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차가 900억원짜리 전용 비행기를 구입했습니다. 미국 보잉사의 737-700이라는 모델입니다. 사업가들을 위한 비즈니스 제트기라고 하네요. 승무원을 포함해 최대 20명을 태우고 태평양을 건너 미국까지 한 번에 날아갈 수 있는 비행기입니다. 현대기아차그룹이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음을 이 전용 비행기가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심각한 불경기로 전세계가 휘청이는데 현대기아차는 보란 듯이 자가용 비행기를 샀습니다. 미국에서 제네시스가 올해의 차에 등극하고 유럽에서 기아차가 승승장구하고, 인도에서도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고 있지요. 80%를 넘는 점유율로 내수시장을 지배하는 현대기아차입니다. 괄목상대하게 성장하는 모습이 가슴 뿌듯합니다.


이제 현대기아차는 자가용 비행기를 타고 더 바쁘게 세계를 누빌 것입니다. 2박3일로 세계를 한 바퀴 돌아볼 수 있을테지요. 부디 글로벌 경영에 큰 몫을 하는 비행기가 되기를 바라겠습니다. 이왕 산거 제대로 사용하기를 바랍니다.


GM, 포드, 크라이슬러 등 미국 빅3의 최고경영진들이 의회에 자동차 산업 지원을 요청하러 가면서 자가용 비행기를 타고 갔다가 여론의 호된 질타를 받을 적이 있지요. 회사가 망해가는데 자가용 비행기를 타고 다닌다고 말입니다. 정신 못 차렸다는 비난이 거셌습니다.


현대기아차의 비행기 구입을 보면서 미국에서의 이 같은 해프닝이 떠올랐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그랬을 것입니다. 개별 회사가 필요해서 비행기를 샀다는데 할 말은 없지만 꼭 지금 이 시기에 900억원짜리 비행기를 사야 했는지는 의문입니다. 불경기와 구조조정의 먹구름이 점점 짙어지는 이 시기에 말이지요.


정몽구 회장은 자기용 비행기를 사기 전에 약 1조원에 달하는 사재를 사회에 환원하겠다는 약속을 먼저 지켰어야 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전성기가 바로 하락기의 시작일 수 있습니다. 현대기아차가 명심해야 할 대목입니다.
오종훈 yes@autodiar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