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다시 자동차를 만들까요?


김문수 경기도지사가 연일 삼성에 러브콜을 보내고 있습니다. 쌍용차를 삼성이 인수하라는 것이지요. 이선으로 물러난 삼성그룹 이건희 전 회장이 복귀해 쌍용차를 살려내라는 주문입니다. 한 달전쯤 나왔던 얘기인데요. 엊그제 김지사가 다시 그 얘기를 했다합니다.
경기도 입장에서는 간절한 바람을 담은 주문이겠지요. 어떻게든 쌍용차를 살리는 길이 무너진 평택 경제를 살리는 길이기에 경기도로서는 가능한 모든 시나리오를 다 검토했을 법 합니다. 그중 삼성의 이건희 회장이 가장 입맛 당기는 시나리오였을 것입니다.


삼성과 이건희 전 회장이 쌍용차를 제대로 살려낼지는 의문입니다. 이유야 어찌됐든 삼성그룹은 삼성차를 성공시키지 못했지요. IMF 사태와 이로인한 대기업간 ‘빅딜’로 삼성은 자동차 사업을 접어야 했지요.
어쨌든 김문수 지사의 제안은 현재로선 실현가능성이 그리 높지 않아 보입니다. 일단 삼성의 반응이 시큰둥합니다. 아무런 반응이 없는 것이지요.
쌍용차는 전체 인원의 3분의 1이 잉여인력이고 시장에서 인기가 별로 없는 SUV를 주력으로 만드는 회사인데다 강성 노조가 버티고 있습니다. 삼성으로서는 이 회사를 인수할 이유도 메리트도 찾기 힘들지요. 게다가 삼성은 노조와는 상극인 조직 아니겠습니까. 그런 삼성이 강성 노조가 장악하고 있는 쌍용차에 눈길을 주리라고는 상상하기 힘듭니다.


만에 하나 삼성이 쌍용차를 통해 자동차 사업에 재진출하고 싶어도 지금은 때가 아닐 것입니다. 바로 ‘태안’때문이지요. 삼성으로선 평택보다 ‘태안’이 더 급한 문제입니다. 만일 삼성이 태안 문제를 해결하기도 전에 쌍용차 인수를 시도한다면 태안주민들의 격렬한 저항을 불러올 것입니다.


삼성은 이미 비상경영을 선포하고 새로 입주한 사옥까지 비워서 임대용으로 전환하면서 긴축 경영에 나섰습니다. 새사옥에 직원용으로 배치했던 커피 메이커까지 지워버렸다니 삼성의 위기 의식이 어느정도인지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삼성은 아마도 자동차 사업에 눈길을 돌릴 여력이 없을 것입니다. 결국 김지사의 러브콜은 일방적인 짝사랑으로 끝날 가능성이 높습니다.


오히려 큰 틀에서 국내 자동차 산업의 구조조정 가능성은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미국 GM이 구조조정 과정에서 GM대우를 매각할 가능성이나, 프랑스의 르노가 르노삼성을 매각할 가능성 말이지요. 현재로선 그럴 가능성이 그리 높아 보이지는 않지만 세계적인 수준에서의 자동차 산업 구조조정 윤곽이 드러나기까지는 안심하긴 일러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