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다이어리

포드 링컨 MKS의 부드러움, 그리고 여유

미국차의 체면이 말이 아니다. 금융위기 불길이 자동차 산업으로 옮겨 붙어 지엠과 크라이슬러가 망하기 일보직전이다.크라이슬러는 그나마 피아트와의 합병 가능성이 남아 있지만 미국의 자존심지엠은 파산으로 가는 분위기다.최고의 자동차 회사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지엠이문닫을 위기에 처해 있다는 사실이 많은 것들을 함축적으로 말하고 있다.

미국 회사들 중 유독 포드는 예외다. 포드는미국의대중적인 브랜드로 지엠 못지 않은 사랑을 받는 메이커다. 경제 위기가 터지기 전에 재규어와 랜드로버를 팔아버리는 등 발 빠른 위기대응으로 지엠과 크라이슬러와는 조금 다른 위치에 있는 메이커다.

포드가 만든 대형 세단 MKS가 오늘의 주인공이다. 제원을 먼저 살펴보면 길이x너비x높이가5185x1943x1565 mm로 평범한 다른 세단들의 범위를 넘어간다.크다는 말이다. 휠베이스는 2870mm다.V6 DOHC 3726cc 엔진은 6250rpm에서 277마력의 힘을 낸다. 최대토크는 4250rpm에서 터지는 38.3kgm.변속기는 자동 6단 에 앞바퀴굴림 방식이다. 19인치 타이어를 채용한 MKS의 자태는 우람하다. 연비 8.4km/l, 가격은 5370만원이다.

크다. 한눈에 봐도 그렇다.19인치 타이어를 장착해 차가 높아진 점도 눈에 뜨인다. 숄더 라인이 매우 높게 설정되어 있고 유리창은 상대적으로 좁다. 차창이 좁아 확트인 개방감은 기대할 수 없다. 대신 지붕에 선루프와 조수석 천장에도 유리를 설치해 밝은 하늘을 보는 즐거움은 배가 시켰다.

시트 포지션도 높아 마치 SUV에 탄 듯한 착각을 일으키기도 한다. 문을 열고 엉덩이를 밀면 대충 시트 근처에 닿는다. 세단에 탈 때처럼 바닥에 가라 앉는 느낌이 아니다.

앞모습에서 대형 라디에이터 그릴과 세로 선이 대형차다운 풍모를 만든다. 사람들을 압도하는 강한 인상이다.

뒷모습은 단순하다. 스포일러 효과를 내는 트렁크 라인, 기교를 부리지 않은리어 컴비네이션 램프가 뒷모습의 전부다.

옆에서 보면 이 차의 숨겨진 특징이 살아난다. 앞으로 살짝 쏠린 라인,트렁크는 굳이 열지 않아도 넓을 것임은 옆에서 보면 딱 알 수 있다.B필러에 도어 암호를 누르는 번호판을 숨겨 놓았다.

가죽 시트는 밀착감이 좋다. 겉으로 봐서는 잘모르지만 시트에 사용된 가죽은 최고급 제품이다. 상류사회에서는 알아준다는 브랜드라고 한다.이왕 쓸 거면 아끼지 말았으면 좋았을 것을, 대시보드 부는 플라스틱으로 돼있어 가죽과 확 차이난다.

핸들을 붙든 채로 액티브 크루즈컨트롤, 오디오 등을 조작할 수 있다. 핸들에 붙어 있는 번튼들을 사용하면 굳이 손이 핸들을 떠날 일이 그리 많지 않다.

링컨은 지엠 캐딜락에 맞먹는 포드의 럭셔리 브랜드다. 캐딜락과 함께 아메리칸 럭셔리 세단의 대표 주자다. MKS는 LS 후속으로 06년 디트로이트를 통해 데뷔한 포드의 야심작이다.

LS에 비해 많이 부드럽다는 인상을 받았다. LS의 하드한 서스펜션이 미국 세단 같지 않은 성능으로 강한 인상을 남겼는데 MKS는 그에 비해 소프트한 편이다. 포드가 재규어를 인수하면서 유럽취향적인 LS를 만들어 팔았던 것이다.이제 재규어와 분리한 마당에 포드는 스스로의 정체성을 분명히 드러내고 있다. 하드한 성능보부드러운 성능에 방점을 찍은 것이 아닌가 한다. 유럽적 컬러를 빼내고 아메리칸 럭셔리 세단의 위상을 다시 만들어 가겠다는 의지로 읽히는 부분이다.

조금 큰 듯한 스티어링휠은 3바퀴를 돈다. 적당한 조향비다.V6 DOHC 엔진과 6단 변속기는 여유 있는 힘을 전해 준다. 가속페달을 깊게 밟으면 언제든치 거친 호흡을 뱉으며 속도를 올려 간다. 수동변속기능이 있는 변속기는 수동모드에서는 철처하게 수동모드가 된다. 레드존에 들어가도 변속은 일어나지 않는다. 다이내믹한 운전을 원하는 운전자에게는 매우 만족스러운 특성이다.

D모드에서 시속 100km로 속도를 올리면 rpm은 1800 정도로 비교적 여유있다. 시프트 업다운 방식은 BMW와 같다. 위로 밀면 다운, 아래로 당기면 업이다. 부드럽다고는 하지만 물렁거리는 것과는 한참 거리가 있다.적당한 반발력을 가진 서스펜션과 노면을 잘 물고 달리는 타이어가 환상의 조합을 이룬다.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은 재미있다. 이 장치를 작동시키고앞차를 따라 달리다가 가속페달에서 발을 뗐다. 차는 가속을 받아 앞차와 거리를 좁히며 달렸다. 앞차와의 거리가 좁아진다고 느낄 때쯤한 차례 경고음이 나고 차가 스스로 속도를 줄였다. 차간 거리를 감지해 안전 거리를 유지할 수 있도록 차의 속도를 알아서줄이는 것이다.똑똑한 차다. 그럴 일은 없어야 겠지만 잠깐 졸다가, 혹은 한눈 팔다가 브레이킹 타임을 놓쳐도 차가 스스로 브레이크를 작동하는 방식이어서좋다.하지만 이를 믿고 방심하다가 실수할 위험도 있다. ACC를 작동시키지 않았다거나 혹은 고장이 났을 수 있기 때문이다. 조심해야 한다.

변속, 특히 시프트 다운을 하면 약간의 시차가 생긴다. 레버를 조작하고 조금 있다가 rpm이 반응하며 변속이 일어나는 것이다. 엔진 브레이킹 효과도 크지는 않다.

넉넉한 엔진 배기량과 이에 걸맞는 출력으로 MKS는 여유있게 달린다. 마음 먹으면 아주 다이내믹한 주행을 즐기기에도 손색이 없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이 차는 조용히, 그리고 점잖게 운전하게 된다. 차의 성격에 운전자가 무의식적으로 맞추게 된다.힘의 여유, 차의 크기, 그리고 부드러운 서스펜션. 우리가 한동안 잊고 있었던 아메리칸 세단의 상징들이 이 차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언제부터인가 ‘미국차’ 하면 칭찬보다는 비아냥일 때가 많다. 이 차를 전형적인 미국차라고 부르기 꺼려지는 이유다. 링컨은 캐딜락과 함께 미국 사회의 성공 아이콘으로 확실하게 자리잡고 있다. 위기에서 한발 비켜서 있는 포드의 입지가 링컨을 더욱 더 확실하게 키울 수 있을 것인지 지켜봐야 겠다.

링컨은 럭셔리 브랜드지만 포드는 대량생산체제를 처음 도입한 메이커로가장 대중적인 브랜드다. 그래서일까. MKS의 가격은 대단히 매력있다. 5520만원. 이 가격대에서 이 정도 성능을 가진 차를 만나기는 쉽지 않다. 바로 포드의 경쟁력이다.

오종훈의 單刀直入마무리가 아쉽다. 윈드실드와 천장이 만나는 부분이 그렇다. 거친 단면이 만져지고 틈새도 벌어져 있다. 트렁크에는 내부 천정에도 커버를 잘 덮어놔서 마음에 든다.가죽재질을 적용한 인테리어는 고급스럽지만 군데군데 사용된 플라스틱 소재가 그런 고급감을 반감시켜 버린다. 이왕 쓰는거 사소한데서 아끼지말고 확실하게 잘 썼으면 좋겠다. 차 키도 고급스러움이 떨어진다.기능적인 부분이 물론 중요하지만 디자인이나 형식에도 조금 더 신경을 쓰면 좋을텐데하는 아쉬움이 진하게 남는다.

yes@autodiar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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