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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스바겐, 서울모터쇼 현장에서 철수할 뻔한 사연

“이래서야 되겠습니까. 기본적인 시간 약속을 이렇게 무시하면 서울모터쇼는 절대 세계적인 모터쇼가 될 수 없습니다.”박동훈 폭스바겐 사장이 서울모터쇼 현장에서 불같이 화를 냈다. 서울모터쇼 프레스데이에서 기아자동차와 GM대우차가 폭스바겐이 배정받은 시간을 침범했기 때문이다. 서울모터쇼 프레스데이가 열린 3일, 기자회견은 아침 8시 혼다를 시작으로 20분씩 브랜드별로 이어지며 강행군을 이어갔다. 10시 55분에 회견을 시작한 기아차가 배정받은 시간은11시 15분까지.11시 20분부터는 폭스바겐이 기자회견을 시작해야 했다.하지만 쏘렌토 R을 발표하는 기아차는 아무렇지도 않게 배정받을 시간을 넘기며 행사를 계속했다. 행사가 끝나야할 11시 15분에 기아차 무대에는디자인 담당 피터 슈라이어 부사장의 프리젠테이션이 시작되고 있었다. 그 후로도 행사는 계속됐고 영화배우 김하늘의 포토세션도 강행됐다. 기아차가 모든 행사를 마친 시간은 11시 30분.현장을 가득 메운 기자들은 기아차가 행사를 마친 뒤에야 이동을 시작했다. 하지만 일부 기자들이 찾아간 곳은 폭스바겐이 아니라 GM대우였다. 마이클 그리말디 GM대우 사장이 일간지 등의 기자들을 불러 별도의 기자회견을 했기 때문이다. GM대우차의 유동성 문제가 큰 이슈로 불거지면서 기자들이 이를 캐묻자 GM대우가 일간지를 중심으로 추가 기자회견 자리를 마련했다. 그 시간이 공교롭게도 폭스바겐의 기자회견 시간과 겹친 것이다.

상황이 이렇게 돌아가자 박동훈 사장이 화가 머리 끝까지 났다. “침통한 심정으로 이 자리에 섰습니다.”고 운을 뗀 박 사장은 강한 톤으로 격한 발언을 이어나갔다.“어려운 시장 상황이지만 그래도 서울모터쇼를 키우는 데 일조하겠다는 신념으로 모터쇼 참가를 결정했습니다. 하지만 전시차를 모두 빼고 철수를 해야할지를 고민했습니다. 기본적인 시간 약속조차 지키지 않는다면 서울모터쇼는 절대 세계적인 모터쇼로 받돋움할 수 없습니다. 제가 이 말을 하는 지금 이 순간에도 저렇게 음악을 높이고 있습니다. 이래서야 되겠습니까.”

주최측도 기아차와 GM대우에 유감을 표했다. “기아차 전시장으로 달려가 당장 끝마칠 것을 요구했지만 듣는 척도 하지 않았다. 실무진이야 윗분들 눈치보느라 입도 뻥끗 못했고 기아차의 행사는 끝날 줄 모르고 계속됐다. 그나마 달려가서 다그치지 않았다면 훨씬 더 많은 시간을 썼을 것이다. 남을 배려할 줄 모르는 자사 이기주의다.”는 게 관계자의 말이다. 일부에서는 기아차가 국산차 메이커중 마지막으로 기자회견을 잡았고 그 이후로는 수입차들만 있어서 이 같은 행태를 보였다는 얘기까지 나왔다. 공교롭게도 폭스바겐 박동훈 사장은 서울모터쇼의 한 축을 맡고 있는 수입차협회의 회장을 맡고 있다. 수입차 업계 전체를 무시한 처사라는 얘기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폭스바겐코리아의 기자회견은 딱 10분만에 끝났다. 오랜 시간 준비하고 리허설을 하고 보여주고 말하고픈 얘기가 많았겠지만 빼앗긴 10분을 되찾겠다고 다른 업체의 시간을 또 빼앗는 우를 범하지는 않았다. 덕분에 폭스바겐 다음에 시간을 배정받은 아우디는 제 시간에 회견을 시작할 수 있었다. 세계 5위의 모터쇼를 꿈꾼다는 서울모터쇼의 현장은 이처럼 첫날부터 삐걱이고 있었다.

박동훈 폭스바겐코리아 사장이 기아차와 GM대우가 자사의 기자회견 시간을 침범한데 대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오종훈 yes@autodiar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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