렉서스가 RX350 새 모델을 내놨다. 토요타는 이 차를 ‘크로스오버 세단’이라는 표현으로 소개했다. 이 말이 바로 이 차의 지향점을 잘 말해주고 있다. 높은 차체만 빼면, 즉 차의 아랫 부분만 가리고 보면 세단이라고 해도 좋을만큼 SUV 답지 않은 모습이다.
길이 4,770mm 너비 1,885mm 높이 1,690mm. 휠베이스가 2740mm다. 트레드는 앞이 1,630mm로 뒤 1,625mm보다 5mm 넓다. 공차중량은 2060kg. 2톤이 넘는 체구다. 최소회전반경은 5.9m, 최저지상고는 180mm다. V6 3456cc 엔진은 최고출력 277마력, 최대토크 35.3kg.m다. 6단변속기에 타이어는 235/55 R 19 사이즈다. 최고속도는 210km/h, 연비는 8.9km/l, 판매가격은 프리미엄 모델이 7,770만원, 럭셔리 모델이 7,370만원이다.
연한 하늘색이 마음에 든다. 헤드램프와 리어램프 라디에이터 그릴, 사이드 미러등이 조금씩 변했다. 조금 더 샤프해졌다. 그릴에 크롬을 적용했고 사이드 도어 아래에도 크롬 라인이 눈길을 끈다.
렉서스는 디자인 철학으로 엘피네스를 말한다. 어렴 풋이 이해는 하고 있지만 명쾌하게 이거다라고 설명하기는 어렵다. 렉서스의 첫 글자인 L을 디자인 요소로 반영시켜 고급스럽고 우아한 형상을 만들어 낸다는 정도로 설명할 수 있겠다. 렉서스의 입장에서는 중요하고 강조할만한 것인지는 몰라도 소비자 입장에서는 ‘아 그렇구나’하고 고개를 끄덕이고 나면 끝이다. 크게 중요한 게 아니란 말이다.
이 차의 가장 중요한 변화는 인테리어에 있다. 익스테리어 디자인은 부분적인 변화가 있고 같은 엔진을 사용하는데 인테리어는 확 바뀌었다.
인테리어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마우스 처럼 생긴 리모트 터치다. 요즘 유행인 ‘햅틱’ 방식의 리모트 터치라는 설명이다. 작동법은 마우스와 같다. 리모트 터치 위에 손을 자연스럽게 놓고 엄지 손가락으로 엔터, 집게 손가락으로 마우스에 해당하는 부분을 작동하고 필요한 기능을 클릭하면 된다.
BMW의 ‘I 드라이브’에서 시작된 기능을 렉서스가 받아들여 마우스 형태로 진화시킨 것이다. 마우스가 렉서스를 클릭하고 있는 것. 모험적인 시도보다는 안정화된 기술을 보다 세련되게 다듬는 것이 렉서스다. 리모트 컨트롤이 이를 잘 말해주고 있다. 앞으로 어떤 모습으로 진화하고 안정화 시켜 나갈지 흥미진진하다.
렉서스답지 않게 과감한 변화를 시도한 부분이 센터페시아다. 마치 태극 무늬를 응용한 듯 비대칭으로 처리했다. 모니터를 중심으로 한 윗부분은 디스플레이존, 그 아랫부분은 오퍼레이션 존이다. 나름대로 기능적으로 분류를 해 놓은 것이다. 헤드업 디스플레이도 적용했다. 운전자의 시선은 헤드업 디스플레이와 내비게이션 모니터, 좌우 사이드 미러로 수평으로 움직이게 했다. 고개를 위아래로 움직이며 시선을 분산하지 않게 인테리어를 배열했다는 것이다. 나름대로 효율적이다. 새로운 시도여서 색다르게 보이지만 이 모습이 오래 지속될지는 의문이다. 변화의 폭이 조금 과한 느낌이다.
모니터는 운전석과 멀리 떨어져 있어 터치 스크린이 안된다. 하지만 리모트 터치로 조작하는 데 불편함이 없다. 굳이 모니터에 지문 남겨가며 터치하지 않아도 되니 오히려 좋다. 또한 모니터는 대시보드 안쪽 깊숙하게 자리해서 환한 낮에도 모니터가 잘 보인다.
변속레버는 원래 자리를 떠나 센터 페시아 아래로 옮겼다. 조작하기에 어려움은 없지만 보기에는 어중간하다. 리모트 터치에 자리를 내주고 옮겨 앉은 자리가 제자리 같아 보이지 않는다.
사이드 뷰 카메라도 있다. 변속레버를 후진하고 핸들에 있는 버튼을 누르면 모니터에 우측 아랫 부분을 보여준다. 후진할 때 가장 취약한 부분 중 한 곳을 카메라로 비춰주는 것이다. 편하다. 편하기는 한데 후진할 때 봐야 할 곳이 한 군데 더 늘어 번잡스럽기도 하다. 좌우측 사이드 미러, 룸미러, 모니터를 번갈아 보며 후진해야 한다.
리모트 터치 아래에는 디퍼렌셜 로크가 자리했다. 이 차는 사륜구동이지만 평소에는 앞바퀴굴림으로 움직인다. 노면 마찰력과 차의 주행 상황에 따라 사륜구동으로 자동전환된다. 오프로드에서 좀 더 험한 길을 만나면 디퍼렌셜로크를 작동해 더 강한 구동력을 확보할 수 있다. 앞뒤 회전력 차이를 없애 구동력을 유지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새로운 RX350은 조금 더 다이내믹해졌다. 엔진 소리도 힘이 느껴지고 주행성능도 이전보다 조금 더 좋아진 느낌이다.
시승을 하는 도중 비가 내려 사륜구동의 장점을 확실하게 느끼게 했다. 빗길이지만 안정적인 자세는 변함없었다. 직선로는 물론 코너에서도 안정적인 자세를 잃지 않았다. 약한 언터스티어링을 보였고 차의 안정감은 돋보였다.
실내에서 느끼는 정숙성에도 약간의 변화가 있다. 중저속에서는 예전 그대로의 조용함이 실내를 지배한다. 차분하고 안정된, 그리고 조용한 실내가 ‘역시 렉서스’라는 감탄사를 내뱉게 한다.
하지만 속도를 올리면 예전과 달리 실내로 유입되는 소리들이 들린다. 바람소리가 그렇다. 시속 120km~150km 정도 구간에서 바람소리가 꽤 강하게 실내로 파고든다. 조용하다기 보다 다이내믹하다는 느낌이 더 강하다.
2톤을 넘는 몸무게는 한 템포 나중에 반응한다. 가속페달을 밟으면 조금 있다가 차체가 탄력을 받는 것이다. 하지만 일단 탄력을 붙이면 내닫는 느낌이 제법 강하다. 차의 안정감도 뛰어나서 운전자가 느끼는 불안감이 덜하다.
변속타이밍은 신경을 곤두세우고 체크해야 알 수 있다. 무심코 운전하면 언제 변속되는지 알기 힘들다.
빗길에서의 브레이킹은 아무래도 신경 쓰일 수밖에 없다. 시속 100km에서 바짝 긴장한 상태로 급제동을 걸었다. 물론 테스트를 위해 핸들 조작도 병행했다. 차는 의도한 대로 정지하면서 핸들이 시키는 대로 움직였다. 미끄러지지도 않았다. 멋있다.
주행 감각은 SUV라기보다 세단같다. 부드럽고 강한 느낌이 인상적이다.판매가격은 7770만원. 환율의 압박으로 조금 더 비싸졌다.
오종훈의 單刀直入렉서스 답지 않게 바람소리가 크다. 속도를 높이면 바람소리가 꽤 커진다. 워낙에 조용하다는 이미지가 강한 렉서스인데 의외다. 렉서스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놀랄만 한 수준이다.물론 일반적인 수준을 기준으로 한다면 굳이 문제삼을 수준이 아니다. 기대 수준이 높은 렉서스니까 아쉬운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