강화된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통풍 시트, 전자제어 에어서스펜션, 종합제어장치, VDC, 프리 세이프티 시트벨트, 차선이탈 경보장치 등 다양한 전자장치들이 이 차의 완성도를 높여주고 있다. 굳이 빠진 것을 찾자면 헤드업 디스플레이, 나이트 비전 정도다.
에쿠스는 4.6ℓ V8 타우(τ) 엔진과 3.8ℓ V6 람다(λ) 엔진을 장착한다. 이중 시승모델은 최고급 버전인 4.6 V8 모델.
버튼을 누르면 조용히 시동이 걸린다. 부르릉하고 엔진이 움직이는 것은 알 수 있지만 공회전 상태로 두면 조근거리는 엔진 소리가 참 조용하게 들린다. 어린아이의 새끈거리는 숨소리 같다.
스티어링휠은 매우 가볍다. 큰 차를 이처럼 가벼운 힘으로 움직일 수 있다는 게 재미있다. 엔진 동력을 이용하는 모터 대신, 엔진과 별도의 전기모터로 유압펌프를 움직이는 전기유압식 파워스티어링이다. 조향감이 좋을 뿐 아니라 연비에도 좋은 영향을 미친다.
가속페달을 툭툭 치면 명령에 복종하며 달린다. 시종일관 이 차를 지배하는 것은 ‘조용함’이다. 간간이 거친 엔진소리도 올라오고, 때에 따라 A 필러에 부딪는 바람소리가 들리지만 이 차를 지배하는 조용함을 깨뜨리지는 못한다. 고속주행에서도 엔진소리는 그리 크게 들리지 않는다. 렉서스의 조용함과 경쟁해도 밀리지 않을 정도다. 어쩌면 현대차가 이 차를 개발하면서 렉서스의 조용함을 넘어서려는 욕심이 있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후륜구동 타입에 타우엔진을 적용한 4.6 모델은 최고출력 366ps, 최대토크 44.8kg?m의 힘을 낸다. 큰 힘을 가진 만큼 달리는 자세도 여유롭다. 시속 100km에 속도를 고정시키고 각 단에서의 rpm을 보면 대체로 낮은 엔진회전수를 보이는 것을 알 수 있다.
D에서 2000rpm 조금 못미친다. 6단에서부터 2단까지 1600, 2000, 2800, 3600, 5600rpm을 각각 보인다. 수동모드에 변속레버를 놓고 풀가속을 하면 시속 60, 110, 180km에서 각각 자동변속이 일어난다. 높은 알피엠에서 변속이 일어나지만 변속감은 그리 거칠지 않다.
후륜구동 방식을 적용해 앞뒤 무게비를 52대48로 만들었다는 설명이다. 이전 에쿠는 앞바퀴굴림으로 70대 30이었다. 그만큼 무게 균형이 이뤄져 달리는 자세가 안정적이다. 당연히 직진가속에서도 후륜구동이 유리하다. 가속 할 때 힘이 뒤로 쏠리며 뒷바퀴의 접지력을 더욱 키워주기 때문에 그만큼 더 강한 구동력을 낼 수 있다.
탁 트일 길에서 슬라럼 테스트를 시도했다. 시속 80 전후의 속도에서도 차는 안정적으로 움직였다. 차 크기가 있어 횡가속도의 피로가 누적될만한데도 안정감 있게 자세를 제어하며 계속되는 슬라럼 테스트를 즐길 수 있었다.
시속 40km를 넘기면 도어가 자동으로 잠기며 안전벨트가 한 차례 몸에 착 감겼다가 풀린다. 또한 급제동을 하면 안전벨트가 몸을 꽉 조여준다. 차선이탈방지장치를 작동시켰다. 방향 지시등을 켜지 않고 차선을 바꾸려하자 경고음이 울린다. 무시하고 그냥 차선 이동을 계속했다. 안전벨트가 부르르 떨린다. 정신 차리라는 말이다. 혹시나 생길지 모를 사고에서 탑승객들을 최대한 안전하게 잡아주겠다는 신호다. 안전띠를 통해 차가 나를 보호해주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기분 좋은 경험이다.에어서스펜션의 감도 차이는 확실하다. 스포츠 모드와 노멀 모드에서 차의 반응이 확실하게 차이 나는 것을 운전자가 느낄 수 있다. 과속 방지턱을 지날 때, 노멀 모드에서는 부드럽게 타고 넘어 한 두 차례 잔진동이 오는 대신 스포츠 모드에서는 딱딱하게 넘지만 잔진동이 거의 없다. 조금만 신경쓰면 누구나 쉽게 느낄 수 있을 만큼 그 차이가 확실하다. 스포츠 모드에 세팅하면 코너링에서 확실하게 차체가 안정된 느낌이 온다. 단단한 서스펜션이 충격을 잘 컨트롤하면서 차체의 중심을 잡아준다. 후륜구동이 코너에서는 불리한 면이 있지만 전자식 브레이크 시스템과 주행안정장치, 전자제어 에어서스펜션이이런 불리함을 충분하게 커버해준다.서스펜션의 노멀 모드 버튼을 한 번 더 누르면 차가 높아진다. 에어서스펜션이 차를 높게 들어 올리는 것. 험한 길을 가거나, 무거운 짐을 실을 때 유용한 기능이다. 물론 차가 높아지면 그만큼 자세가 불안해지는 점은 감수해야 한다.시속 120km로 10초 이상 달리면 차 높이가 자동으로 15mm 낮아진다. 고속주행안정성을 높여주는 것이다.
신형에쿠스에는 차량 통합제어시스템이 적용됐다. VDC,EPB, SCC, 오토홀드, 등의 전자장치들이 통합제어되는 것이다.
차간 거리까지 감지해 스스로 제동하는 스마트 쿠르즈 컨트롤은 제네시스에 적용된 것 보다 더 똑똑해졌다. 2개의 센서를 사용해 감지각도는 넓어졌고 작동조건도 시속 30km로 빨라졌다. 통합정보시스템은 앞뒤의 8인치 모니터를 통해 차의 다양한 정보를 운전자에게 보여준다.
뒷좌석 오너 자리에서는 가장 편하게 앉을 수 있다. 조수석을 글로브박스로 까지 밀어내고 접을 수 있다.이렇게 하면 오너가 앉는 뒷좌석에서 앞 시야가 탁 트인다. 넓은 공간이 생기는 것은 물론이다. 뒷좌석에서 오디오 전원을 꺼버리면 운전석에서이를 다시 켤 수 없다. 철저하게 뒷좌석 중심임을 말해주는 부분이다. 에쿠스의 판매가격은 VS380 모델의 경우 ▲럭셔리 6,370만원 ▲프라임 7,240만원 ▲프레스티지 8,300만원이다. 오늘 시승한VS460 프레스티지 모델은 1억 520만원이다. 현대차는하반기에 3.8ℓ와 5.0ℓ급의 신형 에쿠스 리무진 모델도 출시할 예정이다.
오종훈의 單刀直入전방주시 카메라는 운전자의 시선을 빼앗아간다. 직진할 때 카메라를 보느라 정작 직접 눈으로 앞을 확인하는 것을 소홀히 할 우려가 있다. 앞, 양옆, 사이드 미러를 바삐보다가 순간적으로 모니터를 보면 거기 보이는 차가뒤에서 오는지 앞에서 오는지 헷갈리기도 한다.아이디어는좋은데 안전에는 크게도움이될 것 같지 않다. 신형 에쿠스를 보면서 렉서스 LS 460이 생각나는 것은우연이 아닐 것이다. 디자인에서부터 차의 성능에 이르기까지 서로 흡사하다는 느낌이 강하다. 이제는 현대의 아이덴티티를내세울 때도 된 것 같은데 아쉽다. 시장의 트렌드를 쫓아는 가지만 리드하지는 못하는 게 현대차의 한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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