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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는 왼쪽으로 가는데 핸들과 차 바퀴는 오른쪽으로 돌아가 있다. 역핸들조작(카운터 스티어링)으로 차를 미끄러뜨리는 ‘드리프트’다. 차가 미끄러지는 모습이 역동적이기도 하거니와 그 자태가 아름다워 많은 사람들이 이 모습에 열광하곤 한다. CF에서 선보이는 제네시스 쿠페의 자태이기도 하다.

드리프트 사무라이. 일본에서 활동중인 레이서다. 본명은 이마무라 다카히로, 올해 나이 37세인 그가 한국을 방문했다. 튜닝업체인 RD텍과 모스 오피스, 일본 DG-5가 함께 준비한 제네시스 쿠페 시승화에 참석하기위해서다.

그가 활동하는 주 무대는 드리프트 리그인 ‘D1 그랑프리’이다. 전세계적으로 공식적인 드리프트 리그가 있는 곳은 미국의 D리그와 일본의 D1리그. 드리프트 리그는 화려한 드리프트 리그를 뽐내며 심판의 판정으로 우열을 가리는 자동차 경주의 한 장르다. 일반적으로 빠르게 달리기나 오래 달리기로 승부를 가리는 레이스와 달리 드리프트는 얼마나 아름답게 드리프트를 구사하는가를 판단해 승자를 결정한다. 때문에 여러 대가 함께 달리는 게 아니라 한 대 혹은 두 대가 달리며 기량을 뽐내는 게 드리프트의 경기 방식이다.

드리프트 사무라이는 일본 D1 그랑프리의 간판 선수다. 드리프트 전문 잡지의 이미지 캐릭터로도 활동중이다. 전세계 공식 드리프트 리그의 상위 24명 안에 들어야 자격이 주어지는 ‘D1 올스타 멤버’ 이기도 하다. 드리프트 리그 참가자들은 각자의 캐릭터를 정하고 걸맞는 복장을 갖춰 팬서비스에 나선다. 그가 굳이 사무라이 복장으로 한국을 찾은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그는 일본 사이타마에서 판금 도장전문 공업사를 운영하고 있다. 7살 때부터 모터사이클을 시작했고 자동차 면허를 따자마자 곧바로 드리프트 경기에 나섰다. 17년 동안 마쓰다 RX-7만 타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그동안 18대의 X-7을 탔다. 로터리 엔진으로 유명한 스포츠 세단이다. 이 차의 매력에 푹 빠져 다른 차는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고.

그는 “제네시스 쿠페는 훌륭합니다. 도로에서는 아무 부족함이 없을 뿐 아니라 기본적인 튜닝만 거치면 드리프트 경주용으로도 제격입니다”고 말하며 엄지를 치켜 세웠다.

한국을 찾은 것은 일본의 한 튜닝 업체와 함께 튜닝된 제네시스를 테스트해보기 위해서다. 튜닝카와 함께 튜닝하지 않은 노멀 제네시스 쿠페도 함께 타보고 차의 장단점을 살펴봤다. 일본 튜닝업체가 제네시스 쿠페에 맞춘 튜닝 제품들을 출시하고 한국 시장에 소개하는 자리에 함께 한 것이다. 강원도 문막 서킷에서 마련된 행사장, 그는 사무라이 복장으로 곳곳을 누비고 다녔다. 함께 한국을 찾은 일본 드리프트 전문 잡지의 취재진이 요구하는 포즈를 취하는가하면 제품 구석구석을 뜯어보며 의견을 나누고 큰 소리로 웃음을 터트리기도 하는 등 거침이 없었다.

행사가 마무리될 무렵 실시한 그의 시범주행은 현장의 분위기를 압도하기에 충분했다. 코너에서마다 차의 균형을 깨버리고 미끄러트려 절묘한 자세로 달렸다. 마치 축구 선수가 페인트 모션으로 수비수를 따돌리듯 왼쪽으로 차를 집어던지고 핸들은 오른쪽으로 돌리며 코너를 빠지는가하면 마치 게가 움직이듯 45도 각도로 차가 비스듬히 미끄러지는 장면도 보여줬다. 마치 장난감 차를 손으로 조종하듯 그는 자유자재로 차를 움직이며 여러 모습을 연출했다. 카메라 앞에서 일부러 차를 비틀거리게 하는 쇼맨십도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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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기량을 뽐내는 그에게 실수도 있었다. 문막 서킷의 마지막 코너를 돌아 나오며 화려한 드리프트 기술을 뽐내는 것 까지는 좋았는데 그만 차가 180도 돌아버리며 차가 도로를 벗어나 안전지대로 빠져 버린 것. 순간적으로 운전 포인트를 놓쳐버리면 드리프트에서는 흔히 경험할 수 있는 일이다. 20년 가까운 경력의 베테랑 레이서도 순간의 실수로 차를 제대로 컨트롤 할 수 없는 지경에 처할 수 있음을 보여준 것. 흔히 있을 수 있는 일이었지만 시범 주행에 벌어진 일이라 조금 머쓱할 수도 있었다. 차는 거짓말을 하는 법이 없다. 수십년된 베테랑일지라도 제때 정확하게 조작하지 않으면 여지없이 제어불가능한 상태가 됨을 그의 실수가 말해주고 있었다.

실수를 만회하려는 듯 그는 이후에 훨씬 더 고 난이도의 테크닉을 구사하며 서킷을 화려하게 누볐다. 참가자들의 뜨거운 박수가 자연스럽게 터질 때 까지 열심히 트랙을 달렸다.

“드리프트는 한 대씩 달리며 기량을 겨루는 경기여서 10대부터 50대까지, 여성도 안전하게 즐길 수 있다. 한번쯤 도전해볼 영역이다.” 는게 오로지 드리프트에 목숨을 거는 드리프트 사무라이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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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종훈 yes@autodiar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