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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작가 신성순, “오지의 비경을 함께 즐기시지요”


170cm이 채 안돼 보이는 체구에 부스스한 머리, 사람 좋아 보이는 선한 눈을 가진 모습. 오십 중반을 넘긴 나이. 딱 옆집 아저씨 인상이다. 신성순을 만나면 사람들은 이런 생각들을 할지 모른다.

신성순은 여행작가다. 우리나라의 구석구석을 쏘다니고 얻은 정보를 책으로 정리해 펴내는 작업을 한다. 차를 운전하고, 사진을 찍고, 취재하고 얻은 자료들을 취합해 정리하는 모든 일이 그의 몫이다.

필연적으로 그는 집을 떠나 바깥에서 지내는 날이 많다. 많은 날들을 그는 도시를 떠나 시골을 떠돈다. 지리산 자락을 떠도는가하면 서해의 낙도에서 기타를 튕기며 밤을 보낸다. 뜨거운 여름날 국도를 누비고, 눈보라 치는 산을 찾아 다니고 쏟아지는 비를 맞으며 바다를 건널 때도 있었다. 누가 시켜서는 못하는 일, 그가 좋아서 한 일이다.

어려서부터 여행을 꿈꿨고 잡지사 여행 기자로 전국을 돌아다니기 시작한 지 수십년. 이제는 어느 지역을 불문하고 손금보듯 훤하게 꿰뚫는다. 그는 가봤던 곳이라고 소홀히 하는 법이 없다. 시간이 날 때마다 다니며 과거의 정보를 체크하고 바뀐 곳은 업데이트하며 새롭게 만든다.

역마살이 꼈을까. 그는 객지에서 더 자유롭다. 집을 떠나 깊은 산 속에서 쏟아질 듯 하늘 가득히 메운 별들을 볼 때 더 행복하다. 만삭인 아내와 함께 통통배를 타고 파도치는 바다를 건너며 여행을 다닐 정도로 그는 여행을 좋아한다. 아니 여행은 어쩌면 그의 삶 자체일지도 모른다.

다행일까. 그의 아내도 아들도 여행을 좋아한다. 아이와 함께 여행을 다니는 것만으로도 좋은 교육이 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따로 잔소리 하지 않아도 자연을 보고 느끼며 스스로 배우고 자란다는 것. 그가 쓴 가족여행 안내서 ‘빵점 아빠의 만점 가족 여행’에 담긴 메시지다.

그는 여행작가라는 장르를 개척한 선구자이기도 하다. 계곡 여행 100배 즐기기, 꽃길 단풍 드라이브 100배 즐기기, 외딴 곳으로의 여행 등 수십권의 여행관련 책을 썼다. 당연히 그가 직접 발품을 팔아 얻은 정보를 엮어 만든 책이다. 그는 모든 정보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독자들이 알기 쉽게 풀어서 전한다. 여행지의 역사 문화적 배경, 가는 길, 근처 맛집 등 여행에 실제로 도움을 주는 살아있는 정보들이 그의 책에는 담겨 있다. 누가 봐도 한 눈에 알 수 있게 쉽다. 때문의 그의 책은 여행관련 분야에서는 스터디셀러로 자리잡았다. 많은 사람들이 ‘신성순이 쓴 책’을 찾아 읽는 것이다.

그는 남들이 안가는 곳을 즐겨 다닌다. 사람 많은 곳 보다는 자연을 좀 더 가까이 느낄 수 있는 곳을 좋아하는 까닭이다. ‘신삿갓 오지 비경 즐기기'(http://cafe.daum.net/sinsatgat) 라는 카페를 열고 여행을 좋아하는 많은 이들과 소통하고 있다. 신삿갓은 그의 별명이다. 많은 네티즌들이 그의 카페를 찾아 정보를 얻어가고, 때로 함께 여행을 떠나기도 한다. 이 카페는 그에게 돈벌이의 수단이 아니다. 좀 더 많은 이들에게 그가 가진 정보를 나누는 교류와 소통의 장으로 카페를 이용한다. 봉사하는 것이다.

그는 자동차와도 인연이 깊다. 월간 자동차생활과 월간 오토의 편집장 출신이다. 잡지사 시절 그는 자동차 세상에 푹 파묻혀 지냈다. 한 달치 잡지를 마감하고 나면 낡은 액셀을 타고 훌쩍 여행을 떠나 일주일간 전국을 떠돌다 다시 일상으로 돌아오는 생활이었다.


그는 필연적으로 자유인이다. 틀에 얽메이지 않고 자유로운 성격이 아니었다면 여행을 평생의 업으로 삼지는 못했을 것이다. 또한 그는 영혼이 맑은 사람이다. 솔직담백한 화법은 때로 사람들을 당황하게 할 때가 있지만 소탈한 모습의 그와 대화를 나누다보면 때묻지 않은 그의 영혼을 느낀다. 오십 중반인 그의 모습에서 ‘소행성 B612호에 사는 어린왕자’를 느낀다면 오버일지 모르겠으나 그를 아는 사람들은 아마도 동의하지 않을까 싶다.


오종훈 yes@autodiar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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