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가 드디어 1시리즈를 국내에 투입한다. 오는 9일 120d를 언론에 공식 발표하고 시판에 나선다는 것.

1시리즈는 BMW 라인업의 막내다. 1시리즈를 국내 시판함으로 해서 BMW는 이제 국내에서도 풀라인업을 구축하게 됐다. 1, 3, 5, 6, 7로 이어지는 모든 시리즈의 차를 국내에서도 만날 수 있게 된 것이다. 디젤엔진을 얹은 120d를 먼저 출시했다. BMW 1시리즈에는 3도어 5도어 왜건 쿠페 컨버터블 등의 보디에 가솔린 1.6, 2.0, 3.0 엔진에 디젤2.0 엔진으로 다양한 조합의 모델들이 있다.

길이가 고작 4,360mm로 아반떼보다 작고 베르나보다 겨우 8cm 긴 정도인데 3.0 엔진까지 올리는 게 우리 눈에는 무모하게 보일지 모른다. 엔진이야 어쨌든 무조건 크고 봐야 하는 한국식 자동차 정서로 보면 3.0 엔진이 올라간다면 적어도 그랜저나 조금 더 쓰면 에쿠스 정도 크기의 차는 돼야 한다. 실속보다는 형식, 크기에 민감한 게 우리다. 하지만 유럽, 특히 독일은 다르다. 보디와 엔진은 큰 상관이 없다. 작은 차에 큰 엔진을 쓰는 게 하나도 이상할 게 없다. 그런 면에서 BMW 1시리즈는 유럽식 사고방식이 빚어낸 차라 할 수 있다. 이 차의 경쟁모델이라 할 수 있는 아우디 A3도 비슷한 경우다. 1시리즈보다 작은 길이의 보디에 V6 3.2 엔진까지 올라가니 우리로서는 이해하기 힘든 조합이다.

하얀색의 120d를 만났다. 단단해 뵌다. 대체로 작은 차의 특징이다. 물론 가끔씩은 작아서 허술해 뵈는 차도 있기는 하다. 하지만 BMW 1시리즈는 아니다. 천상 BMW. 첫 만남에서의 느낌이 그랬다. 부릅뜬 부리부리한 눈하며 키드니 그릴이, 그리 날카롭지 않은 선과 여유로운 면이 이뤄내는 모습이 천상 BMW였다. 딱 보면 어느 집 애인지 눈에 띄는 아이가 있다. 이 차가 그랬다.

인테리어는 단순하고 수수하다. 럭셔리한 인테리어는 아니다. 수동식 에어컨과 이렇다할 편의장치들이 눈에 띄지 않는 단촐한 센터 페시아가 소박하다. 탈착식 컵홀더가 도드라지고 유난히 커보이는 것은 시선을 끄는 다른 장치들이 없어서다. M 패키지가 적용된 핸들은 다른 스티어링 휠보다 굵다. 약간의 쿳션이 더해져 손에 잡히는 감이 매우 좋았다. 패들 시프트가 없는 것이 아쉬웠지만 기어레버의 촉감도 나무랄데 없다. 고급스러움과는 어느 정도 거리가 있는 수수한 모습이지만 재질의 질감과 야무지게 꽉짜인 인테리어는 BMW 그대로다. 작은 차라고 해서 소홀하게 만들었다거나 홀대한 흔적을 찾을 수 없다. 손이 닿는 모든 곳에서 5나 7 시리즈에서와 동일한 질감을 느낀다. 장착되는 장비나 옵션에서는 차이가 있지만 품질이나 완성도 만큼은 5, 7 시리즈에 비해 떨어지지 않는다.

작은 차를 대충 만드는 것은 많은 메이커들이 보이는 공통점이다. 소형차의 조립 품질이 떨어지고 질감도 좋지 않고 소재도 조금 더 싼 것을 쓰는 것이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 모른다. 그랜저와 베르나의 인테리어 소재나 조립품질은 큰 차이가 난다. 하지만 꼭 그래야 하는 것은 아니다. 작은 차도 큰차와 비슷한 수준의 소재에 동일한 조립품질과 질감을 확보하면 차원이 다른 소형차가 되는 것이다. BMW 1시리즈가 그렇다.

시트는 몸에 잘 맞았다. 특히 옆구리를 좌우에서 받쳐주는 게 마치 몸에 딱 맞는 슈트를 입은 느낌이다. 뒷좌석은 생각만큼 좁지 않다. 작은 차에 쿠페 스타일을 가졌지만 실내 공간을 잘 확보했다.

시동을 걸고 주행을 시작했다. 작은 차의 특징은 운전하기 편하다는 것. 부담없이 도심을 누빌 수 있다. 좁은 길에서도 거침이 없다. 주차장에서 후진할 때 특히 편하다. 작아서 좋았다. 다소 거칠다. 승차감이 그렇다. 정교하고 세심한 세팅이 아니라 하드한 서스펜션을 어느 정도 솔직하게 드러내는 승차감이다.

35.7kgm의 제법 굵은 토크는 1750~3000rpm까지 고르게 터진다. 저속에서 강한 토크가 이어져 낮은 rpm에서도 차가 편하게 움직인다. 시속 100km, 변속기 D 모드일 때 RPM은 1,800 수준으로 낮은 편이다. 힘에 여유가 있어 굳이 엔진 회전수를 높이지 않아도 되는 것. 같은 조건일 때 변속기를 D에서 수동변속모드인 DS로 옮기면 약 500정도 rpm이 상승한다. 차가 예민해지는 것. 변속, 가속에 즉각 대응할 준비 상태에 들어가는 셈이다. 시속 100km를 유지하면서 각단에서의 rpm을 체크했다. 3단 3,800, 4단 2900, 5단 2200, 6단 1800rpm이었다. 비교적 여유 있는 힘이 느껴진다.

수동 모드에서 rpm 레드존까지 차를 끝까지 몰아가면 2단에서 시속 80km, 3단에서 120km, 4단에서 160km, 5단에서 210km까지 이른다. 차 무게는 1,460kg에 불과하고 출력은 최고 177마력으로 비교적 넉넉한 편이다. 마력당 무게비 8.24kg. 제로백을 7.6초에 끊는다. 작지만 우습게 볼 수 없는 성능을 가졌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숫자들이다.

‘작지만 BMW 그대로’라는 사실을 이 차는 성능면에서도 보여주고 있다. 언듯보면 작아서 앞바퀴 굴림이 어울릴듯하지만 이 작은 차에도 BMW는 뒷바퀴굴림을 적용했다. 차의 무게 배분, 주행안정성 면에서 앞바퀴굴림은 BMW에게 받아들일 수 없는 방식처럼 보인다. 시속 200km를 넘기는 고속에서도 체감 속도가 높지 않고 불안감이 덜한 것은 단단한 하체와 뒷바퀴굴림이 빚어내는 결과다. 작은 차는 고속에서 불안하다는 상식이 이 차에는 통하지않는다.

시속 120km를 넘기며 조금씩 커지는 바람소리는 16km/h를 넘기며 A 필러에서 더 도드라진다. 그 이상의 속도에서 가속을 계속 이어가면 엔진소리와 바람소리가 비슷해지면서 한데 어울린다. 두 소리가 시끄럽게 섞이는 게 아니라 엔진소리와 바람소리가 서로 덮어주는 약간의 상쇄효과를 일으키며 적당한 속도감과 다이내믹한 느낌을 전해준다.

유럽 발표기준으로 연비는 리터당 15.9km. 디젤엔진의 경제성이 단연 돋보이는 대목이다. 문제는 가격이다. BMW 코리아가 이 차의 가격을 어느 정도에서 정할지 마지막 순간에 빼어들 카드를 기다려 본다.

어떻게 지내느냐는 질문에 그랜저를 보여준다는 친구는에쿠스나 BMW 5 시리즈쯤 타는 친구를 만나면 어떤 표정을 지을까. BMW 1시리즈를 타는 친구라면 상대가 어떤 차를 타던 기가 죽거나 상대를 누르지 않고 잘 어울리겠다는 생각이 든다. 상대가 작은 차이거나 큰 차이거나 그에 맞춰 어울릴 수 있는 폭넓은 융통성이 있을 것 같기에 하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