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쌍용자동차가 신청한 법정관리를 받아들였다. 이로써 쌍용차 문제가 중요한 고비를 넘겼다. 이제 쌍용차는 법정관리인을 중심으로 회생절차를 밟아 나갈 것이다. 성공을 빈다. 하지만 쉽지 않을 것이다. 난제들을 풀어야 하기 때문이다.


쌍용차 회생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지금의 쌍용차 사태를 불러온 문제의 본질을 살피고 이에 대한 대책을 제대로 마련해야 한다. 문제의 본질을 놓치면 쌍용차 회생은 불가능해진다.


문제는 어디에 있는 것인가. 자동차다. 세계시장의 공급과잉이니 상하이차이 기술유출이니 하는데서 쌍용차 몰락의 원인을 설명하려는 이들도 있지만 아니다. “문제는 자동차야 바보야”라는 말을 그들에게 들려주고 싶다.


자동차 회사가 차를 제대로 못 만들었기 때문에 차가 안팔려 망한 것이다. 차를 제대로 못 만든 쌍용차 관계자들이 모두 반성해야 한다. 대주주인 상하이차도 포함해서다. 하지만 제대로 반성할지는 의문이다. 공산주의 나라의 기업이 자본주의 국가의 기업보다 훨씬 더 무섭게 자본의 논리를 추구하는 게 아이러니다.


소비자들은 왜 쌍용차를 외면했을까. 디자인과 성능 모두에 실망했기 때문이다. 의욕은 넘치지만 어딘지 엉성한 디자인은 딱 중국 수준으로 보인다. 로디우스, 카이런, 액티언이 그렇다. 쿠페 스타일을 적용한 액티언이 그중 나아보이지만 디테일이 야무지지 못해 아쉬움을 남긴다.


성능도 그렇다. 차가 무겁게 될 수밖에 없는 프레임 방식을 고수했다. 차가 무거울 뿐 아니라 성능에서도 경쟁모델에 항상 뒤졌다. 현대기아차는 SUV 바람이 한창이던 2000년 이후로 소중대형 SUV로 라인업을 구축하며 시장에서 재미보고 있을 때 쌍용차는 발만 동동 구르고 있었다. 상하이차가 투자를 안했기 때문에 차를 제대로 개발해내지 못했을 것이다. 이해는 한다. 하지만 쌍용차는 상하이차가 오기 이전에도 그랬다. 갤로퍼가 9인승, 11인승, LPG 엔진 등으로 상품을 다양화하며 시장과 법의 기준을 이용하며 다양한 모델들을 만들어내며 장수했던데 비해 쌍용 코란도는 변하는 시장에 제때 대응하지 못해 늘 허겁지겁 현대차를 뒤쫓는 신세였다.


한 가지 더. 쌍용차는 소비자를 만족 시키는 데에도 실패했다. 영업망을 완전히 아웃소싱하고 AS를 위한 정비도 대부분 협력업체에 맡겼다. 소비자가 제대로 대우받기 힘든 구조다. 입소문을 타고 차를 팔아야 하는데 쌍용차의 경우는 역효과가 많았다. 쌍용차를 타는 사람들이 주변에 입소문을 내주기는 고사하고 적극 만류하는 상황들이 벌어진 것.


문제가 분명한 이상, 해결책도 분명해진다. 제대로된 차를 만들어 시장에서 인정받으면 된다. 쌍용차가 살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쌍용차는 오늘 9월에 새 차를 선보일 예정이다. 바로 C200이다. 이 차가 쌍용차의 운명을 결정짓게 된다. 쌍용차로서는 목숨을 걸고 이 차를 잘 만들어야할 이유가 된다. 사실은 모든 차 하나하나가 다 그렇다. 온 정성을 다하고 심혈을 기울여 차를 만들어야 시장에서 인정받을 수 있다. 쌍용차가 그동안 그래왔는지 구성원들은 스스로 되물어볼 일이다.


이왕이면 C200의 이름은 코란도였으면 좋겠다. Korean can do! 라는 의미를 담은 이름이어서다. 쌍용차의 정체성을 확실하게 담고 있을 뿐 아니라 한국의 자동차 역사에서 의미있는 브랜드이고 국민들 또한 애정을 갖고 있는 이름이기 때문이다. 중국 경영진들이 오면서 용도 폐기됐던 코란도를 되살려 쌍용차 부활의 상징으로 만드는 ‘쌍용차 신화’를 써내려 갔으면 좋겠다.


쌍용차는 차를 제대로 만드는데 전력질주해야 한다. 그게 사는 길이다.
오종훈 yes@autodiar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