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최대의 자동차 메이커인 폭스바겐이 라인업에 새 차종을 추가했다. CC다. 원래 이름은 파사트 CC. 한국에선 그냥 CC로 명명했다. 전혀 다른 차임을 강조하려는 의도가 보인다. 이미지를 확실하게 차별하겠다는 것이다.
CC는 컴포트 쿠페를 의미한다. 편안한 쿠페라는 것이다. CC는 모두 세가지 모델이 있다. 2.0 TDI 디젤 엔진, 2.0 TSI, 가솔린 엔진, 가솔린 3.6 V6 4모션이다. 시승차는 최고급 모델인 3.6 V6 4모션이다.
CC는 쿠페다. 차 높이가 1,422mm로 낮은 편. 보닛에서 시작돼 루프를 지나 트렁크로 이어지는 라인이 늘씬하다. 지붕에서 뒤로 넘어가는 선은 거의 원에 가깝다. 파노라마 선루프는 시원한 하늘을 실내로 선사한다. 차 밖의 하늘이 오로지 이 차 만의 것인 듯 실내에서 보는 하늘은 넓다.
4개의 도어와 4개의 독립된 시트가 배치된 실내는 당연히 4인승이다. 4인승 4도어 쿠페는 쿠페의 아름다움에 4인승의 기능성을 갖춘 합리적인 차다. CC의 뒷좌석은 좁지 않다. 개별 시트여서 뒷좌석에 앉는 느낌이 5인승 세단의 그것과는 다르다.
딱 좋은 공간, 몸에 딱 맞는 옷을 입은 듯 시트는 몸에 착 감겼다. 쾌적한 실내, 통풍 시트는 그런 느낌을 한층 더 진하게 해줬다.
차를 건네받고 영종도로 향했다. 봄이 오는 길목,바닷바람은 시원했다. 280마력의 힘은 늘 여유있고 충분한 가속감을 제공한다. CC V6 3.6 4모션은 최고 출력 280마력(6200rpm), 최대 토크 36.7kg.m(2750rpm)의 성능을 보인다. 정지 상태에서 100km/h에 도달하는 시간은 6.2초이며, 안전 최고 속도는 210km/h이다. 공인연비는 8.2km/l이다.
CC의 가속감은 대단했다. 스포츠카 저리가라할 만큼 빠르고 힘있고 여유로웠다. 게다가 안정적이어서 시승하는 동안 늘 과속을 걱정해야 했다. 속도계를 보지 않으면 도대체 속도를 짐작하기 어려웠다. 시속 160km로 달린다면 몸이 느끼는 속도는 120km/h 정도. 시속 200km를 넘겨도 그만큼의 속도감은 나지 않는다. 그만큼 안정감이 뛰어났다.
차체의 높이가 비교적 낮은 편인데다 섀시가 이 같은 고속을 충분히 견뎌낼만큼 강하고 사륜구동방식이 주는 안정감이 시너지효과를 내며 놀라운 고속주행안정성을 만들어내고 있다. 어지간한 코너는 멈칫거림 없이 사뿐거리며 돌아나갈 수 있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낮은 차체, 강한 섀시, 사륜구동 3박자가 어우러져 달리는 즐거움의 끝을 모르게 한다. 달리는 즐거움을 제대로 느끼게 해주는 차다.
어댑티브 섀시 컨트롤의 힘이기도 하다. 서스펜션의 감쇄력과 파워스티어링 시스템이 함께 ‘노멀’ ‘스포츠’ ‘컴포트’ 3가지 모드로 조절된다. 주행상황은 물론 운전자의 기분에 따라 달리는 맛을 조금 다르게 만들 수 있는 것. 같은 차지만 달리는 느낌이 시시각각 달라지는 것이다.
CC는 마음에 드는 요소가 많다. 그중 하나가 엔진 소리다. 가속페달을 밟을 때 차 안으로 전해지는 엔진 소리가 그렇게 좋을 수 없다. 조용하지 않은 엔진 소리는 절대 과하지 않다. 듣기 좋은 영역에 절묘하게 엔진 소리를 위치시켜 ‘듣는 쾌감’을 준다. 사운드를 중시하는 독일차의 진면목을 느끼게 해주는 대목이다. 터져나오는 엔진소리가 자극하는 것은 귀가 아니라 심장이다.
CC에는 스페어 타이어가 없다. 펑크가 나도 스스로 복원하는 모빌리티 타이어를 장착했다. 런플랫 타이어가 한 단계 더 진화한 것으로 보면 된다. 독일 컨티넨털 타이어의 컨티실 기술로 타이어에 펑크가 났을 때 타이어 내부에 있는 보호 레이어가 펑크난 부분을 메워줘 계속 달릴 수 있게 해준다. 지금 5mm 정도의 펑크는 자가복구된다. 펑크가 나도 펑크난 게 아닌 상황이 되는 것.
런플랫 타이어는 펑크가 나도 달릴 수는 있지만 일단 펑크가 나면 수리할 수 없고 교체하는 게 원칙이다. 또한 타이어 내부에 강철 재질이 차 무게를 버티는 방식으로 제작돼 타이어 자체가 더 무겁다. 스페어 타이어를 없애서 무게와 연비를 줄였지만 더 무거운 타이어를 장착해 그 효과는 상쇄되고 마는게 런플랫 타이어의 한계다. 모빌리티 타이어는 이같은 결점을 충분히 보완한 타이어로 보인다. 스페어 타이어를 줄여 무게와 연비를 개선시키는 효과를 기대해도 좋겠다.
엔진은 저속에서도 충분한 힘을 내고 상당히 안정적으로 움직인다. 시속 100km에서 알피엠은 1800 부근에 머문다. 같은 속도로 고정하고 변속기를 조정하면 2단에서는 6800, 3단 4200, 4단 3200, 5단 2400, 6단 1800 알피엠을 각각 마크한다. 알피엠은 낮은 편이고 속도는 높은 편이다. 효율이 높다는 반증이다.
수동모드에서 알피엠을 6500까지 올리면 자동변속이 일어난다. 2단에서 시속 100km, 3단에서 150km/h, 4단에서 200km/h까지가 한계속도다 그 속도에 이르면 자동변속으로 시프트 업된다.
파크 어시스트는 재미있는 장치다. 티구안에 처음 장착한데 이어 CC에도 파크어시스트가 적용됐다. 일렬주차를 할 때에만 제한적으로 사용할 수 있고 변속기와 브레이크는 운전자가 직접 조작해야 하는 ‘반자동’ 주차지만 주차에 심한 부담을 느끼는 운전자에게는 고마운 장치다. 그러나 숙련된 운전자라면 파크어시스트가 조금 답답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그래도 이 장치는 효용이 크다. 탑승객에게 “너 이런거 봤어?”하고 자랑하기에 매우 좋은 장치다. 신기해하며 즐겁게 웃을 수 있는 소재로도 아주 좋다.
많은 면에서 CC는 포르쉐 파나메라를 연상케 했다. 최근 독일에서 시승했던 파나메라의 이미지가 CC에 겹쳐지는 부분이 많았다. 포르쉐의 입장에서는 살짝 기분이 상할지 모르겠으나 두 차는 분명 비슷한 면이 있다. 쿠페의 아름다움에 세단의 효용성과 합리성, 그리고 스포츠카의 고성능을 두루 갖췄다는 점에서 그렇다.한데 어우러지기 힘든 요소들을 CC는 훌륭하게 아우르고 있다.
편안한 세단이었다가, 두려움 없이 돌진하는 스포츠카의 모습을 보이는가하면,아름다운 자태를 보이는 패셔너블한 면모로 시시각각 변하는 모습이 마치 다중인격자 같다. 사람이 다중인격이면 문제가 크지만, 자동차가 그렇다면 얘기가 다르다. CC V6 4모션의 판매가격은 6,410만원. CC 2.0 TDI와 2.0 TSI는 5,040만원이다.
오종훈의 單刀直入
메탈 그레인이 적용된 대시보드는 운전석 창에 반사된다. 햇볕이 좋은 날, 운전을 하면서 왼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차창에 반사되는 대시보드가 보여 시야가 혼란스럽다. 프레임 없는 도어와 차창의 예리한 각도는 위험해 보인다. 도어를 열면 날카로운 유리와 도어의 예각이 보행자에 위험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보행자 뿐 아니다. 프레임이 없는 유리창은 가끔 시야에 보이지 않아 급하게 내리다가 차창에 머리를 부딪히는 일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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