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발했다. 조금 심했다는 생각도 없지 않았다.지붕을 열고 자동세차를 한다고? 사람을 다 태우고? BMW 미니 컨버터블의 론칭 이벤트는 이처럼 기발했다. 황당했다는 이도있다. 하늘도 한 수 보탰다. 지붕을 열고 세차하는 이벤트를 여는 날, 넉넉하게 비를 뿌려준 것이다.
비가오는 날에도, 세차장에 갈 때도 지붕을 열고 싶을만큼 ‘오픈 본능’을 자극하는 차라는 말을 하고 싶었던 것일까. 어쨌든 미니 컨버터블은 그처럼 상상을 뛰어 넘는 모습으로 우리 곁에 왔다.

뉴미니 컨버터블은 4인승 오픈카의 신형 모델로, 햇치와 클럽맨에 이어 3번째 스타일이다. 해치백 모델이 강한 개성을 간직했다면 클럽맨은 ‘기능적인 부분’을 보완한 모델이다. 컨버터블은 미니의 다양한 보디 스타일 중에서도 주체할 수 없는 ‘끼’를 타고난 모델이다. 안그래도 튀는 미니의 스타일 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스타일을 가졌기 때문이다.

이 차에는 오픈 타이머 기능이 있다.다른 차에는 없는 기능이다. 기능이라고 해야할지는 모르겠다. 그저 지붕을 열어놓은 시간을 보여주는 말 그대로 ‘타이머’다. 놀랄만한 기술은 아니지만 그런 아이디어를 실제로 구현하는 자세가 놀랍고 신선하다. 센터페시아에 벽시계 같은 큰 원 모양의 속도계를 배치한 것도 마찬가지다. 어떻게 이런 디자인을 받아들일 수 있었는지. 장난같은 디자인이 보는 이로 하여금 웃음을 머금게 한다. 적어도 분명한 사실은 ‘보는 즐거움’을 준다는 것. 보는 사람들을 즐겁게 해주는 차, 그게 바로 미니다.

뉴 미니 컨버터블은 ‘쿠퍼 S 컨버터블’과 ‘쿠퍼 컨버터블’ 두 가지 모델이 있다. 1.6리터 직렬4기통 가솔린 엔진이 올라간다. 쿠퍼 컨버터블은 최고출력 120마력, 최대토크 16.3kg.m의 성능을 가졌다. 쿠퍼 S 컨버터블에는 직분사 방식의 트윈 스크롤 터보 엔진을 얹어 최고출력 175마력, 최대토크 24.5 kg.m의 힘을 낸다. 시승 모델은 아랫급인 쿠퍼 컨버터블.

캔버스톱이 있었다. 기아자동차가 90년대초 프라이드에 잠깐 적용했던 적이 있었다. 비슷한 시기에 일본을 비롯한 외국 소형차에도 심심치 않게 찾아 볼 수 있었던 지붕이다. 천으로된 소프트 톱을 얹은 다음 지붕을 절반쯤 열게 해 컨버터블 기분을 내게 만든 방식이다. 일종의 세미 컨버터블 이라고 할 수 있는 형태다. 미니 컨버터블도 지붕을 반만 열면 옛날의 캔버스톱같은 기분이 난다. 선루프를 열듯이 40cm 정도만 열 수 있다.

물론 제대로 된 기분을 내려면 지붕을 완전히 벗기는 게 필요하다. 시속 30km로 움직이면서 15초만에 지붕을 열 수 있다. 소프트탑이 착착 접히면서 뒤로 넘어가, 지붕이 열리는 게 재미있다.

지붕이 깔끔하게 정리되는 느낌은 아니다. 접힌 지붕이 그대로 뒷부분에 노출돼 있어서다. 조금 엉성한 듯한 그 맛이 오히려 복고적이기도 하고 친근감이 있다. 컨버터블의 안전을 위해서는 전복에 대비한 장치가 반드시 필요하다. 공간이 노출된 만큼 유사시에 안전한 실내 공간을 확보해야 하는 것. 미니 컨버터블에는 전복 등의 위급 상황이 벌어질 때 초속 150m 속도로 액티브 롤바가 튀어 나온다. 최소한의 안전공간을 빠르게 만들어 준다는 말이다.

타이어가 차의 가장 바깥에 배치됐다. 앞뒤 오버행은 ‘거의’ 없는 수준이 아니다. 그냥 없다. A 필러는 수직에 가깝게 배치했다. 실내 공간을 충분히 확보하는데 도움을 주는 구조다. 운전석에 앉으면 특히 머리 윗 공간이 매우 넉넉했다. 뒷조석도 넉넉하지 않은대로 앞좌석과 조금씩 공간을 나누면 앉을만 했다.

차는 조금 거칠다. 예쁘지만 쌀쌀맞게 튕기는 아가씨 마냥 통통 튀는 맛이 있다. 서스펜션이 그랬다. 일부러 거칠게 만든 듯, 도로의 자잘한 흔들림을 있는 그대로 읽어대는 미니에 몸을 맡기고는 “허허 고놈 참” 하는 소리를 연달아 뱉어내며 달렸다.

날카로운 조향감이 인상적이다. 스티어링을 살짝만 움직여도 차는 예민하게 반응한다. 보통의 차들은 핸들이 3바퀴를 넘게 돌지만 이 차는 2.3회전에 그친다. 조향비가 그만큼 좁아서 날카로운 조향성능을 보이는 것이다.

원래 미니는 수다스럽다. 달리면서 노면의 상태가 어떤지, 달리는 속도가 어느 정도인지, 운전자에게 일일이 일러바친다. 차를 둘러싼 주변 환경을 감추지 않고 이실직고하는 미니와 수다를 떨며 운전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조용하고 아늑한, 그래서 럭셔리하고 고급스럽고 편안한 승차감과 그런 주행감각과는 벽을 쌓은 차다. 지루한 편안함보다는 조금 불편할지는 모르지만 발랄하고 재미있는 주행감각을 가졌다.

시속 100km가 되지도 않았는데 엔진과 바람 소리가 들린다. 엔진 소리는 우렁찼다. 워낙에 수다스러운 미니인데 게다가 컨버터블 모델이니 바람소리도 제법 들린다. 달리는 만큼의 속도감을 전한다.

제로백 타임이 11초를 넘기는 성능이다. 좀 더 강한 힘을 원한다면 트윈 터보를 얹은 쿠퍼 S를 타면 된다. 쿠퍼 S는 제로백을 7초대에 끊는다.

브레이크도 마음에 든다. 밀리거나 강하게 작동하지 않는다. 풀 브레이킹을 하면 운전자의 기대보다 조금 앞에 차가 선다. 전륜구동 방식으로 DSC, EPS (Electric Power Steering), EBD (Electronic Brake Force Distribution), CBC (Concering Brake Control) 등 다양한 전자장비들이 운전자의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 준다.

D 레인지, 시속 100km에서 rpm은 2000이다. 같은 속도에서 수동모드로 바꾸면 3단에서 5,000, 4단에서 3,800, 5단에서 3,000, 6단에서 2,000rpm을 각각 기록한다. 가속페달을 깊게 밟으면 시속 60km에서 3단, 110km/h에서 4단, 160km/h에서 5단으로 각각 시프트업이 이뤄진다. 미니의 수다가 제법 속도감을 느끼게 해준다. 비교적 낮은 속도에서 강한 다이내믹함을 느끼는 게 이 차의 매력이다.

컨버터블 모델이 작다고 우습게보면 곤란하다. 컨버터블을 만든다는 것은 그만큼 압축된 기술이 있다는 말이다. 명색이 자동차 메이커라고하면서 컨버터블을 내놓지 못하는 브랜드들이 없지 않다. 그들이라고 왜 컨버터블을 내놓고 싶지 않을까. 문제는 돈과 기술이다. 오픈카를 만들려니 기술이 없고, 없는 기술을 돈 주고 들여오려니 너무 비싸고, 말 그대로 뚜껑 열리는 상황인 것이다. 컨버터블은 이처럼 상징적인 의미도 큰 모델이다.

판매가격은 쿠퍼 컨버터블이 3,930만원, 쿠퍼 S 컨버터블은 4,400만원이다. 미니를 사는 이들에게 그 가격에 살 수 있는 다른 모델들을 얘기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십중팔구 그들은 다른 차들을 거들떠 보지도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오로지 미니만을 바라보는 게 미니 오너들의 정서다. 그만큼 미니의 고객들은 충성도가 높다. 그런 면에서 미니의 가장 큰 장점은 ‘고객’이다.

오종훈의 單刀直入
시트를 조절하는 레버가 여기저기 흩어져 있다. 앞뒤조절은 가운데, 등받이 조절은 오른쪽, 높낮이 조절은 왼쪽에 조절레버가 있다. 전동식이 아니어도 조절레버들이 모여 있으면 좋겠다. 운전을 하다보면 오른쪽 팔걸이가 뒤로 밀린다. 밀리지 않고 팔을 잘 지지해주는 게 필요하다. 배기량 1.6리터 엔진의 연비 11.4km/l는 아쉽다. 연비에 관한 부분에는 좀 더 성의를 보여 기름 덜 먹는 미니를 만들었으면 좋겠다.

yes@autodiar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